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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났다. 근처 식당 중에 마음에 드는 '상카라 베지스'에 들어가서 아침을 먹었다. 현지 음식을 먹는 걸 기본으로 하기에 인도 요리 이것저것을 먹으며 즐기고 있었다. 옥상에서 먹을까 했으나 뜨거운 날씨에 땀이 절로 쏟아져 1층에서 아침 세트메뉴를 먹는데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사장이 접대를 해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런 식당을 운영할 정도로 부자인 거 같다고 하니까 겸손하게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돈을 더 벌면 자녀들을 데리고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면서 하나 같이 다 성격이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조용하게 "일본 사람들은 조금……"이라고 하며 웃었다. 한국과 일본 여행객들이 무척 많이 온다고 한다.

 

꽤 오랜 이야기를 한 뒤 타지마할로 갔다. 물품보관소에서 가방을 맡기고 입장료를 냈다. 입장료는 무려 750루피, 실제 입장료는 250루피인데 인도 고고학회에서 500루피 ADA기금을 받는다. 유적관리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비쌌지만 여기까지 와서 타지마할을 안 들어갈 수도 없고, 가격을 치르고 들어갔다. ADA 영수증을 갖고 있으면 아그라에 있는 다른 유적지 ADA 요금을 당일에 한해 면제가 되기에 잘 챙겼다.

 

딱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하얀 궁전, 타지마할은 멋있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커다란 건물에 감흥을 적게 느끼기에 무덤덤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장도 그냥 그런 표정이다. 막 감탄하면서 환호성을 연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멋있는 건축물을 보면 '아, 저거 만들려고 사람들 무지하게 고생했겠구나'하는 안타까움이 앞서니 할 말 다했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5대 황제의 죽은 아내를 위한 무덤이다. 22년 동안 연간 20만 명의 인원과 1000마리의 코끼리가 동원됐다고 한다. 권력자들은 무언가 자신의 권세만큼 커다란 것들을 만들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약 400년 전 인도에서나 지금 한국에서나,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그래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다. 농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내 옷차림이 특이했는지 많은 인도인들이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한다. 웃으며 여기저기서 사진을 같이 찍어줬다. 고인이 된 영국의 다이애나가 앉아 '다이애나 의자'라고 알려진 대리석 의자는 사람들로 붐볐다. 운 좋게 다 차지해서 사진을 찍었다.

 

타지마할 본당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신발을 벗고 본당을 들어가 훑어 본다. 그리고 저 멀리 아그라 성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아무나 강과 어우러지는 풍경은 멋있었다. 바로 나가기엔 아쉬워 잠깐 앉아서 쉬었다.

 

아까부터 상당히 신경에 쓰이는 여인네가 있었는데 화려한 옷차림에 인도인 가이드를 데리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장은 한국 사람이고 짐작했다. 심심한 나머지 별 거 아닌 거로 점심내기를 했고 내가 가서 물어봤다.

 

"Excuse me, are you from Japan?(실례지만 일본분이신가요?)"

"No, I'm chinese(아니요, 중국 사람입니다)."

 

흠, 역시 중국이 뜨고 있다더니 괜히 그 분을 보면서 새삼 더 느꼈다. 중국에 일부 사람들은 엄청난 부자인 것이다. 그렇게 앉아있는 우리에게 인도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한명이 이런저런 말을 거는데 호기심 많고 사람 일에 관심이 많은 인도 사람들이라 우르르 어느새 우리 주변에 앉았다. 나는 명상하는 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밀짚모자와 자세를 보며 "구루, 바바지"라고 한다. 구루와 바바지는 깨달음을 얻거나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그냥 웃고 말았다.

 

그들도 타지마할은 처음 보는 거라고 한다. 장은 영어로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고 나는 짧은 힌두어를 사용했더니 계속 힌두어로 물어본다. 그래서 "힌디, 토라토라(힌두어는 조금밖에)"라고 해도 계속 힌두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서로 마주보며 좋다고 웃는다. 다들 대학생이나 젊은 친구들인데 하는 투가 성 관련 농담을 하는 거 같았다. 어제 만났던 무슬림아이들처럼 힌두어로 말하고 그 힌두어를 따라 해줬더니 무척 좋아한다.

 

우리 뒤쪽에 일본 청년으로 판단되는 남성분이 눈 감고 졸고 있었다. 같은 숙소를 써서 몇 번 얼굴이 익은 사람이었다. 인도 청년들은 그 일본 청년을 가리키며 명상하고 있다고 웅성거리며 웃었다. 분위기를 눈치 챈 그 청년은 자리를 떴다. 슬슬 둘러싸여 있는 것도 재미가 떨어져서 우리도 작별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눈에 새길 듯이 뚫어지게 한참을 쳐다보고 뒤돌아 나왔다.

 

타지마할 좌측에는 3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아그라 성까지 걸어서 낙타나 말이 끄는 마차, '통가'가 운용되고 있다. 이색 경험을 하고 싶어 낙타를 타고 아그라 성까지 갔다. 낙타는 배가 고팠는지 가는 길에 계속 주변 나무로 목을 뻗어 잎을 먹었다.

 

아그라 성은 외적 침입을 막기 위한 성답게 단단해 보였다. 그 앞에는 체스판과 채찍 같이 이상한 물품들을 파는 잡상인이 무척 많았다. ADA 영수증을 보여주고 입장료만 지불하고 들어갔다.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또 인도 대학생 3명과 수다를 떨었고 인도 가족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아그라 성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은 운치가 있었다.

 

밖으로 나와 아그라 성 바로 앞에 있는 서민 음식점을 갔다. 가격도 무척 싸고 맛도 좋았다. 밥을 먹고 '베이비 타즈'라 불리는 이티마드 우드 다울라에 갔는데 별 거 없어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구경만 했다. 거기서는 인도 중학생들 견학 와서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어 잠깐 이야기도 나눴다. 아무나강에서 배를 타고 싶어 배 타는 곳을 물어봤는데 배를 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그라의 시내인 사다르 바자르로 이동했다.

 

보통 흥정을 하여 이동 수단인 오토릭샤를 타는데 장은 보통 여행객들이 치르는 가격보다 20~30루피를 더 낸다. 처음엔 왜 그럴까 싶다가 물어봤더니 "20루피면 한국 돈으로 500원이야, 그 정도 더 내서 운전사가 좋다면 나도 좋은 거야"라고 말했다. 끄덕이며 이런 얘기를 더해줬다.

 

"그 돈이 아깝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 사람들 헤프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우리 뒤에 올 여행자들도 생각을 해야지"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뭐 그래도 우리는 그다지 깎지 않고 알맞게 돈을 더 주고 릭샤를 타고 다녔다.

 

거기서 라시 한잔 마시고 시장을 구경한 다음 아즈메르로 가는 밤차 타기 전에 씻으려고 근처 숙소에서 "쉬었다 간다"고 하고 가격을 깎아서 빌려 샤워를 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 어느새 어두워진 아그라 거리로 나와 밤차 예약한 사무실로 걸어갔다. 보병으로 군생활할 때 지도를 보며 걸었던 그 시간들이 공간 감각으로 몸에 밴 듯하다. 병참이었던 장이 대견한 듯 바라본다. 어느새인가 동선파악하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건 내 몫이 되었다.

 

밤차를 탔다. 버스 위에 잠자면서 가는 슬리퍼(sleeper)자리는 300루피, 좌석은 230루피인데, 누워서 자는 버스가 익숙지 않았기에 좌석을 예매했다. 9시간 뒤 아침 6시에 아즈메르에 도착한다고 한다. 아즈메르에서 차를 타고 푸쉬카르로 들어가서 낙타 사파리를 하여 하루 사막에서 잘 예정이다. 낙타와 사막, 그리고 밤하늘을 상상하며 잠에 빠졌다.

 


태그:#타즈마할, #인도여행, #오토릭샤, #낙타, #아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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