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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지난 5일 종교차별금지법 지정 반대를 결의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그들이 종교차별금지법 지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식 선에서 해결하지 않고 법으로 제정해 놓으면 오히려 종교간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권은 한기총 관계자들을 만나 종교차별금지법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상식적인 선에서 종교에 대한 것들이 처리되었다면 현재와 같은 불협화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권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명박 정부는 출범이후 '종교편향적'이라는 오해를 살만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거기에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촛불정국에서도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여권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들을 쏟아냄으로써 종교편향논란을 더욱더 가중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은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들의 주장은 종교 차별을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종교차별법이 필요하냐, 더 나아가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며,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요구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기총의 이런 주장은 불교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나라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한 개인이 아니라 한 나라의 통치권자이며, 공인인 경우에는 자신의 종교적인 색체가 들어나는 행동을 하고, 타종교를 폄훼하는 발언을 하면 문제가 된다.

 

현재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단체나 개인은 가리지 않고 포용하지만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반대하는 단체나 개인은 가리지 않고 탄압하고 있다.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만 반대하는 진보적인 기독교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진보적인 교단으로 알려진 한국기독교장로회의 한상렬 목사를 촛불의 배후로 지명하여 구속수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 정권의 종교편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런저런 해명들을 내놓았다.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에 대해서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그런 해명들을 들어보면 의도적인 종교적 차별은 없었던 것 같다. 관계자들의 실수 혹은 장로 대통령이기 때문에 받는 오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미 내재화되어있어서 그들이 실수라고 해명하는 차원의 행동들이 어떤 종교적인 편향을 가지고 있는지 조차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못이라는 것을 인지하면 개선할 수 있지만, 잘못이라는 것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니 자꾸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불교계의 '종교편향' 목소리가 거세어지면서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나라는 다양한 종교가 혼재되어 있지만 다행스럽게 종교분쟁은 없는 나라였다. 세계 역사에서 종교간의 분쟁 혹은 종교내의 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분단국가, 지역색이 강한 나라에서 종교분쟁까지 일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던 차에 '종교편향'이 주요쟁점으로 떠오르고, 그에 따라 불교계가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고 이에 여권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기총에서 반대를 하고 나서고 있으니 여권에서도 진땀이 날 사안일 것이다. 가뜩이나 장로 대통령의 기독교 친화적(?)인 사건들로 인해 종교편향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불교계의 요구를 보수 기독교계의 대표격인 한기총이 반대하고 나서니 말이다. 불교와 기독교의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정치권이 부랴부랴 자신들의 입장을 한기총에 설명하고 수용해 줄 것을 부탁했을 것이다.

 

한기총, 그들은 사실 한국교회의 대표가 아니다. 보수 기독교단체요, 대형교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일 뿐이다. 그 거창한(?) 이름 때문에 마치 한국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단체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형교회와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교단을 중심으로 뚤뚤 뭉쳐진 한기총, 그들에게 예수정신을 찾기 어렵다고 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들의 행보를 보면서 일반인들은 물론이요, 뜻있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절망하고, 분노한다. 제발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을 하지 말라.


태그:#종교편향, #한기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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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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