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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이 한살이 된 기념으로 언론계에 발을 담그는 강호제현을 초대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9월 2일 프레스센터 12층 교육센터 대강당
 시사인이 한살이 된 기념으로 언론계에 발을 담그는 강호제현을 초대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9월 2일 프레스센터 12층 교육센터 대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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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돌잔치를 열었다. 2일 서울 프레스센터 12층 교육강당에서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가 사회자가 되었고, 문정우 <시사인> 편집국장, 이봉수 세명대학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이 발제를 맡았다. 김규원 <한겨레> 지역팀장,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노조위원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이병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 이재국 <경향신문> 미디어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독립'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언론사들은 다 모였다고 해야겠다.

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은 독립언론 1주년을 기념한 심포지엄에서 창간 1주년을 소회했다. 문 국장에 따르면 새매체를 창간한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뜯어말렸다. 파업을 했던 회사 역시 "쟤네들 3개월도 못 버틴다"며 소문을 내고 다녔고, 그 '짓'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들 역시 "차라리 해산하고 말지, 뭣하러 고생을 사서 하느냐"라거나 "지금 사이 좋을 때 헤어지는 게 낫지 나중에 회사 만들다 안 되면 서로 원망하다 웬수될 것 아니냐"는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바닥 민심을 확인한 결과, 이는 피상적인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본이 세상을 모두 휘어잡아 황량해 보이는 언론환경이지만, 이 때가 오히려 독립언론에게는 기회라는 것이다.

문 국장은 "요즘 대통령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살 만하다. 경향이나 한겨레도 이 점에 동의할 것이다"고 말했고, 경향신문의 이재국 기자와 한겨레의 김규원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 국장이 이명박 대통령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얼굴 없고 힘 없고 풍족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일깨워 "괜찮은 언론이 죽어가선 안 되겠구나"하는 마음을 강하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연못으로 고기를 내모든 것은 수달이며 새떼를 숲으로 내모는 것은 새매이다"라는 맹자의 구절이 어울리는 대목이다. 일전에 기사를 쓰던 시사저널은 18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다시 18년을 유지할 동력을 얻었다고 자신했다.

문 국장은 창간당시 한 인터뷰에서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기운을 느꼈다"고 말했는데, 이번 촛불집회 때 <거리편집국>을 운영하면서 이를 다시 확인했다고 술회했다. <시사IN>은 바로 그 민심에서 길어올린 매체이며, 독립언론들은 이 대목을 매우 유의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독립언론 어떻게 만들까, 중지를 모아봐

문정우 편집국장은 창간 즈음에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렸고 시사저널 회사도 3개월 못 버틴다며 비웃던 모습을 회상하며 실제 '거기'에 가본 결과 뜨거운 밑바닥 민심을 확인했으며 주위의 우려는 모두 피상적인 생각이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문정우 편집국장은 창간 즈음에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렸고 시사저널 회사도 3개월 못 버틴다며 비웃던 모습을 회상하며 실제 '거기'에 가본 결과 뜨거운 밑바닥 민심을 확인했으며 주위의 우려는 모두 피상적인 생각이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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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호흡하고 유지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 강호제현들이 말을 보태주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따끔한 지적은 한겨레 이병 이사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한겨레 창간멤버이기도 한데, 한겨레 창간 당시 해직기자 출신의 홍보실 상사는 "경영이 쉽지는 않을 거다"라는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시사인 창간 당시 편집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편집은 경험이 출중한 기자들이 있어서 걱정이 안 되지만, 경영에 대한 부분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실제로 시사인은 1년 동안 잡지 만들기와 정기구독자 늘리기에 주력하였고 경영에는 다소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다. 시사인의 한 기자는 "시사인은 1년 동안 경영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겨레는 91년 공덕동으로 사옥을 옮기며 단행본 사업을 시작했고, 곧이어 <한겨레21>을 창간해 주간지로서는 최초로 당해년도에 흑자를 기록한다.

95년에는 영화주간지 <씨네21>을 창간하며 젊은 독자들의 문화코드에 일대 충격을 주었다. 그 외에도 초록마을 유통사업과 한겨레투어, 99년에는 인터넷 한겨레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겨레리빙' 부문이 1년간 1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낸 이후로 신사업 발굴작업은 위축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병 이사는 매채 부문과 비매체 부문의 고른 확장이 독립언론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그는 '가디언'을 예로 들었는데, 가디언 본지는 해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가디언이 만들어낸 비매체 부문은 꾸준한 수익을 내주고 있기 때문에 자본에 의한 논조의 굴복 없이 지금껏 독립언론의 드높은 위상을 드날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노조위원장은 본질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연호 기자는 모두가 하나의 모델을 만들 필요는 없으며 각자 만들어낸 모델을 공유하면 좋은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립언론'을 절대가치화하려는 관성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도 수명이 있듯이 독립언론 역시 나이가 들어서 늙어죽을 수밖에 없다. 그때는 젊고 건강한 이들이 독립언론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라도 대의를 계승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오 기자는 "우리가 열심히 하더라도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네이버, 다음과 우리 모두를 뛰어넘는, 즉 모든 것을 초월한 독립언론이 생겨날 것이다. 이들이 태어날 수 있도록 '죽을 준비'를 하는 게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의미심장한 결론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이병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시사인의 앞에 진짜 남겨진 승부는 '경영'이라고 조언했다.
 이병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시사인의 앞에 진짜 남겨진 승부는 '경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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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김훤주 노조위원장은 '독립'이라는 말 자체가 다른 무엇인가에 기대어 있는 상태를 뜻하므로 '독립'은 항상 지배를 전제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주로 언론계에 '만연'(?)한 관습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선민의식이나 특권의식이 담겨 있는 '언론인'이라는 말이 이에 해당한다.

그 자리에 참여했던 나도 '독립언론'의 '독립'이라는 말이 동아투위, 조선투위 때 쓰던 의미를 빌려 쓰는 것일 뿐이며 2008년에 맞는 '새로운 독립'이라는 개념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언론계에서는 '독립'이라는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숭앙하는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의 한정된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는 관습의 그림자도 느낄 수 있었다. 시사저널 파업은 권력이 정권에서 자본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요즘은 다시 정권이 새로이 권좌를 되찾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자본은 지금껏 한번도 권좌에서 물러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정권과 자본'이라는 가장 '쎈 놈' 두 명이 힘을 합한 상황에 독립언론이 몰려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로 따지면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합병된 상황과 같다. 그리고 시사저널 때 자유언론을 세우기 위해 지원에 나섰던 독자들이 이제는 언론소비자의 주권을 찾기 위해 구속과 기소 등 정권에 의한 탄압을 무릅쓰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도 반영이 안 됐다. 그저 '그들만의 잔치'에 머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스쳤다.

언론사들이 모인 토론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다음에는 언론사가 밑바닥의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는 건강미 넘치는 자리를 마련해 기사쓸 맛이 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태그:#시사인, #시사인 1주년, #시사인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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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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