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5일(금) 오후 2시 기독교회관에서 '기장인 비상 시국회'를 열었다. 기도회를 마친 후 200여명의 참가자들은 탑골공원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광우병 쇠고기수입과 관련하여 시작된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했던 기장은 그간 경부운하 등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촛불집회의 과잉진압에 대해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서 현 정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러나 지난 8월 14일 기장 소속 목사인 한상렬 목사가 촛불집회의 배후로 지목을 받아 구속수감되었으며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장은 한상렬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이명박 정권출범 이후 이어지는 언론탄압과 공안정국 등에 대한 기장의 입장을 비상 시국 기도회를 통해 알렸다.

 

예배에서는 국민주권과 건강권 수호를 위해, 기륭전자, 이랜드 등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를 위해,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 회복을 위해 기도했으며 구속수감된 한상렬 목사를 위해 기도했다. 한상렬 목사의 부인인 이강실 목사는 경과보고를 통해 한상렬 목사의 근황을 전하고, 한상렬 목사를 통일평화운동의 현장으로, 고백교회의 목회현장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부총회장 서재일 목사는 설교를 통해서 현 정부의 종교편향, 한기총과 뉴라이트 계열의 일부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의 본질을 흐리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기독교가 예수 정신으로 돌아가 이 땅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장은 이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부정의와는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임을 밝혔으며 한상렬 목사의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기장은 70-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의 선두에서 기독교인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교단이다. 기장은 최근 사학법, 촛불집회 등 시국적인 사안에 대해 한기총이나 뉴라이트 등의 보수단체와 다른 입장들을 견지해 왔지만 그들에 비해 교세가 크지 않아 그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다. 지난 20년 간 시국사건과 관련해서 구속수감된 목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교단 소속 한상렬 목사가 촛불집회의 배후로 지목하여 공안정국의 희생양으로 조작하려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비상 시국 기도회 참가자들이 낸 성명서의 전문이다.

 

공안탄압 중단하고 한상렬 목사 석방하라!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세우는 일을 시대적 선교 사명으로 고백하며 기도해 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촛불집회 참가자 과잉 폭력 진압, 민주 인사 구속 및 수배령을 발동하며 우리 사회를 공안정국으로 몰고 가는 현 정부의 처사에 심각한 우려와 항의를 표명한다.

 

금년 온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생존권과 건강권 수호를 위해 100일을 넘기면서 촛불집회를 이어왔다. 이번 촛불집회는 여중생, 네티즌, 아기어머니와 유모차, 예비군까지 참가하는 순수 자생적 국민운동이었으며, 이는 우리 국민의 민주적 성숙도를 내외에 드러낸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여기서 도대체 누가 배후인가?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에 배후는 없다. 배후가 있다면 온 국민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기본적인 국민 주권을 선언하며 정부가 지켜주지 못하는 건강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건만,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겸허히 경청하기는커녕 배후세력 운운하며 국민을 기만하더니, 결국 우리 교단 소속 한상렬 목사를 체포하여 구속하고 여러 민주 인사들을 수배하기에 이르렀다. 만민이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상렬 목사는 이 땅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해 온 우리 시대의 양심이다.

 

정부의 그릇된 정책과 사고방식, 맹목적 강대국 추종에 한 가닥 양심으로 저항해 온 진보 단체 인사들을 구속·수배하고, 사노련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권력을 남용하여 무리한 구속 영장을 남발한 것은 현 정국을 신 공안정국으로 조작하여 민심을 호도하려는 얕은 술책임을 밝힌다. 아울러 지나간 암울한 시대의 정치 공작을 다시 되살리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우리는 진실과 양심의 하늘 음성을 강력하게 선언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안정부가 아니라 민주정신을 기반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국민을 위한 정부다. 정부는 시대를 역행하는 공안정치탄압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협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민주정신을 기반으로 온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 뜻을 받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한상렬 목사를 비롯하여 촛불 집회 배후 혐의로 구속된 인사들을 석방하고 여타 시민단체 지도부에 대한 수배를 해체 할 것과 공안탄압 음모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는 이 땅에 국민주권이 회복되고 민주사회질서가 바로 세워질 때까지 함께 기도하며 십자가의 행진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2008. 9. 5.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기장인 비상 시국기도회 참가자 일동  

 


태그:#한국기독교장로회, #촛불 집회, #한상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