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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임에도 서울 교육계에는 오히려 냉기가  흐르고 있다. 국제중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는 탓이다.

 

국제중 돌격대를 이끌고 나선 이는 다름 아닌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다. 7·30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그가 풀어놓은 보따리가 바로 국제중 신설이다. 서울 초등생에게 40년 만의 중학교 입시 부활을 선물한 셈이다.

 

14일 교육청은 국제중 발표, 시민단체들은 반대 포문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 ⓒ 유성호

대원학원과 영훈학원이 국제중 신청서를 시교육청에 낸 때는 지난 7일. 딱 일주일 뒤인 오는 14일 시교육청은 국제중의 학생 선발과 운영방식을 발표한다.

 

'일부 부유층을 위한 조기 귀족학교'라는 따가운 여론에 밀려, 2006년 1차 좌절을 맛본 공 교육감은 국제중 설립을 위해 초강수, 초스피드 전략을 빼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3월 신입생을 뽑기 위해서는 올해 12월 안에 원서 접수와 전형, 합격자 발표를 모두 끝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빨라야 11월쯤에나 국제중 전형공고를 볼 수 있는 강남지역 학부모들의 심장박동 소리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발목을 잡는 요소가 널려 있다. 첫 번째는 바로 교육과학기술부의 태도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해 5월 교과부는 '국제중과 특목고 신설 전 장관과 협의 절차'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도 '특성화 중학교를 지정할 경우 교과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76조)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교과부 장관의 허락 없이는 교육감 단독으로 국제중 신설을 강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제중 설립에 대한 주도권은 사실상 교과부가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 교육감 이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무리 말풍선을 터뜨려도 교과부가 거부하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12일 교과부 중견관리는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신설에 대해 아직 공식 협의를 요청한 바 없다"며 "아마도 13일이나 14일 쯤에 협의공문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공문이 오면 이때부터 각 부서 검토를 거친 뒤 서울시교육청과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현재 국제중 신설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태도 또한 유보적이다. 자칫하다간 국제중 설립 붐이 전국 16개 시도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수목적형 귀족중학교가 줄줄이 생겨나는 세계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탓이다.

 

교과부는 현재 '충분한 검토와 협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 이 과정이 상황에 따라선 9월과 10월을 넘길 수도 있다. 내년 개교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여론... 돌격 성공할까?

 

교육시민단체의 반응 또한 커다란 변수다. 당장 일부 교육시민단체들은 국제중에 대한 서울시교육청 발표가 진행되는 14일 오전부터 기자회견과 반대시위 등을 잡아놓고 있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2006년 귀족형태의 국제중을 막아냈듯 이번에도 최대한 설립 저지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참여연대 등 상당수의 단체들도 이 운동에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여론이다. 2006년 들끓는 반대여론과 참여정부의 압력에 무릎 꿇은 장본인이 바로 공 교육감이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이번 교육감 선거를 통해 국제중 설립에 대한 여론수렴 절차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우 학교운영지원과장은 "서울시교육감 선거로 (중)학교 다양화에 대한 의견수렴이 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신, 시교육청은 교과부 협의가 끝나는 대로 '특성화중학교 고시를 위한 행정예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터넷 여론 등을 듣겠다는 것이다. 김재문 학교운영지원과 서기관은 "20일 동안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내년 3월 국제중을 개교한다는 게 기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년도 채 안 되는 임기를 갖고 있는 공 교육감의 돌격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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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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