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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나쁘니 '운하'를 파서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어떠냐고 국민들에게 설교를 하고 싶은가 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사실상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지가 두 달 조금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9월 3일, CEO 대통령의 직원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경부운하(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나섰다.

 

이런 발언은 '한반도대운하 전도사'인 이재오 전 의원의 '파나마 운하' 발언, 새물결국민행동과 한반도대운하재단 등의 활동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꼭 두 달 전인 7월 3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할 수 있다"는 발언도 떠오르게 된다.

 

잠깐, 여기서 당연한 질문을 하나 해보자. 그러면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관련 발언'이 어떤 꼼수인지 알 수 있다.

 

"한반도 대운하 삽질은 언제 가능하지?"

 

'한반도 대운하-신도시-도심재개발' 오랜 시간 필요... 당장은 경인운하?

 

이명박 정부가 말한 것처럼 5년 이상 걸릴 일을 1년 동안에, 대운하 건설 특별법수립→환경과 문화재 영향조사→타당성조사→기본설계→실시설계를 끝낸다고 가정해도 한반도 대운하 삽질은 2010년 봄이나 될 거다.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1년 6개월은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데 걸리는 시간치고는 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잘못했다가는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한다고 확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불교계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와 충돌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건설업체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이다.

 

건설업체에게 당장 대형 건설사업을 수주해줄 필요가 있는 이명박 정부.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간이 오래 걸린다. 또 국민적 반대로 추진이 쉽지 않다. 새도시건설계획, 도심재개발규제완화 역시 몇년 뒤에나 삽질을 시작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친정'인 건설업체에게 가장 빨리 발주해줄 수 있는 대형사업은 현재로선 '경인운하' 밖에 없다.

 

경인운하는 당장 내년부터 '삽질'을 할 수 있다. 1조9천억원이 투여되는 대형사업이다. 건설업체(현대건설이 1대 주주로 51.5% 지분 보유. 코오롱건설·KCC건설·극동건설·금호건설 등 11개사)에게는 호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가장 빨리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경인운하도 걸림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2003년 감사원의 지적이 복병이다. 감사원은 경인운하의 비용편익이 0.76 (100원 투자해서 76원을 번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해양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중단을 권고했다. '경제성 없다'는 것은 당장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방법으로 쓰고 있다. 당장 "감사원의 결과"라면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없다"는 감사원의 판단을 정부가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당시 감사에선 건설교통부가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분석 결과를 왜곡·과장한 사실을 확인하였고 관계자는 징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들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사실도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의 보고서가 입안의 가시인 셈이다.

 

또 이미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때문에 한번 홍역을 치른 뒤라 경인운하 추진 결정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가 경부운하(한반도 대운하)나 경인운하를 번갈아 언급하는 이유는 있다.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운하건설 반대 세력의 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인운하 재추진- 건설업계의 최종 목적? 대운하를 위한 초석? 

 

국토해양부는 9월 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보고한 업무보고를 통해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경인운하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답변의 형식이었지만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재추진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다음날인 9월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시장경제포럼 초청 강연에서 경부운하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작정을 한 듯이 한반도 대운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운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부추긴 것이다.

 

사실 업무보고 등에서 나온 질문은 경인운하에 관해서다. 하지만 지금은 경인운하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온통 '한반도 대운하' 이야기뿐이다. 언론들도 경인운하보다는 한반도 대운하를 더 많이 다루고 있다. 경인운하는 실제 추진되는 사업이고, 한반도 대운하는 말뿐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정종환 장관의 정치적 꼼수에 국민과 언론이 속은 것은 아닐까? 

 

우선, 건설 세력과 이명박 정부의 최종목표는 당초 대운하가 아니라 '경인운하'일 수도 있다. 경인운하는 10년 넘게 경제성이 없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아 건설되지 못한 사업이다. '한반도 대운하' 논란 속에 경인운하를 건설할 수 있다면, 대단한 성공이 아닐까?

 

다음으로, 경인운하 건설이 최종목표가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경인운하는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작업임에 틀림없다.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첫째, 주운관련법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는 한반도 대운하건설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될 것이다. ▲둘째, 경인운하 운영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 축적과 경인운하로 이동되는 물동량(실질적으로는 경제성은 없지만)은 경부운하의 경제성을 높이는 것으로 사용 될 것이다. ▲셋째, 경인운하는 수많은 정치적 수사어로 둔갑해 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사례로 이용될 것이다.

 

CEO 이명박 대통령의 최종목표가 무엇이든간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국민들의 관심사를 전환하는 정치적 수사로 언제든지 이용될 수 있다. 정종환 장관의 발언의 진위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정비작업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 더 시급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경인운하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가지고 오는 것이다.

 

경인운하가 건설된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누군가에 의해 한반도 대운하가 재추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경인운하 백지화를 위한 행동에 돌입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그:#대운하, #경인운하, #정종환, #한반도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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