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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가에 꽂혀 있는 여행 관련 책들을 읽어보며 여행을 꿈꾸고 마음이 미리 닿아 보는 일이 더러 있다. 시간과 여건이 주어져서 여행을 떠날 때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가슴 설레는 일이지만 일상에 묶여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땐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기도 한다. 내 발길과 눈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땅에 미리 마음이 가 보는 것이다.

 

주5일제 근무가 보편화 되어 가는 오늘 우리 사회는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멀고 가까운 여행지를 찾고 여행정보를 꼼꼼히 챙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행이나 산행에 대한 기사나 관심이 크게 일반화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과 여유가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여행이나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은 의식의 변화가 더 큰 것 같다.

 

출발하기 전의 설레임, 돌아온 뒤의 추억을 위한 주말여행지

 

1박 2일, 주말이면 어디로 여행을 갈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속시원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안내하는 주말 여행지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사람과 산’을 비롯해 몇 곳의 잡지사에 근무했고 1988년 자연과 문화를 찾아 떠돌며 신문과 잡지, 사보에 글을 쓰고 있는 레저전문 심산환 기자의 추천 주말여행지인 <1박 2일, 주말이 즐겁다>(김산환/성하출판)가 그것.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과 함께, 책을 통해, 내가 가보지 않았던 곳과 가 본 곳이지만 작가가 소개하는 글을 따라 함께 여행을 떠나보는 즐거움도 있어 좋은 것 같다. 강원도 평창은 가 보았으나 워낙에 넓어 다 둘러 볼 수 없었던 터라 동강을 스쳐 지나가면서 다음에 보자 마음 속으로 생각했었고, 장성 백양사 또한 아직 내겐 미지의 땅이다.

 

인제 점봉산 역시 설악산 등반하면서 지척에 두고 오르지 못했던 곳이다. ‘눈물처럼 지는 꽃’ 4월이면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는 선운사, ‘새도 넘기 어려운 높은 고개’라 하여 조령이라 하기도 한다는 문경새재, 원시림이 숲을 이루고 한낮에도 어둑어둑한 숲을 가르며 시린 계곡물이 흘러가는 인제 점봉산, 옛 어른들은 아기 돌상에 무명실과 붓을 놓고 아이에게 이르기를, ‘명은 길어 실 같고, 붓을 잡으면 추사를 닮아라’고 했을 정도로 추사 김정희의 학식과 선비정신을 높이 샀음을 알 수 있는 예산 추사고택과 수덕사 등도 기자는 빠지지 않고 챙기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 등을 계절별로 총 234곳의 좋은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 소개하고 있는 겨울에 가 볼 만한 여행지 가운데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덕구리에 위치한 태백산 참숯 가마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시린 겨울에 붉은 불꽃 너울거리며 숯을 만드는 숯가마체험도 뜨끈뜨끈한 여행이 될 듯하다.

 

계절별 여행지를 모아놓은 추천 주말 여행지 <1박 2일, 주말이 즐겁다>는 저자가 소개하는 여행지 외에도 추천 먹거리, 잠자리까지 꼼꼼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펼쳐들면, 출발도 하기 전에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설렘 가득해 질 것 같다.

 

당신의 즐거운 여행을 위한 52가지 빛깔의 테마여행지

 

 ‘1년 52주 고민 없이 떠나는’ <똑똑한 여행책>(양영훈 글. 사진/열번째 행성)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총 52개의 여행지가 실려 있다.

 

프리랜서 여행기자인 저자가 소개하는 52곳의 여행지는 물론 전문적이고 널리 알려진 명소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발로 밟고 눈으로 보고 느끼고 체험한 곳을 우려내어 소개하고 있어 나긋나긋하고 살갑다.

 

지척에 있었건만 눈길 닿지 않았던 곳을 여기서 발견하는 신선함도 있다. 저자가 보고 느낀 그대로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그 섬에, 그 산에, 그 계곡과 바다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도록 여행에의 향수를 부른다.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저자가 소개하는 여행지를 통해 상상 속의 여행을 떠나보자. 그 옛날, 나는 가을이면 누렇게 물든 가을 들녘 풍경을 바라보며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할 때가 많았다.

 

기차를 타고 그리운 곳, 혹은 내가 모르는 세계로 오래오래 달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지금 나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마음의 여행을 떠나본다. 아무리 좁은 우리강산이라지만 내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너무나 많고, 또 설령 가 본 여행지라 하여도 또 다시 가고 싶은 곳들은 수없이 많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가을이면 더욱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이 가을에 꼭 가고 싶은 곳 중에 하나가 바로 강원도 최고의 억새 명소로 유명한 민둥산 억새밭이다. 10월 초순부터 중순이면 억새물결을 이룰 그곳에 마음이 벌써 닿아 있다. 저자는 가을 여행지 가운데 억새 명소인 민둥산 역시 빼놓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언제라도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1년 52주 고민 없이 떠나는’ <똑똑한 여행책> 한 권 들고 여행을 떠나보시라.

 

지금, 여행할 수 없다면 여행지를 보며 상상 속에서 먼저 그곳에 닿아보면 또 좋을 듯하다. 해서 나중에 여행지에서 소개한 여행지와 내가 만난 여행지는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또 다른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린 똑같은 사물을 함께 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색깔은 다 다른 것일 테니까 말이다.

 

프리랜서 여행 작가가 소개하는 여행지는 한 마디로 1년 52주 가운데 ‘가장 빛나는 때’를 딱 꼬집어서 이야기해 주자’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쓴 책이라 한다. 혹자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곳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고, 혹자는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라고 했던가. 당신에게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기를.


1박 2일 주말이 즐겁다

김산환 지음, 꿈의날개(성하)(2002)


태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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