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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0시 15분, 정복을 입은 김기용 남대문 경찰서장이 사장실이 있는 서울 남대문 YTN 본사 17층으로 올라왔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 20여명은 즉각 김 서장을 둘러쌌다. 이미 경찰은 이날 오전 전경버스 4대를 사옥 앞에 1시간 30분 가까이 배치해 노조원의 분노를 샀다.

 

"서장님이 여기에 왜 오신 겁니까? 무슨 용건이십니까?"

"어제 업무방해죄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습니다. 그래서 확인차 들렀습니다."

"형사가 몇 명인데 서장이 직접 현장을 조사하러 나옵니까?"

 

YTN 노조의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 55일째. 구 사장은 이날도 사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영기획실에 머무르고 있었다.

 

결국 사측이 구 사장의 '정상 출근'을 위해 노종면 위원장을 포함한 YTN 직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구 사장은 출근하기 위해 지난 55일간 '3박4일 사장실 농성' '외부 근무' '복도 연좌농성' 등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통하지 않자 내놓은 카드다.

 

"물리적 충돌 우려해서..." VS "용역 동원한 주주총회 때는 왜 오지 않았나"

 

노조원들의 강한 반발에 당황한 김 서장은 "경찰은 사측과 노조와의 다툼에 상관없이 가치중립적"이라며 "이 날 방문한 것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앞서 격렬한 항의를 통해 사옥 앞에 배치됐던 전경버스들을 철수시켰던 노조원들은 "그렇다면 오늘 아침에 전경버스는 왜 사옥 앞에 댔느냐" "정복을 입고 사전 양해도 없이 언론사로 들어오다니, YTN을 우습게 보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서장은 전경버스 배치와 관련해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서였다"고 답한 뒤 "YTN이 일상적인 공무집행도 못 하는 치외법권지역이냐"고 되물었다. 이어서 "불법행위가 벌어진다고 하니까 온 것"이라며 "혹여 물리적 충돌·폭력 등의 사태가 벌어지면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 서장의 발언에 노조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노조원들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불법을 누가 예단하는 것이냐" "지금 협박하는 것 아닌가, 공식항의할 것이다" "지난 55일 동안, 용역까지 고용한 주주총회 땐 왜 모습을 안 보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서장이 나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밤 YTN을 찾아왔던 촛불 시민들도 "경찰서장이 여기에 왜 왔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종면 위원장 "총파업 개표결과 앞두고 압박하는 것"

 

이에 대해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경찰이 더 이상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처음에는 '일상적인 공무집행 중'이라고 말했다가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은 YTN 사태에 대한 경찰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이 전경버스를 배치하는 등 행동에 나선 것은 이날 오후 예정된 총파업 찬반투표 개표를 앞두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노조를 압박하려고 한 것"이라며 "이는 구본홍씨만이 아니라 구씨 뒤의 누군가와 조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YTN 노조는 이날 오후 6시 지난 5일 끝난 총파업 찬반투표 개표결과를 공표하고 개표결과에 따라 노조 집행부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11일 저녁께 밝힐 예정이다.


태그:#YTN, #구본홍,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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