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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결혼이주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것 같아 늘 주변인으로 머물기 쉽고, 어디 한 번 발걸음을 떼고 싶어도 말 어눌하고 물 설은 땅에서 두려움 먼저 다가오고.

 

 

그런 이들을 다독여서 '한국문화체험 캠프'를 기획할 때만 해도 과연 몇 명이나, 몇 가정이나 함께 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출발 시간이 다 돼 가는데 약속하고도 나타나지 않던 태국 출신 폰판이 남편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나타나자, 다들 환호하며 버스에 올랐다. 폰판은 마흔이 넘는 나이에 결혼한 사람으로 같이 동행한 결혼이주민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다. 폰판의 남편은 허리디스크에도 불구하고 농사도 짓고, 조경일도 종종 다녀, 부인과 시간을 내는 일이 쉽지 않은데 동행했다.

 

그 중 제일 어린 캄보디아에서 온 나리 역시 남편과 같이 왔다. 둘은 마치 소꿉장난하듯 버스 안에서 내내 토닥거려 남편과 동행하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약간의 시기와 부러움을 샀다.

 

한국문화체험 캠프 목적지로 삼은 곳은 전북 부안으로, 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결혼이주민과 그 자녀들을 포함하여 19명이 출발했다. 결혼이주민들이 부안이란 곳이 새만금 방조제 문제로 많은 갈등과 아픔이 깃든 곳이란 것을 알 리 만무하겠지만, 다들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난다는 심정으로 출발했다.

 

문화체험은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이 아름답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있다는 내소사 탐방과 갯벌 체험, 한복 체험 등의 프로그램 등으로 꾸며졌다. 내소사에서는 안내인이 있어 3층 석탑과 대웅보전 연꽃 문살 등에 대한 안내가 있었지만, 이해를 못하는지 무더위 때문인지 한마디로 각개약진, 다들 나무 그늘을 찾기에 바빴다.

 

그러나 이어진 갯벌 체험을 할 때는 어린 아기처럼 즐거워하며, 정해진 시간을 못내 아쉬워했다. 숫기가 없어 보이던 결혼이주민들의 변신 혹은 숨겨진 모습이었다고 할까? 갯벌체험은 언어가 주는 스트레스 없이 바지락을 캐며 맘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동심으로 돌아갔던 이들의 완벽한 변신은 궁중복식 체험에서 정점을 이뤘다. 예전에 한복을 입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한복을 차려입고 자세를 잡으니, 다들 지엄한 중전이 따로 없었다.

 

다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한 손을 무릎에 올리고 한 마디 할 듯한 모습들이었다. 무슨 말들을 하고 싶었을까? 아마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뭬야! 결혼이주민이 외국인이라고? 결혼이주민은 이제 우리의 가족이요, 이웃이니라."

 

 

1박 2일의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결혼이주민들은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중전이 되어 보기고 하며, 오랜만에 가족 간에 대화도 나누며 다음을 기약했다.

덧붙이는 글 | 결혼이주민한국문화체험 캠프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으로, 8월 9-10일 양일간 진행되었다.


태그:#결혼이주민, #문화체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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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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