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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과정 없이 임명을 강행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뒤늦게 국회에 나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안병만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실시했다. 지난 달 국회 파행이 거듭되면서 인사청문회 절차 없이 임명된 안 장관에 대해 상임위 차원의 검증으로 대체한 것이다.

 

안 장관은 이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까지 받아놓은 상태여서 이날 인사검증은 후보자 신분의 인사청문회보다 긴장감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 외국어대 총장 재직시절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 총장 퇴임 당시 2000만원의 전별금 수수 ▲ 부친의 친일 경력 등 안 장관의 도덕성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을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폈고, 안 장관은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축구에서도 2번 경고받으면 퇴장, 5번 경고받은 사람이..."

 

첫 포문은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인사검증을 준비하면서 많은 자괴감을 느꼈다"며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망연자실함을 감출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교육 수장으로서 안병만 장관이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인 2005년(7대) 교수협의회가 (안 장관이) 총장 업무추진비 중 2900여만원을 부당하게 썼다고 발표했고 본인도 인정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총장직을 사퇴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1998년(5대) 총장 퇴임 직후에는 2000만원의 전별금도 받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전별금 논란이 불거지자) 교수협의회를 통해 5000만원의 학교발전기금을 약속했는데 도덕성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이는 재벌총수들이 사법절차가 눈 앞에 다가오자 사회환원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도덕적으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2000만원은 내가 (퇴임 후) 미국에 있을 때 받은 것으로 전별금 성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나중에 무혐의 판결이 났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의 '검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안 장관은 (총장 재임시절) 업무감사와 관련해서 교육부로부터 5번의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며 "축구에서도 2번 경고받으면 퇴장이다, 5번의 경고를 받은 사람이 해당 부처인 교육부장관으로 취임하는 것은 잘못 아니냐"고 지적했다.

 

"피 같은 학생 등록금으로 골프... 사과하라"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대한민국 몇 번째 교육부 장관이 됐는지 아느냐"는 질문으로 안 장관의 허를 찔렀다. 안 장관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안 의원은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52번째 교육 수장이 된 것"이라고 면박을 줬다.

 

안 의원도 안 장관의 외대 총장 재직 시절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을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2년 10월부터 2년간 40차례에 걸쳐 4000만원의 골프비용을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부모는 허리가 휘고 먹는 것 아끼고 빚을 내서 등록금을 냈다"며 "피같은 등록금으로 골프비용을 지출한 것에 대해 학부모, 학생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안병만 장관은 "총장이 골프를 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학교 발전을 위해 골프를 친 것" 등의 해명을 내놨다가, 안 의원으로부터 "골프를 치지 않은 대학 총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결국 안 장관은 "액수만 본다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안 장관의 부친이 일제강점기인 1928년 4월 순경으로 경찰관 생활을 시작해 1944년 시험을 통해 순사부장으로 승진한 뒤, 전북 이리경찰서에서 근무한 사실을 보여주는 경찰청 제출 자료를 공개하며 사실 여부를 추궁했다.

 

안 의원은 "안 장관의 부친이 일제시대 순사부장까지 지냈다"며 "민족 정기를 가르치는 교육부 수장의 부친이 일제 순사였다는 것이 국민 정서상 용납될 수 있겠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의 잣대로 안 장관을 평가한다면 장관 명함도 내밀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부친은 당시 직업으로써 경찰을 한 것일 뿐, 어떤 상황에서도 친일을 위해 민족을 속이거나 압박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안민석 "부친이 순사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들었나?"

안병만 "낮은 직위에서 일한 것으로 기억한다"

 

안민석 "신기남 전 의원이 일제시대 부친 경력으로 당 의장직을 사퇴한 일을 아나?"

안병만 "신문에서 봤다."

 

안민석 "장관의 부친께서 독립투사를 잡아들이고, 친일에 앞장서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다. 그런데 민족정기를 가르치는 교육부 수장의 부친이 일제 순사였다는 것을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나."

안병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안민석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인가?"

안병만 "그렇다. 아버님이 경찰 하신 것을 저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님이 경찰하신 것은 직업이었다. 일제시대 때 어려운 생활에서 하나의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다. 제 선친을 아는 입장에서, 제 선친은 절대로 어떤 상황에서 친일을 하기 위해 민족을 속이거나 압박을 가한 일이 없었다는 것을 단언한다. 부친의 청렴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때 아버지 직업으로 아들이 이런 일 할 수 있다, 없다 하는 것은 안된다."

 

안민석 "장관의 부친은 1944년에 순사부장까지 했다. (소설) '토지'에 순사부장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다. '조선놈의 새끼치고 순사부장이 어디야, 네깟놈이 꿈이나 꾸어봐?' 교과부장관으로서 독도 문제나 교과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독립투사와 같은 기개가 필요하다고 본다. 참여정부 때 들이댔던 잣대로 안 장관을 평가한다면 명함이나 내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안병만 장관은 안 의원의 질문이 끝났지만, "아버님은 제가 인격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며 "하나의 직장으로써 경찰을 택한 것은 그 당시 상황으로 불가피했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다시 한번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답변을 하는 내내 안 장관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후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 차례가 되었지만, 이 의원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교육세 관련 수치를 묻는 이 의원의 질문에도 안 장관은 "지금 제가 잠깐… 알고 있었는데… 생각이 안난다"고 답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한편 안병만 장관은 이날 대학 본고사 금지 등 이전 정부가 고수해온 '3불 정책'에 대해 "유지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안 장관은 "수학능력시험으로도 학생들의 능력을 잘 평가할 수 있다"며 "대학 본고사 금지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또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아직 사회적 문화가 성숙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고교 등급제의 경우도 서열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쪽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국회 인사검증, #일제시대 순사, #등록금,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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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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