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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담화문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담화문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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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살리기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섰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9월 2~3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 재개 가능성을 묻는 의원들에게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운하 사업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하천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당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친다. '대운하 전도사'로 나섰던 이재오 전 의원은 "파나마 운하가 국가의 경제를 지탱한다"며 운하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핵심 측근들과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조차도 "이제까지 대운하에 대한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공론화는 없었다"며 적극적 공론화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 6월 19일의 대통령 특별담화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전락한다.

대운하 국민 사기극, 대통령의 사과는 어디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담화문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당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여론의 80%에 육박했다. 그렇기에 모든 국민들은 당시의 담화내용을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용기 있는 포기 선언으로 받아 들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태도를 180도 바꿔서 포기가 아닌 '일시 중단'으로 해석하고 '국민이 반대하면'이 아니라 '국민이 원한다면'으로 뒤집어 대운하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니,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고 무엇인가?

대국민 사기극의 주범이 누구인지가 궁금하다. 대통령이 국민을 속인 것인지, 아니면 국토해양부와 여당이 대통령을 사기범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가 말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위장 전문가'라는 별명이 붙였던 경험을 상기하면, 올해 6월 19일의 대국민 특별담화가 일단 급한 촛불만 꺼보자는 위장 담화였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위장으로 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국토해양부와 여당이 대통령을 사기꾼으로 만들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이를 의심할 만한 전력은 충분하다. 시간을 조금만 돌려보자.

국토해양부의 운하 거짓말은 끝이 없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20일 서울에 입성, 한강을 따라 걷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20일 서울에 입성, 한강을 따라 걷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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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4일의 신년연설에서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는 100% 민자유치사업으로 국민세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제안하면 정부가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당시 대운하 건설 예정지에 대한 토지보상비 1조6천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고, 각종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임대하거나 양도할 방안도 검토 중이었다.

사업제안서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더니 국토해양부 내에 17명으로 구성된 비밀 운하TF를 구성하고 각종 특혜조치와 특별법을 통한 현행법 간소화절차 등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 함께 밝혀졌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당시 국토해양부는 해당 문건이 실무자 개인의 메모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신임 국토해양부 장관의 공식 업무 보고 자료에도 동일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러한 해명조차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비밀리에 운영되던 운하TF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즉각 해체한다고 밝혔으나, 총선이 끝난 직후인 4월 11일경에 운하 추진 기획단을 비밀리에 구성하였다가 5월에 언론을 통해 들통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운하추진기획단은 30억 원의 혈세를 들여 4월부터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하고 있던 것이 당시 연구를 진행하던 한 연구원의 양심선언을 통해서 밝혀지기도 했다. 국토해양부 내에서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의 연속이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6월 19일 대통령 특별담화가 발표된 날, "그동안 유지되어 오던 운하 추진 기획단을 해체하고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진행하던 연구용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의 행태를 볼 때 이마저도 사기극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당시에도 언론에 가려져 있던 경인운하 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운하지원팀은 해체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토해양부 장관은 9월 2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관계기관 간 협의를 거쳐 경인운하 사업을 재추진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언론은 올해 안에 경인운하 사업을 민간자본투자사업으로 고시하고 내년 상반기에 사업자를 모집하여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인운하는 한반도 대운하의 축소판

대선을 앞둔 2007년 7월 경인운하 예정지인 인천 굴포천 방수로 공사현장을 찾은 이명박 현 대통령.
 대선을 앞둔 2007년 7월 경인운하 예정지인 인천 굴포천 방수로 공사현장을 찾은 이명박 현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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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사업이 무엇인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시범사업으로 지칭되는 경인운하 사업은 서울의 강서구 개화동에서 인천 서구 시천동을 거쳐서 서해의 경기내만에 이르는 인공 물길로 길이 18㎞에 저폭이 80m이다. 규모면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완전 축소판이다. 비단 규모뿐이 아니라 경인운하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업의 경제성이다. 한반도 대운하의 중심축을 이루는 경부운하는 약 540㎞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경제학에서는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일정 규모까지는 규모가 커져야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 되는데 경부운하의 1/30밖에 되지 않는 사업이 경제성이 있을 턱이 없다.

특히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성 분석에 거론되는 6대 물동량이 컨테이너·해사·쓰레기·철강재·중고차·여객 등이다.

그 중 철강재와 중고차는 아예 경인운하를 지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쓰레기를 경인운하로 운송하려면 현재 서울시민들이 이용하는 한강고수부지에 쓰레기 집하장을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서울 시민들이 이용하는 한강시민공원에 쓰레기 집하장을 만드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여객 물동량도 타당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렇듯 6대 물동량 중에서 4개 물동량이 터무니없는 계획으로 잡혀 있어서 경제적 타당성은 0에 가깝다. 이 때문에 2002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분석한 타당성 보고에서도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재무적 타당성이 부족해 1조8천억원 공사비와는 별도로 9600억~1조76억원 정도를 사업자에게 국고 보조를 해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환경문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위에 언급된 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타당성 분석 보고서에서는 "현재의 경기내만의 오염 상황이 임계치에 도달해있어 추가적인 개발 사업은 경기내만의 환경오염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게 할 수 있다는 경고를 포함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운하의 원수로 사용하고자 하는 한강의 하류의 수질이 갈수기에는 3급수를 유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물을 운하에 사용하고 나서 서해에 방류하게 된다면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그 외에도 주변지역의 지하수오염이 심각해지고, 해사 세척수로 인한 한강 하류 생태계 오염 등의 환경문제에 대해서 국토해양부는 아직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연구결과 조작, 경인운하에도 있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연구원의 양심선언과 관련 2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운하 건설 계획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의 이와 같은 양심고백은 운하 계획의 부실함과 실체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 것"이라며 즉각적인 백지화를 촉구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연구원의 양심선언과 관련 2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운하 건설 계획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의 이와 같은 양심고백은 운하 계획의 부실함과 실체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 것"이라며 즉각적인 백지화를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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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토해양부가 이런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할 때마다 연구결과를 조작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반도 대운하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던 건설기술연구원의 경우도 김이태 연구원의 양심선언을 통해 국토해양부가 연구결과 조작을 시도했던 것이 밝혀졌다.

이와 유사하게, 과거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타당성 평가 과정에서도 당시 건설교통부가 한국개발연구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 연구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2003년의 감사원 감사결과로 밝혀진 바 있다. 또 조작을 시도했던 담당 과장을 포함하여 관련인사들을 징계조치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이렇듯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와 경인운하 사업 추진과정은 조작과 왜곡, 그리고 대국민 사기극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지난 6월 19일에 밝힌 대국민 특별담화조차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귀결된다면 이 정권에게는 이제껏 100차례가 넘는 촛불항쟁보다도 더 무서운 국민들의 분노에 찬 부메랑이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대충 얼버무리는 형식의 사과정도로는 사태가 마무리 되지 않을 것이다. 촛불시위가 잦아들면서 지금은 국민들의 분노가 수그러들은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정부의 공안탄압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이 사실을 오판하고 한반도 운하와 경인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무리하게 추진하고자 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사기를 친 대통령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은 이 점을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용신 기자는 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입니다.



태그:#경인운하, #한반도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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