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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입니다. 경제 현실이 영 좋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아끼자는 얘기가 민관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여기저기서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지는 않을까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정미소, 이셋별 두 명이 에너지 파수꾼으로 나섰습니다. [편집자말]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간식을 먹고 커피숍이나 대형 맥주집에서 수다를 떨고 영화관 도서관 등지에서 취미생활을 하고 마트,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대부분 현대인의 삶일 것이다. 에어컨이 보편화되면서 위에 적은 대부분의 공간에서는 에어컨 냉방을 한다. 쨍쨍 내리쬐는 바깥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변하는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실내에 들어서면 금세 냉랭한 공기가 '훅'하고 덮쳐 온다. 천국이 따로 없다.

알려졌다시피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는 26℃~28℃다. 에너지 절감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가 자주 찾는 공공장소는 과연 이 온도를 잘 지키고 있는 걸까? 혹시 현재 우리가 만족하고 있는 온도가 과잉냉방의 결과물은 아닐까?

3일 간의 시간동안 공공장소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를 취재했다. 에너지 시민연대로부터 '전자 온도계'까지 대여해 여름철 실내온도가 '적정'하게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온도측정을 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온도측정을 하고 있다.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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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피서는 '역시' 은행으로!
취재결과 실내 적정온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역시 '은행'들이었다.

'피서는 은행으로 가자'던 예전 우스갯소리가 지금도 현실인 것이다. 은행 자동 현금 지급기 코너 역시 좋은 '피서지'였다.

은행의 경우 ▲우리은행 강남구청역점(22.3℃) ▲우리은행 망우동점(21℃) ▲농협남양주축협점(23.5℃) ▲신한은행 망우동점(23.4℃) ▲외환은행 신촌점(20.3℃) 등 평균온도 22.1℃로 여름철 적정온도 26~28℃보다 3.9~5.9℃나 낮았다.

자동지급기 코너 역시 ▲하나은행 무교기업센터점(20.6℃) ▲우리은행 신림 4동점(19.8℃) ▲외환은행 종로점(18℃) ▲신한은행 신림역점(17.7℃) 등 평균온도 19℃로 적정온도 보다 7~9℃ 낮았다.

온도측정 첫번째 날 오후 2시 밖의 온도는 32.6℃였고 그 이튿날은 34.4℃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은행과 ATM은 실내・외 온도가 10℃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지난 8월 1일자 기사('한 여름에도 추우시다고요?')에 따르면 주로 냉방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5~8℃ 정도 차이가 나는 곳에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말초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 이상과 함께 자율신경계에서 이상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실내온도가 낮은 은행에서 대기인원이 많아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경우, 쉽게 피로해지거나 두통과 같은 증상이 생긴다면 냉방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ATM 신림역점, 측정장소 중 최저온도 17.7도 기록
 신한은행 ATM 신림역점, 측정장소 중 최저온도 17.7도 기록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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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ATM은 특성상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오래 머물러 있는 곳이 아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서비스센터로 전화확인 결과, 현재 ATM만 설치되어 있는 지점의 에어컨은 은행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비 업체에서 대행하고 있다.
상담원은 "고객님께서 많이 추우시다면 경비업체에 연락해 시정조치가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지점을 물었다. 또한 은행에서 정해놓은 적정온도를 경비업체에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ATM의 경우 따로 온도를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업체 직원이 임의적으로 조절 한다"고 말했다.

ATM은 이용객들이 아주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 서비스도 중요하겠지만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에어컨 '빵빵' 버스...추워요~"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 자주 이용하는, 하루 중 맨 먼저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는 대중교통의 실내온도는 어떨까?

오전 9시 30분, 출근시간대의 부산함이 막 끝난 A 버스는 승객 21명을 싣고 달리고 있었다. 실내온도를 재봤다. 18.8℃, 적정온도보다 7.2~9.2℃ 낮은 수치다. 해가 아직 강하지 않고 손님이 뜸한 오전시간이었는데 버스 냉방은 가열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신혜영(27)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밖은 하도 더워 짧은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데 버스를 타면 추워서 윗옷을 자꾸 내리게 된다"면서 "에어컨을 이렇게 빵빵하게 트는데 어떻게 버스비 안올리고 유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로 옮겨 타봤다. 오후 1시 무렵 망우동에서 종로로 향하는 B 버스안의 실내 온도는 24.6℃. 반대로 오후 7시 종로에서 망우동 방향으로 운행하는 C 버스는 25℃였다. 위 A 버스보다는 높았지만 적정온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전동차 내부에서 실내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전동차 내부에서 실내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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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역시 마찬가지. 오후 4~5시경 한산한 지하철을 타봤다. 온도계에 찍힌 숫자는 역시 적정온도와는 거리가 있었다.
3호선(약수역-충무로역) 22℃, 4호선(충무로역-이수역) 23.8℃, 6호선(합정역-약수역) 23.4℃, 7호선(이수-면목역) 26℃였다. 우리가 타 본 지하철 중 7호선을 제외하고, 25℃를 넘는 전동차는 없었다.

2호선 신형 전동차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신림에서 신도림 방향으로 향하는 신형 전동차 두 대에 각각 탑승해 온도측정을 해본 결과 1차 17.9℃, 2차 19.6℃였다. 이용객도 많지 않고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역시 '추웠다'.

물론 대중교통의 적정온도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7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메트로는 '고유가 대책'으로 전동차 내 실내온도를 25℃에서 26℃로 1℃ 높여 운행했다. 그러나 이용객들의 항의가 빗발쳐 10일부터는 다시 본래 온도로 낮춰 운행했다.

전동차 내 실내온도를 측정하던 중 만난 국 아무개씨(37)는 긴 니트를 걸치고 있었다. 국씨는 "전철을 이용할 때 너무 추워서 꼭 걸칠 수 있는 옷을 하나 가지고 다닌다"며 "과잉냉방에 대해 항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깥 온도는 34.4℃, 커피숍 실내 온도는 17.9℃

현재실내온도 22도를 가리키고 있는 에어컨 아래 '적정온도기준'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현재실내온도 22도를 가리키고 있는 에어컨 아래 '적정온도기준'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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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가는 먹거리 장소는 어떨까?
종각역에서 내려 던킨도너츠로 향했다. 들어가는 순간 안경에 김이 확 서렸다. 온도계를 들어봤다. 22.3℃였다. 근처 베스킨라빈스 청계광장점 실내온도 역시 22.3℃였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점이 22℃~24.5℃ 사이였다. 롯데리아 종로2가점 23.5℃, 뚜레쥬르 종로1가점 24.4℃였다.

세븐일레븐 광화문점에서는 재미있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에어컨 액정에 나타나는 현재 실내온도 숫자는 '22℃'였지만 당당하게 하절기 적정온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말뿐인 에너지 대책의 허점이 단적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신촌으로 가봤다.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커피숍들이 즐비한 곳이다. 신촌역에서 연세대학교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성업 중인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20.2℃였다. 대학생 이영지(26)씨는 "오래 머물고 싶어도 너무 추워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커피숍의 상황도 마찬가지. HOLLYS COFFEE 신촌점에 들어섰을 때 특히나 에어컨 바람이 거셌다. 손님 대여섯 명만 앉아 있던 3층의 온도는 무려 17.9℃였다. 취재를 다니며 흘렸던 땀방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식었다. 서둘러 온도를 재고 '따뜻한' 밖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백화점은 어떨까? 네 군데 측정을 했다.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은 24.8℃, 용산역에 있는 아이파크 백화점은 23.5℃였다. 강남에 있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각각 23.5℃, 23.8℃였다. 

이 밖에 대형마트의 경우 ▲ 상봉동 이마트(24.5℃) ▲용산역 이마트(21.5℃) ▲신촌 그랜드마트(22.6℃) 등이었으며 영화관의 경우 ▲신촌 아트레온(22.9℃) ▲서울극장(24.5℃) 등이었다. 역시 적정온도를 준수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서울시청 이용 시민 "여긴 왜 이렇게 더워"

서울시청, 전체 측정장소 중 최고온도 28.3도 기록.
 서울시청, 전체 측정장소 중 최고온도 28.3도 기록.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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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반대로 실내적정온도를 잘 준수하고 있는 곳은 어딜까? 예상 가능한 곳, 바로 관공서다.
서울시청 28.3℃, 강남구청 26.7℃, 종로구청 26.3℃ 순으로 적정온도를 준수하고 있었다. 특히 서울시청의 경우 점심시간 때 출입문도 열어놔 건물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온도를 측정하는 동안 "여긴 왜 이렇게 더워"라며 바쁜 손부채질을 하는 사람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항상 27℃를 유지한다"며 "3시~3시 반 사이에는 '집중에너지 절약시간'이라 전체 에어컨을 끈다"고 말했다.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강남구청 관계자 역시 "항상 26-28℃를 유지하고 있는지 각 과에서 수시로 점검을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에서 만난 신모(51)씨에게 현재 실내온도가 답답하진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정도 온도라면 불편하지 않다"며 "말만 경제 위기라고 하지 관공서에서만 적정온도를 지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공서만큼은 아니지만 학교 도서관 역시 적정수준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강대학교 도서관 1관 서가의 실내온도는 25.3℃를 기록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 1층 휴게실 역시 26.1℃로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세대의 경우 열람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24.3℃로 온도가 떨어졌으며, 숭실대 역시 1층 휴게실이 25.8℃인 반면 열람실은 24.1℃를 기록했다.

연세대 도서관 1층에서 유학생 김모(18)씨는 "약간 덥지만 견딜 만하다"며 "온도가 더 낮았으면(더 시원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3일간 관공서 및 백화점, 커피숍, 영화관, 은행, 버스・전철, 패스트푸드점 등 약 100여 군데의 실내 온도를 측정했다.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곳은 관공서뿐이었다. 지나친 냉방에 익숙해지면 약간의 더위도 견디지 못하게 된다.

관공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적정온도 유지에 대해 덥다고 느끼는 이유는 과잉냉방에 습관화 되어 있기 때문 아닐까? 냉방기구에 의존하기보다는 적정온도를 알고 이를 생활속에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참고로, <오마이뉴스>가 입주해 있는 누리꿈 스퀘어 역시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출퇴근시를 제외한 시간에 승강기 2대의 운행을 중단하는 등의 '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실내온도는 22℃나 됐다. 적정온도에서 4~6℃나 부족한 수치다.

'에너지시민연대' 이아선 간사와의 인터뷰 


'에너지시민연대' 이아선 간사
 '에너지시민연대' 이아선 간사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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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민연대'는 무슨 일을 하는지. "276개의 환경, 에너지 관련 단체들의 연대다. 에너지 절감과 관련된 문제들을 계속 이슈화 시키고 있다. 필요하다면 법률·정책적 자문을 얻어 자치단체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올해는 에너지실천국민행동 운동본부가 생겼는데 지역별로 10~12개 정도 생길 예정이다."

-올해 특별히 추진하고 있는 일은.
"천만인 실천운동 <10리터 석유 모으기>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석유를 절감하기 위해 시민·기업·정부·지자체에서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지난 18일에는 교통·물류 관련 35개 업체와 '에너지 절약 실천 결의 대회'도 가졌다."

-4일, 서울시에서 '에너지절약종합대책'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14일, 고유가 극복을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대책' 등을 발표했다. 이어 18일에는 '공공기관 선도 및 민간부분 확산' 이라는 더욱 강력한 절감대책까지 공고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낭비되는 요소를 줄이기 위한 의지가 보여서 좋다. 시민연대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문제들도 반영되었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정책이 한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적·제도적으로 에너지절감문제가 규정되지 못한다면 언제든 정부입장은 바뀔 수 있다. 또한 정책적·시스템적 문제들도 있다. 개발보다 환경, 자원,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승용차 2부제(홀·짝)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 대중교통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강요만 하면 실효성은 떨어진다."

-일반 기업들에게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도록 권유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기업을 찾아가 권유하는 경우는 없다. 단지, 최근에는 기업들 스스로 변화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예를 들어 모 은행의 경우 더운 유니폼 대신 편한 복장으로 바꿨다. 기업들 스스로 에너지 위기를 느끼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업체가 개별적으로 협약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캐리어 에어컨'의 경우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우리 연대와 협약을 맺었다. 우리는 캐리어 에어컨 기사들에게 에너지 교육을 시켜, 에너지가 과잉되는 곳이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하게끔 하고 있다."

- 그밖에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떤가? 개발만이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도 한편으로는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나아가 좀 더 근본적으로 환경 문제를 들 수 있겠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면 지구 온난화 문제, 자원 고갈 문제 등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환경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이 에너지 절약에 근본 동기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정미소, 이셋별기자는 <오마이 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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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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