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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방송국을 장악하는 것처럼 정치권력은 언제나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지요. 언론에 따라 민심이 변하고 지지도가 달라지니까요. 문화공보부 안에 홍보조정실을 만들어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벙어리로 만들었던 전두환 정권이나 언론사에 ‘협조요청’을 했던 김영삼 정권까지 권력은 늘 언론을 통제하려 했지요.

 

KBS 사장 해임이나 ‘YTN 낙하산 사장’, PD 수첩 검찰수사처럼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언론 억압을 했던 과거 정부들과 비슷한 움직임이지요. 정권의 나팔수를 만들려고 하지만 이전보다 성숙해진 시민들과 발전한 언론이 가만히 두고 보지 않네요. 여러 언론에서 날마다 정권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지요.

 

그런데 이러한 ‘언론 길들이기’하려는 정권에 맞장구를 치는 언론들도 분명히 있지요. 흔히 ‘힘 있는 신문들’이라 할 수 있는 그 신문들은 촛불시위를 폄훼하고 PD수첩을 광우병 보도를 왜곡을 했다고 크게 보도하며 KBS 언론비평 프로그램을 비롯해 정연주 사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지요.

 

<신문읽기의 혁명>은 언론을 받아들일 때 고민하며 살펴볼 수 있도록 따끔한 충고를 하네요. 권력의 홍보지처럼 글을 쓰면서 세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문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려주죠.

 

자신이 구독하는 신문의 사설이 주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자신이 구독하는 신문의 사설을 주의 깊게 읽고 난 뒤 어떤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는 독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 책에서

 

지은이 손석춘은 현재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으로 언론개혁을 위해 애써온 사람이죠. 그는 기자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과 오랜 시간 공부한 한국 언론의 병폐들을 다양한 자료로 설명하네요.

 

박종철 서울대생 고문살해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 커다란 사건이지요. 그러나 특종 보도한 <중앙일보>는 당시 사회면 2단기사로 궁색하게 처리하였고 나흘 뒤에야 <동아일보>에서 1면 머리기사로 올라갔지요.

 

14대 총선을 앞두고 기무사가 개입하여 군부재자 투표 부정사건이 벌어졌을 때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반면에 <조선일보>에서는 사회 2면에 보일락 말락하게 1단으로 처리했지요.

 

가장 놀라운 건 권력에 빌붙다가 뒤늦게 비판하는 ‘하이에나’같은 태도죠. 하이에나언론은 죽은 고기에만 날카롭게 이빨을 세운다는 의미로 쓰이죠. 대표로 광주를 짓밟고 정권을 움켜쥐었던 전두환씨를 ‘새 시대의 기수’라고 평가했던 <동아일보>는 전씨가 재판에 서게 되자, ‘정치군인 영욕 끝내 철창으로’라고 썼더군요. 이를 보면 신문이 권력 앞에서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드러나죠.

 

이러한 정치권력 이상으로 편집권을 위협하는 자본권력에 대해서도 책은 다루죠.

 

광고주들은 정치권력 이상의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도 일반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숨은 권력’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문편집의 경제학은 편집의 정치학과 만난다.  - 책에서

 

지은이는 “독자들은 그 10개 정도의 기사들을 지면에 편집되어 있는 위치에서 각각 해체하여 기사 그대로의 가치를 스스로 판별해야 한다. 편집자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지면을 해체한 뒤에 이를 자신의 가치판단으로 다시 구성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신문읽기혁명’의 요체가 있다”며 독자 자신이 주체가 되어 시시비비를 가려서 세상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해요.

 

외압으로 언론이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언론의 정부견제와 비판이 더 건강한 사회로 만들어 준다는 걸 권력을 쥔 사람들은 왜 자꾸 까먹을까요? 언론이 권력에 휘둘려 “기자는 사실을 쓰지만 결국 거짓말이요, 소설가는 거짓말을 쓰지만 결국 사실”이라고 냉소를 했던 기자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꿋꿋하게 싸우며 지켜온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어요.

 

한 나라 한 시대의 언론 수준이 그 나라 그 시대의 독자 수준이자 국민 수준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어요. 독자인 국민들이 적극 나서서 언론을 올바르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이죠. 시민의식이 높아진 만큼 권력이 언론을 주무르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설 수밖에 없지요.

 

언론은 안경이지요. 안경이 어떠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이듯 언론이 어떠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이지요. 지금 한국은 어떤 안경을 쓰고 있나요.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충실한 대변인으로 만들려하고 독자들이 언론이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게 나서는 현재 상황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이 될까요.


신문 읽기의 혁명 2 - 경제를 읽어야 정치가 보인다

손석춘 지음, 개마고원(2009)


태그:#손석춘, #이명박, #언론개혁, #YTN,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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