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계사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농성장에 쌓여 있는 추석 선물들.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보낸 것들이다.
 조계사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농성장에 쌓여 있는 추석 선물들.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보낸 것들이다.
ⓒ 박상규

관련사진보기


'세상에나. 이렇게 인기 좋은 수배자들이 또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풍족한 수배자 농성장이 있을까.'

추석 당일(14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들의 농성장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이러했다. '많이 썰렁할 것'이란 애초의 생각은 '오버'였다. 농성장에는 촛불을 지지하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수배자들에게 보낸 선물이 가득했다.

선물 종류도 다양했다. 사과, 배, 포도, 참외 등 과일을 비롯해 홍삼액, 송편 그리고 전국농민회총연합에서 보낸 쌀까지. 촛불의 열기는 식었지만, 촛불을 지지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많은 선물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수배자들은 추석을 맞아 밀려드는 선물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백은종 '안티2MB' 카페 부대표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며 "시민들에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우리가 다 먹지도 못할 만큼 양이 많아 그냥 두면 썩는다"며 취재 나온 기자에게 과일을 싸주기도 했다.

"추석 선물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아... 시민들에게 감사"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이 조계사로 찾아온 6살 딸의 손을 잡고 식사를 하러 가고 있다.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이 조계사로 찾아온 6살 딸의 손을 잡고 식사를 하러 가고 있다.
ⓒ 박상규

관련사진보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조계사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어느덧 72일째. 박원석·한상진 공동상황실장을 비롯해 김광일 행진팀장, 김동규 조직팀장 등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 7명은 추석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찰은 여전히 조계사 주변을 맴돌며 이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고향에 갈 수 없는 수배자 7명은 이날 오전 조계사 대웅전에서 시민들과 함께 합동 차례를 지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추석이 와도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은 하지 못했다.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이러다 조계사에서 농성 100일 기념 문화제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쓰게 웃었다.

발목이 묶인 이들을 위해 가족들이 추석 음식을 싸들고 조계사를 찾았다. 권혜진 사무처장의 6살 딸 권가을양은 한복을 차려입고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왔다. 김광일 행진팀장의 모친 안명례(55)씨와 조카 김이랑(중2)양도 송편과 전, 과일 등을 싸들고 조계사를 찾았다.

두 가족은 조계사의 구석진 나무그늘 밑에서 신문지를 깔고 추석 음식을 나눠 먹었다. 비록 집에서 함께 보내지 못한 추석이지만 두 가족의 표정은 밝았다. 서로 음식을 나누고 권하기도 했다.

김광일씨는 어머니 안씨를 안심시키려는 듯 "여기 조계사 생활에 적응돼서 나가도 한동안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이 모친 안명례씨가 싸온 추석 음식을 조계사 주변 나무그늘 아래에서 먹고 있다.
 김광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이 모친 안명례씨가 싸온 추석 음식을 조계사 주변 나무그늘 아래에서 먹고 있다.
ⓒ 박상규

관련사진보기


"수배자들 빨리 집으로 돌아왔으면..."

하지만 어머니 안씨는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엄마는 그동안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려도 계속 나온다, 빨리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안씨는 조기구이와 버섯볶음 등 싸온 음식을 계속 아들 김씨에게 권했다.

이밖에 박원석 상황실장과 김동규 조직팀장,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를 제외한 모든 수배자 가족들이 조계사를 찾았다. 박 상황실장의 가족은 차례를 지내기 위해 모두 고향 충남 아산으로 내려갔고, 백 운영자는 일부러 가족 방문을 만류했다. 김 조직팀장 역시 "노 부모님이 오시기에는 길이 너무 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오께에는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인 인재근씨, 김병준(29)·김병민(26) 남매를 데리고 조계사를 방문해 수배자들을 위로했다. 특히 인재근씨는 직접 만든 전, 녹두빈대떡과 과일 등을 챙겨와 수배자들에게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나는 과거에 많이 (투쟁) 했기 때문에 이제 여러분들이 해야 한다, 이제 주역은 여러분들이다"라며 "추석 때 집에도 못 가고 고생이 많다"고 수배자들을 위로했다.

이밖에 조계사를 찾은 여러 방문객들은 농성장을 찾아 "고생이 많다"며 수배자들을 격려했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인 인재근씨와 함께 추석을 맞아 조계사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농성장을 찾아 수배자들을 위로했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인 인재근씨와 함께 추석을 맞아 조계사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농성장을 찾아 수배자들을 위로했다.
ⓒ 박상규

관련사진보기



태그:#국민대책회의, #조계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