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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을 위해 기다리고있는 사람들
▲ 사람들로 붐비는 병원 수납창구의 모습 수납을 위해 기다리고있는 사람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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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중 병원비를 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영수증을 꼼꼼이 살펴본 사람 중엔 목록에 특진비라는 가격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의아하게 돌아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진비는 말 그대로 특별한 진료비이다. 병원에서 경력과 능력이 있는 의사와 아닌 의사들에게 다른 비용을 내고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즉 더 뛰어난 의사에게는 특별히 더 많은 비용을 내고 진료를 받게 하여 환자 선택권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특진의사 선택기준이 모호하고 선택진료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폐해가 여러가지다.

병원들이 주장하는 바는 "선택진료제는 국가가 개입해서 병원과 환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므로 타당한 제도"라는 것이다. "병원 안에서는 의사들끼리 경쟁을 끌어내 더 질 높은 의사들을 양성할 수 있고, 환자들에게는 특진의사와 비특진의사를 두어 의사 선택권을 보장해 줄 수 있다" 라는 설명이다.

특진 의사가 되려면 경력이 10~15년 이상이면 가능하다고 보건복지부령 제174호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에 나와 있다. 하지만 의사가 외국에 나가 있던 기간까지 경력에 포함될 수 있으며, 자신이 현재 소속된 병원의 경력 뿐만 아니라 중·소병원에서 일한 것까지 모두 경력에 들어갈 수 있다.

병원들은 제각각 만든 기준과 의사들의 경력사항을 환자들에게 일일히 알려주고 있을까?

누구를 위한 선택진료제인가?

며칠 전 몸이 좋지 않아 찾은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부터 '선택진료신청서'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선택진료 신청서에는 관련 과 의사들의 이름만 나와있을 뿐이지 그 의사에 관련된 정보는 그 어느 곳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작성하라고 하길래 생각없이 적은 뒤 어떤 의사에 체크를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어느분이 특진의사시죠? 어디에 체크해야 될 지 모르겠네요…."

그러자 수납에서 근무하시는 직원분이 답변하셨다.

"요일이랑 시간대가 맞아 진료가 가능하신 의사선생님께 체크하세요."

그 말을 듣고는 내가 원하는 의사를 선택하는 것인지 병원의 스케쥴에 맞춰서 병원의 편의에 맞게 내가 선택을 받는 것인지 의아했다.

수납창구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순서번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앉아 있었고, 창구에서 선택진료신청서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 선택진료의사들의 관련정보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의사들의 능력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고 하지만 정작 환자들에게 의사들에 대한 정보제공도 없고, 선택진료제에 대한 내용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환자를 위한 선택진료제라 할 수 있을까?

병원의 수입보전수단 '선택진료제'

선택진료신청서
▲ 선택진료신청서 선택진료신청서
ⓒ 원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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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가족부가 밝힌 선택진료제의 개요에는 진료과목별로 선택진료의사와 비선택진료의사의 명단 및 진료시간표, 선택진료의사의 경력과 세부전문분야 등 환자 또는 그 보호자가 특정한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비치하고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내가 찾은 병원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정보였다. 다른 병원들은 이를 잘 지키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선택진료신청서 선택진료 추가비용 산정기준을 보면 진찰료부터 정신요법, 마취, 방사선치료비까지 최소 20%에서 최대 100%까지 선택진료비를 추가 징수하고 있다. 일반 진료에 비해서 꽤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원에서 선택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을 것 같았다. 2004년 정화원 의원실에서 내놓은 '주요 의료기관의 총진료비 대비 선택진료비 비율'을 보니 총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최소 4.40%에서 7.83%였다. 금액은 최대 5702억원에 이르렀다.

자신이 원치 않았는데 선택진료가 됐거나, 정보 부족으로 선택진료가 됐다면 병원은 '공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의도적으로 선택진료를 모호하게 운영하고 있다면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작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투명하지 않은 선택진료비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전 17대 민주노동당 의원이었던 서귀포시여성농민회 '우리종자-먹을거리사업단' 현애자 단장은 선택진료제는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선택진료비를 내도록 하여 병원 수입을 보전하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애자의원실 관계자는 "의료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최고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료의 공공성 원칙에 배치되는 선택진료제라는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제도인만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선택진료제의 '사라짐'을 위하여

환자들을 위하는 제도라 하지만 문제가 많은 선택진료제. 앞으로 이 아이러니한 선택진료제를 어떻게 손질해야 할까? 

첫째,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병원 수입의 보전을 위해 선택진료제의 고수를 주장하는 병원들은 비합리적인 이 제도말고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재정에 대한 명확한 공개를 통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병원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총진료비대비 선택진료비비율표
▲ 총진료비대비 선택진료비비율 총진료비대비 선택진료비비율표
ⓒ 정화원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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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국회는 매번 국정감사에서 선택진료제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폐지 개정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더이상 미루는 일 없이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선택진료제에 대해 불법적인 실태조사를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관리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선택진료제가 사라지기 전까지 철저한 관리와 감독, 그리고 서비스 질 향상에 힘써야 한다.

지금까지 말한 병원, 국회, 정부 개개인들의 노력과 함께 밀접한 협력, 대화가 필요하다. 그를 통해 '국민들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진료제를 받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다.

잘했으면 당근을, 못했으면 채찍은 휘둘러 주어야 경각심을 가지고 각 기관들이 국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선택진료제와 같은 기이한 제도들이 더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태그:#선택진료제, #병원, #의료보험,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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