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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 덕분에 이제 집권 초기 어수선함을 딛고 새 마음 새 뜻으로 미래를 위한 새 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맞아 25~26일 이틀에 걸쳐 한나라당 책임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역대 정권과 비교해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지난 6개월의 국정 난맥상을 "집권 초의 어수선함"이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과 당이 올바로 평가를 받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움과 걱정이 크셨을 줄 안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초 '고소영·강부자 내각'이라는 지적을 받은 인사 파동,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졸속 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시위, 방송장악 논란 등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반성보다는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국민사과 하던 이 대통령, 반성은 어디 갔나

 

이 대통령의 인식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6개월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시계를 20년 뒤로 되돌린 역주행의 6개월이었다(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평가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6개월에 대해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 삶의 선진화를 준비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지난 6개월 동안 국민의 안전과 규제완화·감세·공기업 선진화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에 최우선 역점을 두고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아전인수식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또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장 4년 걸리는 산업단지 개발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등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데에 주력했으며, 규제를 세계적 기준에 맞추어 개선·정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적인 고유가·고환율, 그리고 성장률 하락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대내외적인 장기적 경쟁력 확충을 도모함과 동시에, 어려울 때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유가·통신요금·학자금 지원등 서민생활 안정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발표한 '6개월 평가' 어디에도 인사파동이나 촛불정국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정부부처들도 자화자찬과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기 바빴다. 지난주 "정권 출범 6개월의 성과를 적극 홍보하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굴욕적인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당사자인 농림수산식품부는 25일 '새정부 출범 6개월 농식품 분야 성과'라는 내용의 기자브리핑에서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농식품 정책 방향과 과제 정립, 농식품 안전관리 강화, 농어촌의 활력 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농식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령개정과 정책개발, 제도개선을 추진했다"며 "도·농간 상생체제를 구축해 국민생활에 가까이 가는 생활밀착형 농식품 행정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33쪽의 보도자료 중 한·미 쇠고기 졸속 협상에 대한 언급은 "미국산 쇠고기 협의와 관련해 광우병 논란과 촛불시위를 야기하고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한 점 등 일부 미흡한 점도 있었음"이라는 단 한 문장이 전부였다.

 

금융위원회는 전광우 위원장이 직접 나서 지난 6개월간을 평가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개월간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의미 있는 출발을 했다"며 "규제개혁을 적극 추진해왔고 금융시장의 잠재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정책대응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나 외화차입을 막지 못하는 등 금융감독당국으로서의 독자적인 위상을 성립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었다.

 

환경부에서는 뒤늦게 26일 '국민 체감 환경질 개선, 보전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환경행정'이라는 제목의 6개월 평가 보도자료를 냈지만, 역시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그나마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 등은 청와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난 6개월에 대한 별도 평가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 "별로 한 것도 없이 어떻게 홍보를 하느냐"는 내부의 자조섞인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지지율 30% 회복?... "역사적 대죄를 졌는데" 

 

오히려 촛불시위 등 성난 민심이 국정운영을 어렵게 했다는 불만섞인 인식을 청와대는 여과없이 노출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출범 이후 촛불시위 등으로 인해 새 비전 및 계획 수립, 국정과제의 정상적인 추진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역사적인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6개월을 맞은 만큼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이같은 아전인수식 자화자찬은 최근 지지율의 반등에 고무된 측면이 없지 않다.

 

촛불정국에서 10%대까지 바닥을 쳤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30%까지 회복됐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요즘 국정 지지도도 좀 올라가고 한나라당도 인기가 많이 오르고 있다"면서 "(경제 살리기) 액셀러레이터를 좀 밟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여전히 60%가 넘는 국민들이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25일 <조선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대답을 한 것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안국포럼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로 불리는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데일리안>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정부는 지난 6개월간 쫄딱 망했고, 역사적 대죄를 졌다"고 한탄했지만, 이 내용이 이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태그:#이명박 정부 6개월 평가, #청와대, #한승수 국무총리, #박희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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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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