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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KBS 선후배 동료 여러분!반갑습니다. KBS 공채 4기 이병순입니다.

 

지난 77년, 최고의 기자가 되겠다며 KBS에 첫 발을 들여놓은 지 31년이 흐른 오늘-지금에 와서야, KBS는 오랜 염원 한 가지를 이뤘습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출범한 지 35년 만에 첫 내부출신 사장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벅찬 감회와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국민과 시청자들은 공영 방송의 미래를 우리 손에 맡겼습니다. 제 자신이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선후배 동료 여러분들이 방송경영인의 자리를 이어갈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더욱 무겁습니다.

 

존경하는 KBS 임직원 여러분 KBS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은 냉혹합니다. 방송 환경은 임직원 여러분이 몸으로 느끼시듯이 이미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한지 오랩니다. KBS가 세계적인 공영 방송으로 우뚝 설 것인지 아니면 지탄과 적자의 고통을 자초할 것인지는 바로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KBS의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미래를 일구기 위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존경하는 시청자와 국민들께 몇 가지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KBS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방송은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시청자를 자칫 한 방향으로 이끌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KBS는 지난 몇 년 동안 공정성과 중립성 시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공정성을 잃을 경우 KBS가 어렵게 쌓아올린 국민적 신뢰는 한 순간에 추락하고, 공영성 여부까지 문제될 소지가 클 뿐더러 나아가 정보의 왜곡으로 민주주의의 발전까지 저해할 것입니다.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시청자의 다양한 시각들을 충실히 대변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정 이해집단에 치우치는 방송은 KBS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위태롭게 할 것입니다. 사회통합과 조정의 역할 대신, 지나친 편향성으로 시청자의 따가운 지적을 받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KBS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수록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보다 균형있게 보도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일수록 공정하고 정확하며, 진실을 담아야 마땅합니다. 이를 위해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방송 제작진과 출연진의 자세도 중요합니다. 우리 KBS의 제작자와 진행자들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깊이 가슴에 되새겨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작진과 출연진의 자율적 내부 규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KBS의 공영성 확보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과제입니다.

 

공영성은 KBS의 최우선 가치입니다. 공영성은 KBS 제도와 운영체계 전반에 투영되고 반영돼야 합니다. 편성·제작·평가 등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제 1의 기준이자 KBS 사장의 역할 수행에 최고의 준거가 될 것입니다.

 

무한 경쟁시대의 방송환경에서 생존문제에 매몰되다 보면 공영성보다는 자칫 상업성의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KBS로서는 더욱 더 달콤한 유혹이 될 수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상업성이 팽배할수록, 거꾸로 가는 길-공영성을 철저히 지키는 길이 KBS의 정도일 것입니다. 그럴수록 공영방송 KBS의 존재 가치가 더욱 빛날 것입니다. 저는 임기동안 KBS의 공영성을 금과옥조로 삼아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KBS는 앞으로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와 의견을 끊임없이 수렴하고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겠습니다. 시청자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소외된 계층의 문화를 전달해  민주 공론의 광장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공영성이 담보된 고품격 문화예술·교양 프로그램의 제작을 늘리겠습니다.

 

KBS가 일부 비판받아온 과다한 오락성과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겠습니다. 선정성이나 특정 이념에 여과 없이 노출되는 실수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사후 심의제도를 철저히 운영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 온 프로그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습니다. 제작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변화하겠습니다.

 

셋째, KBS의 독립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BS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사회 이익집단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율을 의미합니다. 이는 재정 안정화가 가능할 때 비로소,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므로 수신료 현실화가 필수적입니다.

 

KBS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분과 저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중요합니다. 두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되새기면서 최선을 다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겠습니다.

 

넷째, 시청자와 국민 여러분들께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송, 수신료를 더 내고 싶은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수신료를 낭비하지 않는 조직 구현을 위해 저는 경쟁의 미학으로 KBS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겠습니다. 이런 경쟁은 KBS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방송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KBS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할 때마다, 제도개선을 추진할 때마다, 후렴처럼 경영효율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저는 KBS에 보다 효율적인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어디보다 더 강한 조직으로 바꾸어 가겠습니다. KBS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뼈를 깎는 고통분담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겠습니다. 프로그램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작비의 거품 걷어내기를 통해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겠습니다. 국민들이 방만경영이라고 지적하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개혁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해볼 계획입니다.

 

사업 실명제나 본부별 사업제를 실시해 KBS의 공적 재원을 기준 이상으로 투입하는 제작진은 반드시 사후 평가를 통해 점검하겠습니다. 공영성은 물론, 효율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은 과감히 배제하고 관련 재원은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적자가 나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KBS에서는 경영합리화를 통해 적자가 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KBS는 경영성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풍토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실질적인 권한을 본부장, 계열사 사장에게 위임하여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반드시 묻도록 하겠습니다. 저 또한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이사회에서 평가받겠습니다.

 

노사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KBS 노사는 전통적으로 대립 개념이 아니라 시청자와 국민을 위한,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왔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이런 전통을 이어받아 건전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 대등한 노사관계를 유지하여 KBS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이제 사랑하는 KBS 선후배 동료 여러분들께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그동안 조직 안에서 빚어진 갈등들을 해소하고 조직의 화합과 안정을 통해 'KBS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이를 위해 사장으로서 공평·무사의 원칙을 지키고 편 가르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사원 모두의 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직종 간 갈등도, 신구세대간 갈등도 이제 모두 씻어버립시다! 서로 전문가로서  존경하고 선배는 경륜으로, 후배는 젊음과 패기로 '하나된 KBS'를 위해 손을 잡읍시다. 모두 '하나된 KBS'를 위해 어깨동무로 전진합시다!

 

둘째로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과 절제가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에 자율과 창의는 필수입니다. 최대한 보장하겠습니다. 저는, 방송사 시스템은 일선 제작진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장은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관리하는 자리입니다. 여러분들은 저를 상대로 명분과 실리를 제시하고, 여러분에게 열려있는 권한들을 십분 행사해주십시오.

 

셋째로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조직문화'를 만들겠습니다.

 

KBS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인적자원이었고, 이런 힘은 기초부터 다져온 전문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팀제가 실시된 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야기되면서 조직과 구성원의 피로감이 두드러진 것이 현실입니다. 후배들은 제작 부담이 대폭 늘어났는데도, 선배들은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들어, 기본과 기초를 경시하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수습사원부터 기초를 차근차근 쌓아올릴 수 있는 제작 여건과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KBS 선후배 동료여러분!

 

저는 여러분에게 알려진 것보다는 더 따뜻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에게, 파괴나 분열보다는 희망의 무지개를 그려주는 사람들과 동행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지시와 독촉의 호루라기는 절제하는 대신 격려의 박수를 더 크게 쳐주는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선배님과 후배 여러분, 희망은 보이지 않는 길이라고 합니다. 분열과 갈등의 골을 메우고,

KBS 깃발을 다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감사합니다.


태그:#이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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