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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제주4·3을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고등학교 교과서를 수정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주사회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국방부의 이같은 행태는 국방부장관이 위원으로 참석해 확정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부인하는 자가당착이자, 제주4·3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란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또 '제주 세계평화의 섬' 출발이자 제주사회의 정신으로 자리잡아가는 '4·3'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나섰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제주와의 관계설정을 아주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도 국방부의 행태에 비판과 책임 추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생트집을 잡고 나선 대한교과서가 펴낸 <한국근현대>에 나오는 제주4·3관련 기술 부분의 근거는 정부가 2003년 10월 15일 확정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2001년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이 발족된 후 2년 여에 걸쳐 국내외 조사를 통해 진상조사보고서 초안이 작성됐고, 보수진영의 문제제기가 있자 당시 고건 국무총리가 주재한 4·3중앙위 전체회의에서 몇 차례 축조심의까지 벌였으며, 그래도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올 것을 우려해 "보고서의 내용을 고칠만한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수정한다"는 전제로 보고서 확정을 6개월이나 늦춘 후, 2003년 10월 15일 확정한 게 지금의 진상조사보고서다.

 

우리나라 과거사 정리와 관련해서는 제주4·3특별법이라는 법률에 의해 작성된 유일한 법적 보고서다. 작성기획단과 활동시한, 보고서 발간도 법에 따른 법적 행위였다.

 

특히 진상보고서 초안심의에서부터 축조심의, 연장, 최종 심의 의결에 이르기까지 최고 심의의결기관인 4·3중앙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참석해 최종적으로 확정시킨 당사자 역시 국방부 장관이었다. 또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기획단원에는 국방부 소속 군사편찬연구소장이 단원으로 참석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그리고 보고서 확정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0월 31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억울한 희생에 대해 국가를 대표해 희생자와 제주도민에게 사과했다.

 

국방부는 자신들이 보고서작성 기획단에 참여하고, 국방부 장관이 중앙위원으로 참석해 확정한 법적 보고서를 새로운 자료나 근거도 없이 5년만에 자신들의 입장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바뀐 게 있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으며, 이명박 정부의 뼈대를 이루는 상당수가 '보수성향'이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진상조사보고서(교과서)를 수정할만한 새로운 근거도 없이 정권교체를 틈타 제주4·3을 이념논쟁으로 몰아가고, 다시 좌파라는 색깔 씌우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스스로 국민갈등을 부추기고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역사에 대한 어떤 자료제시도 없이 교과서를 수정요구 했다는 사실은, 법을 무시하고 정치적 놀음에 놀아났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도 뒷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은 '정당한 평가' - 국방장관은 '좌익반란'

 

제주4·3에 대한 국방부의 심각한 현실인식은 군 통수권자였던 전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적 판단에 대해서까지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으로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제주4·3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가장 명쾌한 정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3일 4·3 60주년 위령제에 참석키로 돼 있었다가 부득불 한승수 총리로 대신하기는 했지만, 대통령 후보시절이던 2007년 3월 2일 제주에 와서 4·3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당시 유력 대권후보 주자로 제주에 내려왔던 이명박 대통령은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공항의전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4·3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저의 제주 첫 방문지가 4·3지역이다"라고 차분히 말을 꺼내고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변화 없다, 역사적 평가는 어느 당이 집권했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3은) 제대로 평가됐다. 평가대로 인정해야 한다"며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해 이뤄진 4·3평가에 높은 점수를 주고는 "역사적 교훈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일들이 큰 교훈이 됐기 때문에 도민들도 기념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주4·3의 역사적 평가를 계승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국방부가 교육과학기술부에 교과서 수정을 요구한 것은, 제주4·3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을 '무시'하고 한발 더 나아가서는 '거부' 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 내에서도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비록 2007년 3월이 대권 후보시절이었다고는 하나 현직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제주4·3에 대해 밝힌 의지를 제주도민의 정서까지 무시하면서 뒤집으려 한다는 점에서 국방부는 물론, 정부 여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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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방부, #제주4.3, #교과서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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