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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봉화군 청량산 하늘다리.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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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가 빼어나게 아름답다 하여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렸던 봉화 청량산(870m). 나지막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마산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있어 한 번 가고 싶었던 산이었다. 마침 그곳으로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가 있어 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던 그 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청량산은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최고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경일봉, 금탑봉, 축융봉 등 '육육봉'이라 부르기도 하는 12개 봉우리들이 연꽃잎처럼 절집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다.

지난달 31일 아침 7시 40분에 마산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청량산도립공원 관문(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을 거쳐 청량폭포 부근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낮 12시 20분께. 장인봉으로 오르는 길은 계속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졌다. 아직 떠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여름 무더위 또한 나를 지치게 했다.

 
▲ 장인봉 정상에 이르는 철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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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정도로 기다란 계단을 한참이나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거기서 장인봉 정상까지의 거리는 0.3km, 하늘다리는 0.5km이다. 장인봉 정상에 이르는 길에도 철계단이 놓여져 있었다. 본디 대봉(大峯)이라 부르던 장인봉(丈人峯)은 신재 주세붕이 이름을 붙였다 한다. 그런데 장인봉뿐만 아니라 청량산 12개 봉우리 하나하나마다 그가 이름을 붙여 주었으니 주세붕을 빼고 봉화 청량산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주세붕(周世鵬)은 조선 중종(1543) 때 풍기군수로 있으면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을 세운 분이다. 백운동서원은 그 후 1550년(명종 5)에 풍기군수로 부임한 이황이 조정에 상주하여 소수서원(紹修書院)이란 사액(賜額)을 받게 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 되었고 훗날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에도 철폐를 면했던 사원이다.

 
▲ 장인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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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표지석 뒷면에는 주세붕의 글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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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봉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경치. 낙동강이 굽이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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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봉 정상에 이른 시간은 낮 1시 40분께. 정상 표지석 앞면에 쓰여진 글씨가 신라 명필인 김생(金生)의 글자를 집자(集字)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그가 김생암(金生庵)이라 부르는 암자를 짓고 10여 년 동안 글씨 공부를 했던 김생굴(金生窟)이 경일봉(750m) 아래에 지금도 남아 있다.

장인봉 정상에서 3분 정도 더 가면 전망대가 있어 거기서 탁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일행들과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누가 전어를 가져와 즉석에서 생선회를 장만했는데, 산꼭대기에서 얻어먹는 전어회 맛은 일품이었다. 

찬란한 무지개처럼 걸려 있는 청량산 하늘다리

나는 2시 20분께 갈림길로 내려가서 이름도 예쁜 하늘다리 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올 5월에 설치된 하늘다리는 청량산의 명물로 떠올라 많은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학이 솟구쳐 날아오르는 듯한 선학봉(仙鶴峯)과 신비로운 난새가 춤을 추는 듯한 자란봉(紫鸞峯)의 해발 800m 지점을 잇는 하늘다리는 길이 90m, 너비 1.2m, 땅 위 높이 70m로 우리나라 산악 지대에 설치된 현수교 가운데 가장 길다고 한다.

 
▲ 청량산 하늘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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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찬란한 무지개처럼 하늘에 곱게 걸려 있는 연둣빛 다리가 바로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 다리를 건너가면 나도 예쁜 선녀가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까. 갑자기 그리운 얼굴들이 하얀 뭉게구름이 되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꿈에 취한 듯 비틀비틀 걸어가는 하늘다리 위에는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나는 못내 아쉬워 자란봉에 서서 하늘다리를 한 번 더 뒤돌아보고 뒷실고개를 향했다. 뒷실고개에서 바로 청량사로 내려가는 일행들도 있었지만 나는 탁필봉(820m)을 거쳐 자소봉 정상에 오른 뒤 청량사로 하산할 생각이었다.

 
▲ 자소봉 정상에서 바라다본 그윽한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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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봉이라 부르기도 하는 자소봉(840m)은 예전에 11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바람도 쉬어 가는 것 같은 자소봉 정상에는 망원경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참 재미있다. 어쨌든 그만큼 그곳 조망이 탁 트였다는 말이리라.

자소봉 철계단 밑에 놓아 둔 배낭을 다시 메고 나는 청량사 쪽으로 내려갔다. 청량산 열두 봉우리로 둘러싸여 마치 연꽃의 꽃술 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한 청량사(淸凉寺).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세운 절이다. 지금은 청량사와 응진전만 남아 있지만, 한때는 연대사(蓮臺寺)라는 절을 중심으로 망선암(望仙菴) 등 26개의 크고 작은 암자가 있었다 한다.

 
▲ 경북 봉화군 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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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유리보전. 유리보전 현판 글씨는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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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 3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을 한 청량사 유리보전(琉璃寶殿, 경북유형문화재 제47호)은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 주는 약사여래를 모시고 있다. 금칠을 했지만 약사여래불이 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紙佛)이라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그리고 유리보전 현판도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라고 한다. 공민왕은 1361년(공민왕 10)에 2차 홍건적의 침입을 피해 청량산 지역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청량사를 찾은 사람들은 절집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 이유는 청량사 경내가 참으로 예쁘기 때문이다. 깔아 놓은 기왓장들 위로 물이 졸졸졸 흘러가고, 멋들어지게 이어 놓은 속빈 나무통 속으로도 물이 흘러내리는 등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예쁜 풍경들이 절집을 나서는 사람들의 발길을 자꾸 붙잡았다. 언젠가 단풍이 온 산을 곱게 물들이는 가을에 나는 청량사를 한 번 더 찾고 싶다.

 
▲ 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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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동서울→신갈 JC→영동고속도로→만종 JC→중앙고속도로→영주 IC→봉화→유곡 삼거리→명호→청량산(약 3시간 30분)

* 부산→남해고속도로→창원 JC→칠원 JC→중부내륙고속도로→현풍 IC→구마고속도로→금호 JC→중앙고속도로→남안동 IC→도산서원→청량산(약 4시간)

*광주→88올림픽고속도로→옥포 JC→구마고속도로→금호 JC→중앙고속도로→남안동 IC→도산서원→청량산(약 4시간)



태그:#청량산, #하늘다리, #청량사유리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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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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