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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 시흥갯골(경기도 시흥시)에 부는 바람이 상큼하다. 갯골은 사람들이 함부로 버린 온갖 공해를 정화하고 새 생명으로 거듭나게 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다양한 염생 식물과 희귀동식물의 서식처인 시흥갯골을 보존하기 위한 운동으로 시흥시는 다양한 행사와 함께 갯골축제를 지난 13일부터~17일까지 개최했다. 축제에 참석하고자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행사장까지 차가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근교 학교 운동장을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가는 방법이 복잡해 되돌아왔다.

 

행사는 끝났지만 아쉬운 마음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연극이 끝난 뒤의 조용한 객석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갯골은 고요하면서도 그동안 찾아왔던 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요즈음 한창인 해바라기꽃이 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과 함께 반갑게 맞이했다.

 

갯벌에 부는 바람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다면체의 바람개비가 세찬 바람에 와사삭거리며 사정 없이 돌아가고 있다. 수백 개의 바람개비가 요란스럽게 돌아가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소리를 내고 그 위에 빛나는 햇살이 바람개비 쇳조각 위로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경쾌한 소리에 맞춰 휘파람을 불며 그 곁을 지나가는 자전거를 탄 행인의 페달 밟는 다리에 힘이 주어진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오는 다면체의 바람개비들의 모습이 경이롭다.

 

 

갯골을 들어서자 시흥시의 설치미술작가들이 설치해 놓은 다양한 작품들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 보이지 않는 갯골의 바람은 나무와 풀을 움직이게 하고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해 피부로 닿아야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한 정영신 작가의 작품 '바람은 살아있다'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자연에 나와 걷고 운동하고 배우고 생각하는 많은 활동 중에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은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서 푸른 식물의 향기를 맡으며 무언가를 먹는 일이라는 것을 표현한 '대지의 식탁'도 보인다.

 

경명옥 작가의 '조각배의 환상'은 종이접기 조각배의 형상을 푸르른 잔디에 놓고 꿈속에서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색을 매치해 보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형상을 추구했다. 또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배들을 작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서 푸른 잔디 위에 설치해 무리지어 있는 배들이 마치 아이들이 뛰어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다양한 칼라를 통해 색이 주는 의미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희망과 포부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다.

 

청결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흰색의 화분과 자연의 유지와 정조를 표현한 대나무를 소재로 만든 경명옥 작가의 '바람의 소리' 작품도 반긴다. 원기둥의 대나무를 통한 바람의 울림소리로 갯골 생태의 자연적이며 원초적인 의미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 같다.

 

 

장승과 솟대는 그 지역의 평안과 안녕을 바라는 전통토속 신앙으로 알려져 있다. 늘 봐왔던 솟대와는 사뭇 다르다. 불가사리, 물고기, 방개, 등 다양한 형상을 한 솟대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사라져가는 갯벌과 그 속에 같이 살아 숨쉬고 있는  생명체를 솟대 위에 올려놓아 없어져 가는 안타까움과 자연 훼손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보여 주려는 의도로 심봉진 작가가 '솟대'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안시헌 작가의 '기원으로부터 변화와 불변'이라는 작품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주의 생성으로부터 현재까지 변화와 불변의 물질을 대비해 생태와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고 인간이 더욱 보존해야할 가치를 인식하게 하려 했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푸른 잔디 위에 펼쳐져 있는 방석과 접시들을 보니 작가들의 깊은 세계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자연과 인간이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사실이 다가온다.

 

 

 

갯골에 물이 들어오자 백로와 왜가리가 둑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졸기도 한다. 갯골의 하루가 평화로워 보인다. 가끔 축제 기간 동안 다녀가지 못한 분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푸른 잔디 위를 걷기도 하고 며칠 사이 선선해진 날씨를 만끽하며 자전거를 멈추고 그늘아래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 중에 할머니 한분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뭘 그렇게 열심히 찍고 있나?"하며 "나도 한 장 이쁘게 찍어 주구랴"하신다. 며칠 전 갯골 축제 때 가족들과 구경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렸는데 아쉬워서 다시 찾아오셨단다. 나와 같은 상황이었나 보다.

 

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보인다.  갯골에 흐르는 바닷물을 바라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해바라기가 환하게 웃고 있다. 간간이 자전거를 탄 커플들이 바람을 가르며 지나간다. 가로수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상큼하다 못해 달콤하기까지하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시흥갯골생태공원이다.


태그:#시흥갯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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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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