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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우포늪.
ⓒ 창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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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4000만 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진 국내 최대 습지 '우포'(牛浦)는 일제시대에 붙여진 이름으로 순우리말인 '소벌'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청소년 인터넷 신문 <나린뉴스> 소속 청소년기자 10여명이 '우포개명추진위원회'(위원장 차현욱 돌마고 2년)를 만들어 광복절 63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한 가운데, 경남 창녕에서도 관심이 높다.

1998년 3월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될 때 명칭은 '우포'였는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총회(10월 28일~11월 4일, 경남 일원)를 앞두고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70만평 규모로 국내 최대 자연늪인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에 걸쳐있다. 이곳은 수백년 전부터 '소벌' 내지 '나무개벌' '모래벌' '쪽지벌'로 불리어졌으며, <창녕군지>에는 "소를 기르는, 또는 소에게 물을 먹이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되어 있다.

개명추진위는 "동국여지승람 창녕현편과 대동여지도에는 물슬천과 이지포라는 지명이 있으나 '우포'라는 지명을 찾아 볼 수 없다"면서 "소벌과 나무개벌, 모래벌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우포, 목포, 사지포로 개정되어 명기되어졌다"고 밝혔다.

조선총독부가 1918년 발행한 <조선지지>에는 "창녕에는 천지를 제외하면 한반도에서 가장 큰 우포가 있다"고 되어 있으며, 1933년 일제가 문화정책의 하나로 제정한 '보호사적에관한법률'에도 우포라 해놓았다.

개명추진위는 "국내 최대 자연늪인 소벌이 람사르협약에 일본식 한자어로 등록된 사실을 알고부터 개명운동에 청소년들의 힘을 모으기로 했다"면서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국토해양부와 경상남도 창녕군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정부에는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현욱 위원장은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외부인인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우포를 개명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지명이라 지역민들의 반발 등의 이유로 지명을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경 우포늪에 따오기가 복원될 예정이다. 천연기념물(제198호)인 따오기는 197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멸종되었다. 중국에 서식하는 따오기는 검역 절차 등을 거쳐 람사르총회 이전에 우포늪에 옮겨올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개명추진위는 "동요 '따오기'는 일본제국주의 통치 하에서 광복을 염원하는 민족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창작되었다"면서 "따오기가 복원되는 늪의 명칭이 '소벌'이어야 함에도 일제가 개명한 '우포'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겉으로는 애국, 속으로는 친일을 인정하는 모순"이라고 밝혔다.

우포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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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들은 '소벌'로 불러 ... 절차 밟아 개명 추진해야

이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람사르총회 준비 관계자와 창녕지역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집 <우포늪 왁새> 등을 펴낸 배한봉 시인은 "지명에 대한 정확한 고증은 잘 모르겠는데, 지역민들은 '소벌'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면서 "한때 우리 사회에 '지명 찾기' 바람이 불기도 했는데, 문헌적으로도 그 지명이 맞다면 예부터 사용해오던 소벌로 바꾸는 게 맞다"고 말했다.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 오종식씨는 "자료를 정확하게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지역민들은 '소벌'로 부르고 있고, 일제강점기 때 우포라는 한자로 표기했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철 창녕환경운동연합 회장은 "지금도 지역민들은 소벌로 쓰고 있는데 원래 이름으로 바꾸자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람사르국제협약 등록 당시에는 국립지리원의 표기에 따라서 한 것으로 알고, 당시에는 이름에 대한 거론은 없었는데, 주민들이 쓰고 있는 소벌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람사르환경재단 이사인 강모택 경남도의원(창녕1)은 "우리가 클 때는 우포라는 말은 몰랐고 소벌로 알고 자랐다"면서 "지역민들은 소벌이라 쓰는데, 시기가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떠한 절차를 밟더라도 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의회 도정 질문 때 이를 거론했다고 한 그는 "어떻게 해서 우포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면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말을 말살하기 위해 우포로 바꾸었다는 설이 있고, 조선시대 양반 계층에서 유식함을 표현한다는 차원에서 한자로 바꾸었다는 설이 있다"고 설명.

이인식 람사르총회 민간추진위원장은 "의의가 있는 주장이며, 행정지명이 모두 한자로 되어 있는데 고유 이름을 찾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면서 "람사르에 등록된 습지 이름이 바꾸어진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의 행정지명부터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한 뒤 절차를 밟아 나간다면 우포를 소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우포늪, #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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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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