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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분포다.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얼핏 보면 메달순위나 경제지표 등과 관련 있는 수치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파악하고 있는 지역별 일간신문 분포현황이다. 한반도를 동서로 구분해 놓고 보면 서부지역의 분포가 대체로 높다. 일간지 10개가 넘는 지역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경기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의 신문 분포는 인구나 경제규모와는 상관관계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특징을 이룬다.

전북의 경우 인구 200만이 채 안 되는 지역에 일간지가 10개가 넘는다. 그것도 인구 60만 선을 간신히 유지하는 전주시 한 곳에 집중돼 있다. 광주·전남도 14개로 다른 광역시를 낀 지역보다 분포가 높다. 동부의 강원과 경북, 부산이 2~4개의 지역 일간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신문사 과다난립은 판매와 광고의 수주 경쟁을 날로 치열하게 할 뿐만 아니라 관공서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구대비 일간지가 가장 많은 전북지역 신문들이 최근 '공무원 신문' 또는 '관공서 신문'이란 소릴 듣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자실이 폐지되고 일부는 브리핑 룸으로 전환됐지만 지자체와 관공서의 홍보예산 집행내역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수 년 전 논란이 돼 전국적으로 폐지 바람이 불었던 해외취재 지원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관-언유착 고리' 강하고 질긴 이유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전북민언련)이 최근 발표한 정보공개 청구내용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전북민언련이 지난 한 해 동안 전라북도 기초, 광역 지자체(15개)와 기초, 광역 의회(15개), 전라북도교육청이 사용한 대언론 홍보예산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를 보면 관-언 유착의 고리가 얼마나 강하고 질긴지 알 수 있다. 신문 뿐만 아니라 방송도 해당됐다.

언론사에 집행된 공고 또는 광고료 외에 기자들과 가진 오찬 만찬 비용, 언론사 주최 각종 행사 등 협찬금, 후원금(공연, 마라톤 등 각종 스포츠 후원금 포함), 자치단체 행사광고, 홍보비, 언론사에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각종 가요제, 쇼, 오락프로그램, 지역축제 등)에 대해 지출한 금액, 언론인에게 지출된 각종 현금 및 물품 내역이 담겨 있다.

정보공개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보공개법률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데다 민감한 홍보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하라고 했으니 상당한 진통이 수반됐을 법 하다. 아닌게 아니라 전북민언련 관계자는 "차일피일 미루는 지자체들도 적지 않았고 전화 통화에서는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정보를 공개하는 데에는 비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지자체간 눈치보기도 벌어졌다. "전주시의 경우, 전북도의 공개 여부를 문의하면서 전북도가 공개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공개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풍겼다"고 전북민언련 측은 전했다. 법적으로 공개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자체들이 언론사의 눈치를 보며 정보공개에 대단히 소극적으로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자체의 이런 태도는 지자체와 언론사간의 유착관계, 특히 공무원들의 대언론자세와 관계가 깊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지자체 공무원의 경우, 지역주재 기자들과의 관계 때문에 매체별로 집행된 홍보예산 내역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민언련 공개자료에서 묻어난다.

특별한 기준 없는 지자체 홍보 예산 배분기준

전북민언련이 공개한 전북지역 언론사들에 대한 지자체, 교육청의 홍보예산 집행내역.
▲ 매체별 홍보예산 내역 전북민언련이 공개한 전북지역 언론사들에 대한 지자체, 교육청의 홍보예산 집행내역.
ⓒ 전북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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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자료를 분석해 보면, 지자체마다 홍보예산을 배분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 1년간 전북지역 지자체와 의회, 교육청의 전체 홍보예산은 46억원이 넘는다. 매체별 홍보예산 내역을 보면, 지역일간지의 경우 적게는 1억7천만원대에서 많게는 3억2천만원대로 두 배 가까이 차등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을 이룬다. 방송사는 8천만원대에서 많게는 3억원대로 3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했다.

왜 이런 차등을 두고 있을까. 이에 대해 전북민언련은 "지자체에서 기준을 마련해 홍보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신문들을 관리하고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지역신문들을 관리하는 데 홍보예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민언련은 "이런 현상은 1-2개 지자체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아예 매체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균등 배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는가 하면 애초부터 집행근거가 없었으니 반발이라도 무마하자는 속셈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전북민언련은 투명하지 못한 홍보예산 집행과 이를 선뜻 공개하지 못하는 내막을 이렇게 정리했다.

"실제로 홍보담당자들은 매체별 예산내역이 공개될 경우, 각 언론사로부터 발생할 민원(?)을 우려했다. '왜 우리가 다른 지역신문사보다 적은 예산을 편성 받아야 하는지' 등의 항의가 그런 민원(?)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물론 지자체가 홍보예산 집행에 대한 타당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다면 언론사의 항의는 전혀 문제될 바가 아니다."

대가성 기사, 행사지원, 오찬·만찬비용 포함

이번에 공개된 자료 중 더욱 특이할 만한 내용은 기획보도 수수료 형태의 대가성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사를 대가로 한 예산책정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특정사안과 관련 보도자료를 기사화해주는 대가로 홍보예산을 지급하는 식이다. 지자체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일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지역언론이 언론의 정론기능을 훼손하고 지자체의 홍보물로 전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 기능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자체 가운데 방송사에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전북도는 2007년에만 1억195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지원 내역은 도민정서 함양을 위한 캠페인 방송, 전북경제 살리기 공익광고 캠페인 방송, 각종행사 안내 및 도정참여 캠페인 방송, 국도정 현안사업 도민참여 홍보방송 등으로 주로 방송에 대한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또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적지 않은 지자체가 오찬·만찬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전북도의 경우 오찬·만찬비용이 4500여만원에 달했으며, 시군 지자체의 경우 오찬·만찬 비용으로 적게는 2천만원에서 많게는 8천만원가량 정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회 역시 오찬·만찬 비용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었다. 특히 전북도의회의 경우, 오찬·만찬 비용이 1800만원가량에 달했으며 전북도교육청 역시 오찬·만찬 비용으로 4500만원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찬과 만찬 등의 간담회 비용뿐만 아니라 방문 기자들에 대해 지자체 특산품 선물 등 물품을 제공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 현금까지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언론인에 대한 금품 액수가 상당한 수준에 달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전북도는 '도정발전 시책추진 격려금'이라는 이름으로 3360만원을 지출했으며, 정읍시는 격려금으로 95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도의회의 경우, '설맞이 격려금'과 '추석맞이 격려금'이라는 이름으로 총 8백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교육청은 격려금에 언론인에 대한 경조사비와 화환 등을 포함해 148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출입기자 해외취재 지원하는 곳도 

전북민언련이 공개한 해외취재 지원내역 중 일부.
▲ 해외취재 지원내역. 전북민언련이 공개한 해외취재 지원내역 중 일부.
ⓒ 전북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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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에서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모두 6곳. 전북도교육청까지 포함하면 모두 7곳이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전북민언련은 지역의 기초, 광역 지자체(15개)와 기초, 광역 의회(15개), 전북도교육청을 대상으로 2006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출입기자 해외취재 지원내용 및 액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출입기자의 해외취재를 지원한 지자체는 전북도, 무주군, 정읍시, 김제시 등 4곳으로 나타났고, 전북도교육청도 출입기자의 해외취재를 지원하고 있었다고 전북민언련은 밝혔다. 그러나 "정보공개 청구에서 동행 취재단 선정 기준 및 근거, 해외동행취재 실시 이유 등을 요청했는데, 정읍시만 자세한 답변서를 보내왔을 뿐 다른 지자체는 자세한 답변을 해 오지 않았다"며 "해외취재별 취재 계획서 및 보도사례, 그리고 보고서 등도 요청했는데, 정읍시만 청구한 자료에 대해 자세한 자료를 보내왔다"고 민언련은 덧붙였다.

이밖에 전북도교육청은 언론사 및 날짜 등 보도사례와 보고서의 존재 유무를 제출하는 데 그쳤으며, 전북도와 김제시, 무주군은 취재 계획서 및 보도사례 그리고 보고서 등에 대해서는 아예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해외 공무여행 민간인 여비지원 근거자료 등도 함께 청구했지만, 정읍시만 청구 자료를 보내 왔을 뿐, 다른 지차제와 전라북도 교육청은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정보공개 청구 배경은 지자체 홍보예산의 문제점과 대안모색을 통한 지역사회 언론구조의 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세한 지역신문의 난립구조를 극복하고, 지역사회 및 지역민들의 신뢰에 기반 한 새로운 언론환경 조성에는 예산문제가 매우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가성 기사 양산하는 홍보예산 집행 막아야"

지자체의 대언론 홍보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홍보예산 편성의 근거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전북민언련은 이번 공개자료에서 "가장 기초적인 발행부수에 대한 공개작업도 병행되어야 하며, ABC 가입 등을 통한 정확한 부수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신문에 대해 홍보예산 집행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예산집행 과정에서 지자체와 언론 간 유착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되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관계비용, 즉 언론인 대상 현금 및 선물지급 등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환표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은 "대가성 기사를 양산하는 형태의 홍보예산 집행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지역언론의 자존심 문제 또는 존립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보공개 청구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지방자체단체장의 해외할동을 취재하면서 언론사가 지자체의 경비지원을 받는 기존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지자체 경비는 주민의 혈세인 만큼 특정 언론사들만을 지원하는 것은 불공평할 뿐더러 '공짜 해외취재 여행'을 통해 '관-언유착'의 연결고리를 굳건하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언론인에게 윤리와 신뢰는 생명과도 같은 덕목이다. 관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뉴스를 전달하는 지역언론을 신뢰할 수 없다면, 독자들이 기사에 대한 신뢰, 매체에 대한 신뢰를 가질 리 만무하다. 지역언론사와 종사자들이 이번 사안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보예산, #해외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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