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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선 저는 당장 부모로부터 독립해 따로 나가 살 생각도 없거니와, 집을 마련할 돈도 사고픈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대학을 졸업 하자마자 시민단체에서 3년 정도 활동하다가, 모대학 연구소에서 1년 8개월 정도 일하면서 모은 돈은 약 5천만원 정도 됩니다.

 

연봉이라고 해봤자 천만원을 조금 넘었는데 1년에 1천만원 정도를 적금해 온 꼴입니다. 인천 집에서 일터인 서울까지는 버스와 전철로 출퇴근하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거나 먹지 않아, 거의 차비 빼고는 돈을 쓰지 않은 덕택에 이 정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 돈으로는 딱히 집 살 엄두도 못내고 인천 시내의 전셋집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아등바등 거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신 돈 없이 살 수 있도록 곁에 남아있는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길을 나설 참입니다.

 

대출받고 적금 모은 것으로도 집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한창 '짝짜쿵'을 해대면 재롱을 떠는 어린 조카가 있는 동생 내외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대신에 조금 넓은 평수의 전셋집을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어, 어머니께서 전셋집 대신 제 명의로 집 근처에 나온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면서 어머니께 맡겨둔 통장과 돈을 써도 되는지 물어오셨습니다.

 

급히 돈을 써야 할 용무도 없어 알아서 하시라고 했는데, 정말 아파트를 계약하셨습니다. 새로 계약한 아파트로 동생 내외가 넘어와 살고(제수씨가 다시 일을 한다고 해서 조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동생이 살던 아파트는 전세를 놓던지 저보고 살라고 하시더군요.

 

 

여하튼 대출을 받고 어머니께서 힘겹게 모은 적금과 제 적금을 보탰는데도 돈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얼마전 일터를 그만두면서 받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전부와 통장에 있던 것을 포함해 300만원을 우선 찾아 건네드리고, 어제(20일)는 지난 2005년 들어두었던 주택청약정기예금마저 도서관에 가는 길에 은행에 들려 해약했습니다.

 

은행창구에서 주택청약을 해지한다고 하니, 창구 직원은 '그냥 더 가지고 계시라'는 조언을 해주면서 '청약 순위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왔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파트 계약금이 모자라니 말입니다.

 

아쉬운 내색을 하지 않고 '청약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더니, 1순위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시 주택청약을 들게 되면 다시 시작하게 된다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는 어머니께 주택청약을 깬 돈을 드리면서, "청약 1순위였다고 하네요"라고 말씀드리니 어머니께서는 "분양가가 엄청나서 새집은 구하기 어렵다. 우리 동네가 인천시내에서 그나마 가장 싼 동네다"라고 말해주시더군요.

 

결국 새 집을 사려고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과 집값 때문에, 청약 1순위가 되어도 소용이 없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뜨거운 여름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집 근처의 오래된 아파트를 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말입니다.  

 

결국 돈 없으면 집 살 꿈은 꾸지도 마라?

 

그렇게 청약 1순위였던 주택청약정기예금을 해약 한 다음날인 오늘(21일).

 

베이징올림픽 특수에 기사회생한 이명박 정부는 '주택경기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있다'는 핑계로, 투기를 조장하고 건설업체 배만 채워주는 부동산 정책을 토해냈습니다. 주택 공급·수요관리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가 말입니다.

 

그것도 저희 동네와 가까운 인천 서구 검단에 신도시를 더 추가해서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가뜩이 뉴타운이다 택지개발이다 뭐다해서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농지와 숲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땅·집값을 말도 안되게 올려놓고 있는데 말입니다.

 

땅장사, 집장사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뜬끔없고 천박한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집이 몇 채나 되는 그들에게는 집이 투기와 돈벌이 수단이겠지만, 집 한 채 쉽게 마련할 수 없는 서민들에게는 삶의 목표이자 전부일 수 있는데 너무나 쉽게 그들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마저 뺏아가 버리고 있습니다. 신도시와 뉴타운,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말입니다. 뒤도 안돌아보고 불도저처럼 앞으로만 미친듯이 뛰쳐나가려는 경제살리기가 누굴 위한 것일까요.

 

덧붙이는 글 | U포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분양가, #청약통장, #부동산정책, #아파트,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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