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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월계계곡에서 만난 달맞이꽃과 달개비꽃.
 지리산 월계계곡에서 만난 달맞이꽃과 달개비꽃.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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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이 뭔 줄 아세요?”
“나팔꽃이죠.”

“이건요?”
“….”
“달개비꽃이랍니다. 아침에 피어서 오후에 시들죠.”

“이 꽃은 왜 이렇게 시들었어요? 더위 먹었나요?”
“달맞이꽃인데요.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시들죠. 지금 시들고 있는 중이랍니다.”

이기태(56)씨. ‘산수유마을’로 널리 알려진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펜션지기다. 그는 날마다 지리산을 오른다. 혼자 오를 때도 있지만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은 손님들과 같이 오를 때가 많다.

그러면서 지리산의 이모저모를 이야기해준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산야초와 꽃, 산열매에 대한 설명도 소상히 해준다. 산자락에서 자생하고 있는 산삼과 능이버섯 등도 직접 캐서 보여준다. 훌륭한 길라잡이의 설명에 감동을 받은 이들이 나중에 다시 찾는 것도 당연한 일. 펜션의 빈 방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숙박객들의 산행 길라잡이를 자청하고 있는 이기태씨. 그는 산삼을 캐는 심마니이기도 하다.
 지리산 자락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숙박객들의 산행 길라잡이를 자청하고 있는 이기태씨. 그는 산삼을 캐는 심마니이기도 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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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이곳 월계계곡에 펜션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6년 전. 금융기관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다 명예퇴직을 한 직후부터다. 탯자리가 구례인데다 평소 지리산을 좋아했고 또 심마니의 꿈을 키워왔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펜션 홈페이지를 만들고 거기에 그때그때 지리산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등을 소개해 놓았다. 외지에 사는 이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지리산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번 다녀간 사람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큰 호응을 얻었다.

펜션을 찾아온 손님들과는 계곡가에서 밤하늘의 별을 조명 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지리산에 자생하는 약초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뿐만 아니다. 고기를 싸먹다가 야채가 부족하면 텃밭에서 상추와 배추를 뜯어다가 내놓았다.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도 따왔다. 된장이 부족하면 직접 담근 산수유된장을 가져왔다. 술이 부족하다 싶으면 담가놓은 산삼주를 가져왔다.

다른 손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든지 야채가 부족하면 텃밭에 있는 무공해 야채를 직접 솎아 먹도록 하고 된장도 가져다 주었다. 손님들은 그의 친절과 서비스에 감동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 된장과 버섯을 사갔다. 나중에 택배주문을 해오는 일도 예삿일이다.

펜션 텃밭에 자라고 있는 상추와 배추, 고추 등은 모두 숙박객들의 것이다. 아무나 필요한 만큼 솎아다 먹을 수 있다.
 펜션 텃밭에 자라고 있는 상추와 배추, 고추 등은 모두 숙박객들의 것이다. 아무나 필요한 만큼 솎아다 먹을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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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에 바비큐 시설을 해놓고 계곡가엔 그물망그네를 설치해 놓고 누구나 맘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방문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선다. 계곡에서 노는데 필요한 어구(피리통 등)와 물놀이 기구도 갖춰놓고 빌려준다.

이 때문인지 이씨기 운영하는 펜션의 홈페이지는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하다. 평소에 하루 평균 30∼40명, 요즘 같은 피서철에는 하루 70∼80명이 홈페이지를 찾고 흔적을 남겼다. 이들이 남긴 댓글은 펜션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산증인 역할을 했다. 한번 찾아온 손님들이 금세 심마니의 팬이 된 것도 큰 자산이다.

지리산의 푸른 정기만 받아도 보약 한 첩 먹은 셈이다. 게다가 지리산심마니와 함께 산에 지천인 약초도 캐고 머루랑 다래도 따먹고 산야초와 들꽃의 이름도 하나씩 배울 수 있는 펜션지기를 만나는 건 분명 행운이다.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은 여행객과 함께 산에 지리산심마니 이기태(왼쪽)씨가 산삼을 직접 캐서 보여주고 있다.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은 여행객과 함께 산에 지리산심마니 이기태(왼쪽)씨가 산삼을 직접 캐서 보여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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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리산심마니, #이기태, #월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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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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