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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전의 것이 다시 돌아온 예가 참 많다. 적게는 10년 전, 많게는 30년 전으로의 회귀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세제가 예전으로 돌아가고, 성적순으로 학생 세우기가 그렇고, 경찰에 소위 '백골단'이 생기는가 하면, 올림픽선수들 퍼레이드 논란이 그렇다.

 

진보 성향의 교수를 북한을 반대하는 사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잠자고 있던 보안법을 부활시켜 옭아 넣으려고 하는가 하면, 여러모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미모의 여간첩도 당당히 잡았다. 이는 거의 시체였던 보안법을 부활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 아닌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기독교인으로 기독교인 MB 대통령을 보는 내 눈이 비틀리는 것은 왜일까. 내가 비틀린 것인지, 그가 비틀린 것인지.

 

[부활1] 기독교 진리

 

기독교 신앙인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남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손에 닿지 않는 것을 만진다. 물론 신앙으로만 가능하다. 신앙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민감하며 이런 것들을 '영적인 선물'이라 말한다.

 

그러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가진 것처럼 흡족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행할 것 같은데 행복해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서 만족을 얻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고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그런 기독교 진리를 자신의 신앙으로 갖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할 기독교적 물음에 '예'라고 답해야 한다. 몇 가지만 예로 들자면,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믿는가?', '예수의 동정녀 탄생을 믿는가?',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속죄를 믿는가?', '예수의 부활을 믿는가?', '죽음 이후 세계를 믿는가?' 등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과학적 잣대에 익숙한 불신앙인은 납득이 안 간다. 바로 여기서 신앙과 불신의 차이가 나게 된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몇 해 전 어떤 제품의 광고카피다. 이는 또한 현대인, 특히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이들에게 당연한 진리다.

 

과학적 진리를 넘어서지 않으면 기독교진리와는 말 걸기가 힘들다. '보이는 것만 믿으라'는 '과학적 사고'는 '부활'이라는 '신앙적 사고'와는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독교인인 장로 대통령 MB와 MB의 사람들은 자꾸 이 선을 모호하게 하고 있다.

 

[부활2] 대운하가 은근슬쩍 일어나다

 

소위 정치를 '영적으로' 해서 그런지 모를 일이다. MB와 MB 정부의 사람들은 부활의 귀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번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활의 귀재로 마이크를 잡았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 재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잠자는 호랑이의 눈을 찌른 것이다. 그 호랑이가 만만한 호랑이가 아니란 걸 너무 모르는 소치다. 정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 시장경제포럼 초청강연이 끝난 후 뒤풀이를 제대로 했다. 대운하에 대하여 그의 대단한 소신(소신인지 정책인지?)을 밝힌 것이다.

 

"강을 치수공간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정 장관의 발언은 물을 두려워 할 게 아니고 "다른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강조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하여는 반대여론이 들끓자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특별담화를 통해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미 무덤에 들어간 줄 알았던 대운하가 정 장관의 발언과 함께 은근슬쩍 무덤을 박차고 나왔다. '부활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한 수 가르치려는 듯 말이다. 정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도 "경부운하는 취소된 게 아니라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시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정 장관의 연이은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이 살짝 흙으로 덮어놓은 '대운하 무덤'을 정 장관을 통해 다시 파헤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

 

[부활3] 관련주들이 발딱 일어나다

 

이미 업계에선 기정사실화하는 움직임이다. 치수사업을 벌여 뱃길을 먼저 복원한 뒤 물길 연결과 관문 설치 등은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는 업계에선 이번 정 장관의 발언으로 인하여 한결 힘을 얻고 적극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9월 위기설로 주가는 바닥을 찍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2일 1393포인트까지 내려갔다 가까스로 1400선을 지켰다. 코스닥 역시 장중 한 때 413포인트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이는 2007년 3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후보 시절 "내년이 되면 우리나라 주가는 3000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은 실물경제를 한 사람이기 때문에 허황된 정치얘기는 않겠다"며, "임기 5년 중 제대로 되면 주가가 5000으로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제는 바닥을 치고 주가 또한 좀처럼 일어날 기세가 없다. 무덤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는 경제와 주가를 부활시키는 묘수는 없는가. 다른 것은 다 부활을 시키면서 경제만큼은 안 된단 말인가. 부활의 귀재를 지켜보려는 순간 결국 정 장관이 대운하를 부활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정 장관의 발언은 괴력을 발휘했다. 주식시장에서 대운하 관련주들이 일제히 빨간불을 켜며 일어났다. 지난 3일 코스피는 전날에 비해 1.40% 오른 1427포인트, 코스닥은 1.97% 오른 426포인트로 마감했다. 하지만 대운하 관련주들은 대부분 상한가로 마감되었다.

 

정 장관의 발언으로 대운하가 무덤을 박차고 나와 주가를 들어 올리며 부활한 것이다. 주가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경제부활의 원천적 처방은 아니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부활의 비뚫어진 사용에 마음이 아프다.

 

10~20년 전에 쓰다 무덤에 버린 것들을 부활시킬 것이 아니다.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를 부활시킬 것이 아니다. 기독교신앙의 영적 부활을 물리적 부활, 정치적 부활로 악용하지 말라, 답답해하는 국민의 마음에 희망이란 부활을 선물하라. 가슴 쥐어짜며 경제를 바라보는 거반 죽은 서민을 부활시키라. 제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뉴스앤조이, 당당뉴스> 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운하, #대운하관련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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