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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연기군에 사는 죄로 연기군에 있는 산은 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무감에서 토요일 오후(30일)를 할애했다. 국도 1호선을 타고 천안을 거쳐 조치원 쪽으로 달리다 전의면을 지나 전동면 경계에 이르면 '운주산'이란 바위 입구 푯말을 만나게 된다.

 

주차시설도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고 자그마한 가게와 운주산문화광광해설사까지 만날 수 있다. 해설사와 동행하려면 미리 연기군청에 연락을 해야 한다. 주차장 가게 주인에게 문화관광해설사 이야기를 했더니 안내 표지판이 잘 돼 있는데 굳이 해설사까지 동행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미리 연락하고 오지 않으면 같이 오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역사] 운주산, 운주산성

 

운주산은 연기군 말고도 영천시와 포항시에 걸쳐 있다. 해발 800여m의 산도 있다. 연기군 운주산은 해발 460m의 낮은 산인데 서쪽과 남쪽으로 3개의 봉우리를 끼고 포곡식 산성이 둘러싸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전의면 동쪽에 고산(高山)이 있고, 이 산에 고산산성(高山山城)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의 운주산성을 말한다.

 

1998년 충남도지정기념물 제79호로 길이 3210㎡의 성곽을 보수하고 지정하였다. 성내에서는 백제시대의 토기 조각과 고려, 조선시대의 자기 조각, 백제·고려·조선시대의 기와조각 등이 발견되어 역사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운주산성은 서기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풍왕과 복신, 도침 장군을 선두로 일어났던 백제부흥운동 구국항쟁지의 최후 보루였다. 둘레 3210m, 폭 2m, 높이 2∼8m로 축조된 성안에는 3개의 우물터 흔적이 있고 중턱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지금은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져 피어 있다.

 

성안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 잡풀들이 우거져 눈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래 성곽은 무너져 흔적만이 남아 있고 성곽의 형태를 보전하고 있는 곳은 얼마 안 되는데 연기군에서는 도지정 기념물이 되면서 복원작업을 하였다.

 

산성복원작업(동문지, 서문지)이 이뤄진 곳이 197.6m, 동문 쪽 주춧돌 발견 건물지 복원작업이 이뤄진 곳이 약 150㎡ 정도다. 등산객들이 보는 성곽은 대부분 복원 이후 것들이다. 주차장에서 성곽부분까지 오르는 것만 해도 3-40분은 잡아야 한다. 비교적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안내] 등산하는 여러가지 길

 

 

운주산 등산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먼저 노약자라든가 긴 등산이 곤란한 사람은 주차장부터 오르기보다 주차장을 지나 성곽까지 난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새로 복원된 운주산성 정문을 지나 약수터까지 올라가 주차하고 정상까지 오르는 방법이다. 2-30분이면 주차한 곳까지 내려올 수 있어 데이트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주차는 서너 대 할 수 있다.

 

조금 더 걷고 싶으면 성곽 정문 앞에 주차를 하고 올라도 된다. 성문을 지나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1시간 거리로 코스가 짧다. 성문에서 오른쪽 성곽으로 올라 왼쪽 성곽로로 내려오거나 그 반대로 할 수도 있다. 성곽을 도는 데만도 2시간 가량 잡는 게 좋다.

 

운주산 정상에 오르면 '백제의 얼 상징탑'이 등산객을 반긴다. 먼 하늘과 구름이 훠이 떠가는 모습이 한가롭고 아름답다. 운주산 정상에서는 조치원읍, 독립기념관, 천안시, 청주시는 물론 맑은 날에는 아산만까지 볼 수가 있다고 한다. 난 아직 아산만은 본 적이 없다.

 

[나쁜 점] 쓰레기, 관리소홀

 

이번에는 조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올랐던지라 색다른 스케치를 했다. 등산로 1m내로 쓰레기가 얼마나 있는지 카메라에 담기로 한 것이다. 비교적 한적한 등산로이고 연기군에서도 신경을 써 등산로 정비나 운동기구 설치 등을 하는 터라 깨끗할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어이없이 빗나갔다. 3시간 남짓의 등산에서 여러 종류의 쓰레기를 여러 컷 찍었으니 말이다. 등산객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하산할 때 되가져올 수 있는데, 어떤 쓰레기는 몇 년이 지난 것도 있었다.

 

 

관리를 하는 당국에서도 조금만 산경을 쓰면 해결될 일이다. 군데군데 쓰레기통을 비치한다던가, 아니면 정규적으로 청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내 눈에 오래된 쓰레기들이 들어오고 보니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전기시설 설치를 나무에 한 것이다. 얼마나 내 눈에 거슬리는지. 전봇대를 세우고 전기시설을 하는 게 마땅하다. 이런 식으로 전기시설을 하면 나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데군데 달아놓은 등산안내 꼬리표도 볼썽 사납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나 산을 사랑하여 등산하는 사람이라면 나무를 괴롭히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운주산은 오를 때마다 무엇인가 바뀐 흔적이 있어 좋은 산이다. 지난 초여름에는 등산로를 정비하는 손길로 바쁜 걸 봤다. 이번에는 새로운 운동기구들이 가지런히 설치된 게 보였다. 나무 이름을 달아준 일이라든가, 안내 표지판을 정성스레 설치한 일 등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운동기구를 설치만 했지 관리하지 않아 잡풀들 사이에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좋은 점] 등산로, 화장실, 자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산이 아님에도 등산로가 훌륭하게 정비되어 있다. 약수터에는 산을 사랑하고 아끼자는 취지의 방송까지 흘러나온다. 주차장 옆에 있는 화장실도 수준급이다. 시설도 그렇지만 은은한 피아노 선율에 마음을 빼앗길 정도다.

 

한 이용객이 "이거 화장실 맞아?" 하며 흡족해하는 모습이 너그러움을 가져다주었다. 안내 표지판들이 참으로 깔끔하고 아름답다. 안내 표지판만 잘 보고 오르면 가게 주인의 말대로 문화관광해설사가 필요 없다.

 

참 기분 좋은 하루였다. 약수터를 거의 다 갔을 무렵 나는 사슴벌레를 만났다. 어렸을 때는 흔하던 벌레지만 지금은 그리 흔치가 않다. 요 며칠 전 음식점에 갔다가 사슴벌레를 잡아다가 통속에 넣어놓고 2만5천원에 파는 걸 본 적이 있다.

 

근데 내가 오늘 사슴벌레를 본 것이다. 카메라셔터를 연신 누르며 사슴벌레의 동태를 살폈다. 그 활발함을 보니 나도 괜히 신이 났다. 너무 버둥거리다 땅바닥에 떨어졌다. 혹 차에라도 치일까봐 다시 길가 숲으로 돌려보내며 '아직 숲은 살아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흐드러진 풀꽃들, 높은 하늘, 그 높은 하늘을 유유히 떠가는 구름 그리고 운주산 정상, 그 한가운데 내가 서있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싶다. 내가 망한 백제의 풍왕이나 복신, 도침 장군은 아니니 성곽을 의지해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구국의 터에서 나의 구국을 생각했다. 지금 나의 구국은 무엇일까. 풀꽃 한포기라도 아끼고 사랑하며, 쓰레기 되가져오기를 실천하므로 구국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작디작은 생각을 해본다.

 

사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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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갓피플, 미디어다음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운주산, #운주산성, #연기군, #등산, #사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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