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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으로 빛나는 꽃은 순박한 산골소녀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꽃은 순박한 산골소녀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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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캐러 심심산골로

도라지는 산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지만 막상 찾으려면 보이지 않습니다. 도라지타령 마냥 심심산골로 들어가야 도라지를 볼 수 있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도라지를 찾으러 가 봅시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요즘 숲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청미래덩굴이 가시를 세우고 길을 막아섭니다. 나무사이를 이리저리 돌아가면서 점점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도라지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집이 뱀허물 같다고 해서 뱀허물쌍살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 뱀허물쌍살벌 집이 뱀허물 같다고 해서 뱀허물쌍살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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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는 우리와 너무도 친숙합니다. 도라지무침으로 밥상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빨간 초고추장에 묻혀 밥맛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많이는 못 먹겠습니다.

도라지 맛이 나는 담배, 최백호의 노래에 나오는 도라지 위스키도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건강에는 안 좋은 술과 담배에 들어갔습니다. 아마 도라지의 효능을 이용해서 몸에 안 좋은 기호식품을 좋은 것처럼 상쇄시키려는 상술로 보입니다.

땅만 보고 가다보니 나뭇가지에서 집을 지키고 있는 벌들을 보지 못합니다. 벌은 건들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순간에 벌집은 건드려지고 순식간에 벌들이 공격을 합니다. 뒤따라 가다보니 그 광경은 안타깝지만 집을 지키고 있는 벌들이 재미있게 보입니다. 사진을 찍습니다.

“벌에 쏘여 아파죽겠는데 사진이나 찍고 있어. 씨!”

슬픈 사연을 간직한 도라지꽃

도라지는 이미 꽃을 떠나보냈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여름인 7월에서 8월 중에 꽃이 핀다고 합니다. 늦둥이 도라지가 꽃잎을 활짝 뒤로 젖힌 채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캐기에는 아직 어립니다. 다른 걸 찾아봐야 합니다.

도라지꽃을 보면 산골소녀를 보는 것 같은 깨끗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도라지꽃에도 우리나라 산야초에 따라다니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공부하러 떠난 오빠를 기다리다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 꽃에 얽힌 사연은 꼭 슬퍼야 할까요? 아마 죽은 영혼이 꽃으로 피어난다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슬픈 사연은 잊었는지 구김없이 맑기만 하다.
▲ 환하게 웃는 꽃 슬픈 사연은 잊었는지 구김없이 맑기만 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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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햇볕이 잘드는 곳에 피어난다.
▲ 도라지꽃 숲 속 햇볕이 잘드는 곳에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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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 자리에 통통한 씨방을 가진 열매가 달린다.
▲ 열매 꽃이 진 자리에 통통한 씨방을 가진 열매가 달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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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라고 같은 도라지가 아니다

도라지는 여러해살이풀로 보통 3~4년을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는 생명력이 더 질겨지는 가 봅니다. 바위틈이나 벼랑 같은 곳에서는 30년도 산다고 합니다. 밭에서 재배하는 도라지와 구분하기 위해 산도라지라고도 하고 장생도라지라고도 한답니다.

오래 묵은 도라지는 꽃도 많이 달리고 한 뿌리에서 여러 대의 줄기가 올라오기도 한답니다. 오늘은 연세가 지긋이 잡수신 도라지님이 나타났으면 합니다.

이리저리 찾아다니다 보니 커다란 바위틈으로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도라지가 보입니다. 이분은 연세가 적당히 되셨을까요? 준비해간 갈고리로 땅을 헤집습니다. 바위틈에 깊게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도라지는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한참을 씨름합니다.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있어 캐기가 쉽지 않다.
▲ 도라지 캐기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있어 캐기가 쉽지 않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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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뒤로 절벽이다. 캐기도 어렵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 바위에 자라는 도라지 한 발 뒤로 절벽이다. 캐기도 어렵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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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약에 써야 하는데 어쩌겠니

드디어 도라지가 온몸을 내 보입니다. 땅위로 올라온 도라지는 여러 갈래의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려고 뿌리를 많이 만들었나 봅니다. '너도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힘들었지만 너를 약에 써야 하는데 어쩌겠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열매를 남겼으니 몇 년 후면 더 많은 도라지가 피어나지 않을까요?

도라지의 주요 약성분은 사포닌으로 인삼과 같은 뿌리 식물에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라지는 감기나 목이 아플 때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면 자칫 목이 아프기 쉬워 준비해 두려고 합니다. 도라지 한 뿌리를 잡고 흙을 털어내 생으로 먹습니다. 목이 아릴정도의 싸한 맛이 납니다. 올 겨울 감기 걱정 없이 무사히 지냈으면 합니다.

바위틈이나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도라지는 여러갈래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줄기를 올리는 머리는 나이를 먹은만큼 길다. 크다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 머리가 긴게 오래된 것이다. 대충봐도 왼쪽에서 두번째가 가장 연세를 많이 드신 도라지님
▲ 캔 도라지 바위틈이나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도라지는 여러갈래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줄기를 올리는 머리는 나이를 먹은만큼 길다. 크다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 머리가 긴게 오래된 것이다. 대충봐도 왼쪽에서 두번째가 가장 연세를 많이 드신 도라지님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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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사진은 지난 8월 30일 전남 구례에서 찍었습니다.



태그:#도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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