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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서울 웨딩페어 콜렉션
 2007년서울 웨딩페어 콜렉션
ⓒ 야후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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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 아이의 한복을 사는 데 따라나섰다. 올해에는 추석이 조금 빠른지라 천은 얇아졌지만 색감은 이전의 파스텔톤의 한복들에 비해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남색, 다홍색, 노란, 녹색 등의 색상이 유행인듯 하다.

하다못해 아이들 한복도 마치 사극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말 그대로 전통 한복이 제일 눈에 띄었다. 저고리도 길어지고,깃, 섶, 동정을 가끔 생략해줬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깃,섶, 동정을 모두 넣고 고름은 약간 짧아졌고, 장신구도 이전에 비해 훨씬 화려해지고 색감도 화려해보였다.

내 친구 딸아이는 결국엔 마치 드라마 세종대왕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디자인의 위아래로 반짝이가 섞인 짙은 빨간저고리에 남색치마를 샀다.

우리 어릴 때 입던 색동저고리 일색의 한복에 비해 정말 다양해지고 화려해진 색감은 반갑지만 거금 20만 원이나 주고 산 한복을 일년에 두 번 입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드라마 '보고 또보고 '가 히트 친 후 개량 한복이 유행했다. 그 때만 해도 앞으론  한복 디자인이 많이 발전해 이젠 일상에서 파티복, 드레스, 원피스 처럼 입고 다닐 수 있는 편한 한복 디자인이 나와 일상화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잠깐 유행일 뿐이었다.

여전히 한복은, 우리 민족의 혼과 역사가 담긴 살아있는 전통복장이란 핑계로 틀안에 가두어 둔 채 격식을 차리는 날 격식있는 장소에서 격식을 갖춰가며 입고 또 장롱속에 고이 모셔두는, 요즘 세대들에겐 입는 방법조차 어려운 옷으로 남아있다.

속치마, 버선, 치마, 저고리 여기에 덧저고리, 배자, 노리개 등등까지 제대로 갖춰입는 것만 해도 힘들고, 옷고름 매는 것도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헷갈리고 동정다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데 우리나라 전통의상이니 무작정 지키고 아끼고 사랑해라 이러는 게 대수일까?

왜 한복엔 매기 힘든 옷고름 대신 예쁜 단추 몇 개나 지퍼를 달고 입으면 안되나? 왜 속바지, 속치마, 갖춰 입고 몸에 휘감기는 질질 끌리는 한복 대신 짧은 미니스커트 한복을 입으면 안되나? 왜 양복에 탈부착 후드가 있듯이 탈부착 동정이 있으면 안되고 원피스 한복이 있으면 안되나? 이런 생각들이 든다.

물론 찾아보면 개량한복 패션쇼 같은 곳에선 어쩌면 지퍼 달린 한복도 나왔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런 옷을 직접 입고 추석명절 날 고향방문을 한다면 굳이 어른들 시선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젊은 우리 세대들조차 유난스럽다고 쳐다볼 것이다.

전통도 좋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옷고름 하나도 제대로 못 매는 세대 아닌가? 굳이 일년에 몇 번 못 입는 전통한복 대신에 과감하게 소개팅에나 연말 파티에도 입고 나갈 수 있음직한 미니 스커트 한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나중에 혹시 식당이나 번화가에서 미니 원피스 한복을 입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아니면 미니원피스 한복 입은 여자가 명절날 인사하러 왔다고 손가락질 하지 마라.

그게 나일테니깐.

덧붙이는 글 | 다음미디어 블로그뉴스에 동시 송고된 기사입니다.



태그:#추석, #한복, #귀향,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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