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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에 서명하고, 정 사장 해임을 강행했다. KBS 구성원들은 "이사회가 기만적으로 안건을 강행 처리한 후부터 예상됐던 절차"라면서 "이날 결정은 공영방송의 역사를 짓밟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KBS 구성원들은 "대통령의 해임 결정은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처사"라며 "공영방송을 사수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로비 '민주광장'에 모여 있던 관계자들에게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다.

 

KBS 현업 PD와 기자, 아나운서 등 제작파트 구성원들은 현 사태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이명박 정부의 거침 없는 질주를 우려했다. 정연주 사장의 호불호를 떠나 정권이 법 위에 군림하며 공영방송사 사장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려는 행태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양승동 KBS PD협회장] "이사회 제청이 무효니 대통령 결정도 원인무효!"

 

"KBS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부터 표적감사였다. 이런 잘못된 감사 결과가 KBS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됐고, 경찰력이 동원된 가운데 구성원들의 저지를 무릅쓰고 이 안건이 통과됐다. 이사회의 경찰 동원은 직권남용이다. 구성원들이 거세게 항의했음에도 공권력을 동원해 통과시킨 안건은 원인무효다. 이사회 제청이 무효니 대통령 해임결정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법리적 해석이 끝났다? 청와대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오태훈 아나운서] "2008년 한국사회, 일어날 수 없는 일 일어났다"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 원리와 법에 어긋난 조치를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장 해임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정당한 방법으로 사장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다면 이 정도로 통탄스럽지는 않을 게다. 힘 있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

 

경찰력을 동원해 회사 구성원들의 저항을 막으며 사장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결코 한국사회에서 벌어질 수 없는 '희대의 사건'이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공영방송의 사장을 이런 식으로 밀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말도 안 된다."

 

 

[익명 요구한 15년차 PD] "공영방송 역사 짓밟는 행위"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공영방송의 역사를 짓밟는 행위를 했다. 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이 제1 가치다. 그런데 예속과 종속을 강요하는 이명박 정권의 사나리오대로 일이 착착 진행됐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의 가치를 수호할 임무를 지닌 대통령이 어떻게 헌법정신을 무시한 행동을 할 수 있나. 폭력과 물리력을 동원한 KBS 길들이기 시도에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정권에 KBS 돌려주는 조치 취한 것"

 

"말이 안 된다. KBS 직원들도 대통령이 임명권과 해임권을 다 가진다면 공영방송이라는 틀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며 성토하는 정서가 크다. 국민에게 KBS를 돌려주는 조처가 아니라 정권이 KBS를 독식하려는 조처로밖에 안 보인다.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더 이상 자의석 해석 안 했으면 좋겠다."

 

[고민정 아나운서] "90년 투쟁했던 선배들 모습 떠오른다"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 90년 방송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선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말로 대신하고 싶다."


태그:#KBS, #정연주, #이명박, #정연주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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