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림픽 열기가 뜨겁습니다만, 올림픽 시작과 함께 발발한 그루지야와 러시아의 전쟁 소식은 지구촌 스포츠 축제를 무색하게 만듭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저에게 뉴스에서 보여주는 전쟁소식은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먼 곳에서 미루어 짐작해 보는 전쟁은 그저 끔찍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빼앗긴 내일> 전쟁의 공포 겪은 아이들의 이야기

 

여기 아이들의 일기 모음집 한 권이 있습니다. 지난 100여 년 간 벌어졌던 전쟁을 겪은 아이들이 쓴 일기들입니다. 1차, 2차 세계대전과 유태인 대학살, 베트남 전쟁, 보스니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 전쟁까지!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 슬픔과 증오를 엿볼 수 있는 이 책에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쓴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저녁도 맞이할 수 없다. 그냥 죽은 거다. 아들이 죽으면 어머니는 눈이 짓무르도록 운다. 그건 아들이 영웅답게 죽어서가 아니라 땅에 묻힌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의 설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책에는 아이들이 겪은 전쟁의 역사적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각각의 전쟁 배경을 잘 모르더라도 그 시대적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겪은 어린이 여덟 명의 일기는 작가 멜라니 챌린저와 보스니아에서 겪은 전쟁을 일기에 담아 '사라예보의 안네 프랑크'라는 별칭을 얻은 즐라타 필리포빅 수집한 것입니다.

 

독일, 싱가포르, 폴란드, 미국, 보스니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라크까지 국적도 다양한 이 아이들의 일기는 전쟁의 배경과 승패는 다르지만 아이들이 느낀 절망감만은 일치합니다. 아이들에게 전쟁은 '친한 친구가 아무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 따스한 이불 없이 겨울을 나는 것, 좋아하는 피자 대신 가루우유를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의 참상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볼 수 있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평화를 그리는 티베트 친구들> 고향과 가족을 잃은 어린 망명자들

 

베이징은 잔치 분위기입니다만, 위구르족이 사는 신장에서는 오늘도 폭탄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개막식에서 보여줬듯이 56개 소수민족을 하나로 뭉쳐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독립투쟁은 멈추지 않습니다.

 

몇 달 전 티베트에서도 승려와 시민들이 희생됐었는데요, 이 책은 티베트에서 주변 국가와 유럽으로 망명한 아이들이 쓴 책입니다.

 

네팔과 인도, 유럽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티베트 어린이들의 글과 그림에는 나라를 잃은 아이들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의 글과 그림은 독일인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저자가 티베트 망명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모은 것입니다.

 

티베트 난민은 1951년 중국이 티베트를 강탈한 이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인도로 탈출한 난민의 절반가량이 어린이와 청소년이라고 합니다. 익숙한 말과 풍경을 잃어버린다는 것, 고향과 가족을 잃는 고통과 상처를 아이들은 해맑은 그림과 예쁜 글로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다운 그림과 짧은 글에 담겨진 슬픔이 안타깝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희망과 성공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티베트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글과 그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망명 생활을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한 티베트 아이들의 글과 그림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또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지 궁금합니다. 

 

<천국의 색연필> 왼손으로 꾹꾹 눌러쓴 아픈 동시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토요시마 카스미는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돌아가는 일을 겪게 됩니다. 뇌종양의 시작이었지요. 열살 때 발병한 뇌종양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었고, 일 년 뒤, 열한 살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이 악화되어 학교도 다닐 수 없게 된 카스미에게 선생님은 색연필과 공책을 선물합니다. 카스미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과 어울리는 짧은 동시를 썼습니다. 왼손으로 말이지요.

 

오른손이 마비된 카스미가 왼손으로 꾹꾹 눌러 쓴 짧은 시들은 일본의 하이쿠를 연상하게 합니다.

 

간결하고 담백해서 읽고 나면 개운한 카스미의 <천국의 색연필>에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아이의 마음이 녹아있습니다.

 

카스미의 색연필 그림과 왼손으로 적은 일본어 글씨를 보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가만히 미소 짓게 됩니다. 순수한 아이의 힘이겠지요.

 

 

<말해도 괜찮아> 성폭력을 이겨낸 소녀가 보내온 글과 그림

 

<말해도 괜찮아>는 삼촌에게 성폭력을 당한 제시라는 아이가 쓴 책입니다. 성폭력 피해 어린이가 직접 쓰고 그린 이 책은 제시가 아홉 살 때 처음 쓰고, 열한 살 때 글을 다듬고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직접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혼자 아픔을 견디며 시달렸을 아이의 고통을 짐작하니 마음이 짠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제시 역시 성폭력을 당했을 때 처음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견뎌야했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비난하고 악몽에 시달리다가 제시는 뭔가 옳지 않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제시가 그 일을 처음 겪게 됐을 때부터 부모님께 말을 할 때의 상황과 심정, 말한 뒤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등 일련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제시의 글에 전문가의 글이 따로 실려 있어 성폭력을 예방하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해결책을 모색해 줍니다. 제시의 메시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어떤 어른이 너를 힘들게 할 때 어떤 기분이 들지 난 알아. 어느 곳에 있든 불안할거야. 그러니 친구야! 두려워하지 말고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 이런 일을 겪은 어린이들은 도움을 받아야하거든. 나는 도움을 받았어, 그리고 너희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한겨레아이들(2008)


태그:#폭력, #전쟁 , #성폭력, #티베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