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63년째 되는 지난 8월 6일, 한국인 원폭피해자 대부분이 합천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에서는 오전 9시부터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도사를 낭독한 심의조 합천군수는 “원폭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에 대한 진상규명과 의료· 생계지원 및 각종 기념사업, 합천 세계평화공원 조성”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추모제를 마친 후,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피해자 자녀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심의조 합천군수에게 더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 보았다.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국회 차원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고서는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지원하고 평화공원을 조성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합천지부, 합천지역 피해자들과 지역구 국회의원 및 용기 있는 국회의원들이 함께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7월 2일에 합천 출신의 조진래 의원의 소개로 국회에 청원서가 제출된 상태인데 앞으로 50~160명의 국회의원에게 개별적으로 서명과 동의서를 얻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합천군 차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노력 중이십니까?

"63년 전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에서는 수백 억을 들여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평화공원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합해 수십만의 희생자 중 10%인 7만 명 가량이 한국인 희생자였고 그 대부분이 합천 출신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에서 원폭피해자에 대한 지원법이나 대책이 없기 때문에 합천군이 앞장서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군수인 저와 원폭피해자협회가 함께 노력해서 어떻게든 특별법을 관철하고 싶습니다."

 

-합천군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과 특별법 추진에 대해 군내에서 어느 정도 여론화가 되었습니까?

"오늘 추모제에 합천군의원과 의장, 부의장도 참석했습니다. 의회 차원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이고, 수백명 씩 모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알려왔습니다. 한국인이 이렇게나 많이 원폭피해를 입어서 1세에서 그 고통이 끝나지 않고 2세까지 고통을 당하고 한 많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더 이상 국가나 자치단체가 외면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군민들의 공감대도 많이 얻고 있습니다. 특별법과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군에서는 추경예산 2000만원을 확보해 놓았습니다. 일단 국회 쪽에서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하고, 실질적인 사업단계에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합천군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뒤에서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입니다."

 

-합천 원폭평화공원과 자료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주십시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는 평화공원의 규모만한 공원이 합천에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일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태양회에서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뒤뜰에 위령각을 세워주었지만, 너무 좁아서 앞으로 더 이상 위패가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또 일본 사람이 위령각까지 지어줬는데 한국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합천 세계평화공원에는 위령탑, 위령각도 모시고 국제회의실과 평화자료관 등도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합천이 원자폭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평화의 산교육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2세까지 대를 이어 눈물과 한숨으로 삶을 겨우 이어가고 있는데, 원폭피해자들이 죽기 전에 평화공원도 만들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원폭피해자 대부분이 합천 출신이고 지금도 다수가 합천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평화공원과 자료관이 합천에 세워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지금 평화공원을 조성해도 이미 많이 늦은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피폭도시로서 평화도시 이미지를 갖고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통해 원자폭탄의 무서움, 핵무기의 폐해를 느끼고 가는데, 한국에도 굳이 원폭평화공원이 조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본은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등 국가적인 범죄로 인해 원자폭탄을 맞은 측면도 있지만, 한국인은 억울하게 강제징용을 당하거나 일본의 식민지 정책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고 떠밀려 일본에 건너갔다가 원자폭탄을 맞은 피해자들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인 피해자들은 일본, 미국, 한국정부 어디서도 소외당하고 외면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에 이들을 위한 평화공원이 만들어져야만 합니다. 또 형편상 일본까지 가볼 수 없는 사람들이 합천의 평화공원을 찾아서 원폭과 핵의 무서움에 대해 생각하고 희생자를 기릴 수 있는, 평화와 인권의 국제적인 산 교육장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인 겁니다."

 

-원폭피해자 중에서 1세뿐 아니라 2세들도 대물림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원폭후유증으로 인한 질병이나 다양한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2세, 3세에 대해서도 사회적 구제책과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2세, 3세가 실제로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구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 20년 전만 하더라도 원폭피해자들은 자녀들이 결혼하는 데 지장이 있을까봐 국가에서 원폭피해자로 신고하라고 공고를 보내도 회피하고 자신이 원폭피해자임을 숨기려 했습니다. 그토록 고통받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2세와 3세까지도 반드시 피해자에게는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하 강제징용과 일제의 수탈로 인해 히로시마, 나가사키로 떠밀려 갈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 중 약 7만 명이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지난 63년 동안 한·미·일 정부로부터 외면당하고 방치된 채 고통의 세월을 보낸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해서는 그 실태조사나 진상규명 및 의료 생계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합천군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17대 국회에서 원폭피해자 2세 환자였던 고 김형률씨가 청원하고 조승수 민노당 전 의원이 발의한 바 있으나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18대 국회에서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원폭 공대위가 함께 다시 한 번 청원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많은 1,2세 피해자들이 특별법의 통과를 염원하고 있다.


태그:#원폭특별법, #원폭평화공원, #합천군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