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을 마치고 쉬고 있는 애마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부열 부장. 그의 성격은 시원시원 했다.
▲ 김부열 부장 일을 마치고 쉬고 있는 애마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부열 부장. 그의 성격은 시원시원 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언제부턴가 똥냄새가 구수하더라고요." 

일명 '똥차'를 모는 김부열(경기도 안성시 낙원동) 부장. 시작한 지 5년 되었는데 그는 이제 그 냄새가 참 구수하단다.

이 말은 김 부장이 괜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일을 시작한 초창기엔 비위가 상하고 냄새가 역겨워서 제대로 혼쭐이 났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똥만 푸는 게 아니라 때로는 손으로 주물럭거리고 털어 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똥차에서 똥을 뿜어내다가 대단한 압력을 제압하지 못하고 '똥 호스'가 '난리 부르스'를 추는 바람에 똥으로 아예 샤워를 해버린 적도 있었단다. 

이렇게 똥과의 전쟁을 항상 치르는 김 부장의 생각이 조금씩 변하게 된 것은, 말하자면 똥냄새가 역겹다고 느끼는 것에서 구수하다고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자연스레 적응한 탓일 터. 그러니까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 되는, 아니 해야만 하는 절박감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다가 그것이 자신에게 돈을 벌게 해준다는 성취감이 큰 몫을 했다. 그래서 김 부장의 코엔 똥냄새가 구수하게만 느껴진다는 것.

"그래도 우리는 양반입니다. '축폐차', 즉 돼지 똥을 치우는 사람들은 그 냄새가 역겹기도 하거니와 몸에서 잘 빠져 나가지도 않아서 여간 고생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똥차라고 다 같은 똥차가 아니지요. 허허."

'똥차'의 성수기는 언제일까?

그는 일명 '안성의 5분 대기조'다. 화장실이 막혀서 똥이 차고 넘칠 때는 한밤이라도 호출하면 달려가야 한다.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더워도 똥차가 달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똥차는 사실 똥만 푸는 게 아니라 하수구, 변기 등을 뚫기도 한다. 똥차 호스의 빨아 당기는 압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타 도시보다 안성에서 이 업무가 더 힘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형적인 도농복합 도시인 안성엔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이 약 15%(김 부장의 경험상으로)를 차지하기 때문이란다. 

사실은 재래식 화장실을 치우기가 어려운 것은 냄새 때문이 아니다. 거기에 빠져 있는 각종 쓰레기와 오물, 즉 이물질 때문이다. 수세식 화장실이 순수 '똥'이라면 재래식 화장실은 그야말로 잡탕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각종 공원 등에 설치되어 있는 이동식 화장실. 그것은 그 상태가 가관이라고. 이 부분에선 시민들의 반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성수기는 4~5월, 비수기는 추운 겨울. 이유는 여름엔 덥기도 하거니와 냄새가 절정을 달하기에 사람들이 꺼리는 반면 봄엔 춥지도 덥지도 않고 '냄새나는 여름'을 대비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겨울엔 단지 화장실 냄새가 덜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식을 못하는 것도 있거니와 추운 날씨 때문에 정화조나 재래식 화장실이 얼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똥 푸기’가 가장 신나는 날은 대형 아파트의 정화조 청소 부탁을 받고 안성 시내에 있는 정화조 청소 업체들과 함께 팀을 짜서 대량으로 똥을 퍼내는 날이다. 여럿이 하니 심심하지도 않겠지만, 그것보다도 한꺼번에 대량으로 치우니 무엇보다도 끝나고 나면 한 번에 목돈이 들어온다는 기쁨, 바로 그것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똥차, 똥차' 하면 듣는 '똥차' 기분 나쁘다. 사실은 정식 명칭은 '정화조 차'. 정화조를 청소하는 차 아니었던가. 하지만 실제로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정화조 차'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고.

고객들도 '정화조 차'라고 하면 못 알아듣지만 '똥차'라고 하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단박에 알아차린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굳이 고상한 말로 '정화조 차'라고 하는 것보다 고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똥차'가 훨씬 낫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환경 보호에 일조하는 '똥차'

보라. 똥차의 위엄을. 이게 바로 그 전설적인 차다. 공식적으로는 '정화조 차'지만, 사람들은 '정화조 차'보다 '똥차'가 훨씬 친숙하다.
▲ 똥차 보라. 똥차의 위엄을. 이게 바로 그 전설적인 차다. 공식적으로는 '정화조 차'지만, 사람들은 '정화조 차'보다 '똥차'가 훨씬 친숙하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남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지저분한 직종이기에 부가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서 이 일을 선택했어요."

종전에는 일반 직장에 다니면서 과도한 업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기에 다른 출구를 찾아보다가 이 일을 선택했다는 김 부장은 요즘 누가 자신에게 물어보아도 지금의 일을 천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곤 한다. 종전의 직업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에 비하면 지금의 일은 육체적으로 조금 힘들고 지저분할지는 모르나 정신적으로는 매우 안정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간섭 받지 않는 자영업인데다가 일하면 일하는 대로 제때 현금을 벌 수 있으니까 그렇단다.

"아직 다행히 똥 치우는 값을 떼먹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사람들은 똥에 대해 더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슨 신비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신문배달부나 우유배달부들은 다 알고 있지만, 몇 푼 되지 않는 우유와 신문 대금을 떼어 먹고 애를 먹이거나 심지어 대금을 주지 않고 이사 가는 사람, 잠수를 타는 사람도 있다는 경험을 한 번 쯤은 해봤을 테니까 말이다.

그로 하여금 이 일에 보람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시골이 많은 안성에서 똥을 푸고 나면 집 주인들이 추수한 과일과 야채 등을 한아름 안겨줄 때가 자주 있다. 배추 철엔 배추를, 상추 철엔 상추를, 오이 철엔 오이를, 배 철엔 배를, 포도 철엔 포도를. 그래서 요즘이 무슨 과일과 야채 철인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고. 그가 하는 일이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쁜 것이렷다.

그런데 눈치 챘는가. 이런 일 하는 업체들의 이름을 보면 하나같이 '○○환경'이다. 이것은 역시 똥은 환경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김 부장은 이 일을 하면서 환경보존에도 일조한다는 즐거움도 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1년에 적어도 1회 이상은 정화조 청소를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래야 환경도 좋아지고 자신 같은 사람들도 먹고 살게 아니냐고.

"이 일이 앞으로도 계속 전망 있는 일이라면 자녀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일본처럼 대를 잇는 장인정신이 얼마나 좋은가요."

김 부장은 적잖이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사람이다. 사실 일에 대한 자긍심을 말하는 데 있어서 이보다 더 확실한 말이 있을 수 있을까. 특히나 자녀 교육에 목숨 거는 대한민국 정서에서 김 부장의 말은 마치 청량제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와의 만남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들은 지저분하고 힘들어서 '사람들이 하기 싫은 일'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할 수만 있으면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8일 안성 종합환경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태그:#똥차, #김부열, #안성, #정화조 차, #안성종합환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