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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사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농성장에 쌓여 있는 추석 선물들.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보낸 것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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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렇게 인기 좋은 수배자들이 또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풍족한 수배자 농성장이 있을까.'추석 당일(14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들의 농성장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이러했다. '많이 썰렁할 것'이란 애초의 생각은 '오버'였다. 농성장에는 촛불을 지지하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수배자들에게 보낸 선물이 가득했다.
선물 종류도 다양했다. 사과, 배, 포도, 참외 등 과일을 비롯해 홍삼액, 송편 그리고 전국농민회총연합에서 보낸 쌀까지. 촛불의 열기는 식었지만, 촛불을 지지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많은 선물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수배자들은 추석을 맞아 밀려드는 선물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백은종 '안티2MB' 카페 부대표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며 "시민들에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우리가 다 먹지도 못할 만큼 양이 많아 그냥 두면 썩는다"며 취재 나온 기자에게 과일을 싸주기도 했다.
"추석 선물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아... 시민들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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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이 조계사로 찾아온 6살 딸의 손을 잡고 식사를 하러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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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조계사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어느덧 72일째. 박원석·한상진 공동상황실장을 비롯해 김광일 행진팀장, 김동규 조직팀장 등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 7명은 추석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찰은 여전히 조계사 주변을 맴돌며 이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고향에 갈 수 없는 수배자 7명은 이날 오전 조계사 대웅전에서 시민들과 함께 합동 차례를 지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추석이 와도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은 하지 못했다.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이러다 조계사에서 농성 100일 기념 문화제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쓰게 웃었다.
발목이 묶인 이들을 위해 가족들이 추석 음식을 싸들고 조계사를 찾았다. 권혜진 사무처장의 6살 딸 권가을양은 한복을 차려입고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왔다. 김광일 행진팀장의 모친 안명례(55)씨와 조카 김이랑(중2)양도 송편과 전, 과일 등을 싸들고 조계사를 찾았다.
두 가족은 조계사의 구석진 나무그늘 밑에서 신문지를 깔고 추석 음식을 나눠 먹었다. 비록 집에서 함께 보내지 못한 추석이지만 두 가족의 표정은 밝았다. 서로 음식을 나누고 권하기도 했다.
김광일씨는 어머니 안씨를 안심시키려는 듯 "여기 조계사 생활에 적응돼서 나가도 한동안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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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이 모친 안명례씨가 싸온 추석 음식을 조계사 주변 나무그늘 아래에서 먹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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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자들 빨리 집으로 돌아왔으면..."하지만 어머니 안씨는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엄마는 그동안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려도 계속 나온다, 빨리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안씨는 조기구이와 버섯볶음 등 싸온 음식을 계속 아들 김씨에게 권했다.
이밖에 박원석 상황실장과 김동규 조직팀장,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를 제외한 모든 수배자 가족들이 조계사를 찾았다. 박 상황실장의 가족은 차례를 지내기 위해 모두 고향 충남 아산으로 내려갔고, 백 운영자는 일부러 가족 방문을 만류했다. 김 조직팀장 역시 "노 부모님이 오시기에는 길이 너무 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오께에는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인 인재근씨, 김병준(29)·김병민(26) 남매를 데리고 조계사를 방문해 수배자들을 위로했다. 특히 인재근씨는 직접 만든 전, 녹두빈대떡과 과일 등을 챙겨와 수배자들에게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나는 과거에 많이 (투쟁) 했기 때문에 이제 여러분들이 해야 한다, 이제 주역은 여러분들이다"라며 "추석 때 집에도 못 가고 고생이 많다"고 수배자들을 위로했다.
이밖에 조계사를 찾은 여러 방문객들은 농성장을 찾아 "고생이 많다"며 수배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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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인 인재근씨와 함께 추석을 맞아 조계사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농성장을 찾아 수배자들을 위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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