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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시작되는 출동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구급출동’ ‘구조출동’ 그리고 ‘화재출동’은 매일 예견된 사고인 양 비상 스피커를 통해 반복적으로 쏟아진다. “무슨 사고가 이렇게 잦담!” 가끔씩 넋두리처럼 속으로 중얼거리곤 하였다.

소방조직에 들어오기 전에는 철부지 아이들에게만 사고가 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우물가에 어린애 보낸 것 같은’ 부모의 마음처럼 늘 주위를 경계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부모들의 몫인 줄 알았다.

화재, 구조, 구급 등 안전사고는 어린이들의 생활공간보다 어른들의 활동 범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전라남도 10개 소방서를 관할하고 있는 전남소방본부의 작년 장소별 구조 통계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 유형은 교통사고(1,897명, 51.2%)였고 다음으로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에서 일어난 사고(692명, 18.6%)였다. 이에 반해 어린들이 활동하는 학교 유치원에 발생하는 사고는 불과 0.54%에 불과하다.

오늘(5일)도 여전히 비상 스피커를 통하여 “출동”이란 명령어가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자 “구조출동, 구조출동, 탱크로리 전복사고” 비상방송이 스피커를 통하여 예리하게 귀를 두드린다.

일반출동하고는 다른 특수상황이 발생하였다. 탱크로리 전복사고는 전 직원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대부분의 탱크로리는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물질이거나 폭발하는 물질 혹은 독성가스로 인해 주변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몰아넣기 쉬운 물질이 탑재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여수 화치동 앞 도로상에서 발생한 탱크로리 전복사고입니다.
▲ 탱크로리 전복 지난 5일 여수 화치동 앞 도로상에서 발생한 탱크로리 전복사고입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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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나 폭발, 위험물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이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이 부상을 입거나 죽을 수 있다. 안전 장구 챙겨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출동과 동시에 작전이 펼쳐진다.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차와 무선 교신하는 지휘차가 바쁘다. 신고자 및 주변인으로부터 접수받은 119상황실과 교신을 주고받으면서 주변상항 및 위험물의 성상을 빨리 파악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차에 안전사항을 전파하느라 지휘관의 눈초리는 매섭기만 하다.

탱크로리에는 에틸렌글리콜 24톤이 실려 있었습니다.
▲ 위험물 탱크로리 탱크로리에는 에틸렌글리콜 24톤이 실려 있었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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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차의 지휘도 잠시, 현장에 도착해 보니 거대한 탱크로리가 도로 한쪽으로 벌렁 누워있다. 마치 뚱뚱한 코끼리가 누워있는 것 같다. 코끼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도로가에 누워있는 것은 위험물 탱크로리다. 언제라도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위험물 탱크로리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위험물 처리도 쉽다

현장을 파악한 지휘대는 악화되지 않은 상황에 안도의 숨을 몰아쉰다. 운전자는 구조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벌써 자력으로 운전석에서 탈출하였다. 구급대원들의 시진, 촉진 등 신체검진결과 큰 외상은 없다. 사고현장에 비하여 운전자가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스럽다.

▲ 탱크로리 전복사고 지난 5일 여수산업단지로 진입하는 화치동 도로상 위험물 탱크로리 전복사고를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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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로리는 넘어진 충격으로 탱크 위 부분이 파열되어 여러 곳에서 가는 물줄기 같은 것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불이 쉽게 붙는 물질이거나 폭발하는 물질이라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탱크로리에 탑재된 물질은 ‘에틸렌글리콜’이다.

위험물 중에는 쉽게 불이 붙는 물질이 많다. ‘에틸렌글리콜’은 인화점이 70도 이상 200도 미만의 물질에 속하는 4류 3석유에 속하는 위험물이다. 성냥불을 가져다 위험물에 대어도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물질이 70도 이상으로 가열이 되어 유증기가 발생하여야만 그 유증기에 불이 붙는 물질이다. 내한성 냉각액이나 화장품의 원료를 사용하는 물질이라고 한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는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한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

대형크레인 2대가 동원되었지만 전복된 탱크로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 탱크로리 바로 세우기 대형크레인 2대가 동원되었지만 전복된 탱크로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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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나 폭발 위험이 낮아 현장복구가 수월할 것 같다. 위험물의 성상을 파악한 지휘대에서는 찢어진 위 부분에서 밖으로 계속 세어 나오는 위험물을 멈추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도로 배수로를 통하여 하천으로 흘러가면 환경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회수차가 동원되고 탱크로리를 바로 세울 대형크레인이 동원되어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위험물을 더 이상 새어 나오지 않게 한 끝에 무려 3시간여 만에 상황을 종료할 수가 있었다.

사고는 종료되었지만 그 피해는 씁쓸하기만 하다. 사고를 당한 운전기사 배 모(58)씨는 정년퇴직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식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퇴직금과 대출을 받아 곧바로 시작한 제2의 직업이었다고 한다. 재기의 사업은 허망하게 꺾이고 코끼리처럼 덩그렇게 나자빠진 탱크로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 다양한 인격체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는 그 다양성만큼이나 사고도 다양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여수소방서 정삼태 위험물 담당자는 츄레라와 연결되어 운반되는 탱크로리 위험물은 츄레라와 탱크로리가 연결되어 이끌려가는 물체이기 때문에 커브길 돌 때나 빗길 눈길 등에서 제동을 할 때 일반 차량과는 달리 밀리거나 전복될 위험이 훨씬 높다고 한다.

또한 탱크로리에 실린 물질이 액체이기 때문에 커브길을 운전할 때는 ‘출렁거림’ 현상으로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탱크로리 내부 방파판이 있지만 운전자들에게는 안전운전에 아주 불리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운전자들의 무리한 운전을 자제하는 안전운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교적 화재, 폭발위험이 낮았지만 환경오염방지가 급선무였습니다.
▲ 탱크로리 비교적 화재, 폭발위험이 낮았지만 환경오염방지가 급선무였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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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조도춘 기자는 소방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탱크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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