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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관영방송'으로,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는 6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자신을 둘러싼 사퇴 압박에 대해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에 따르는 것처럼 권력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KBS를 향해 압박을 가해왔고, 그 칼날은 나의 거취문제로 모아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사장은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사장의 임기 보장을 폐기하고, 정권적 안위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장 '해임'이라는 초법적인 조치로 치닫고 있다"며 "공영방송 KBS를 향해 거센 회오리가 휘몰아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드디어 입 연 정연주 "개인의 문제 아니다"

 

정 사장이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움직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언론에의 노출을 극도로 꺼렸던 모습에 비춰 봐도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그만큼 정 사장으로서는 감사원 특감에서의 해임 요구 통보, 곧 이은 KBS 이사회 개최 등이 공영방송 사장의 자리를 통째로 뒤흔들 '절제절명의 순간'이라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 사장은 그간 말을 아껴왔던 것에 대해 "21세기 대명천지에 아무렴 상식과 합리를 뛰어넘는 일들이 일어날까, 우리가 성취한 민주적 절차와 제도까지 무시하는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설명했다. 갖은 사퇴 압박 속에서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문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런 절차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KBS 사장 거취 문제는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입을 연 정 사장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우선 정 사장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대해 "민주주의에 치명적 훼손을 입히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역사가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 하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KBS가 군사독재 시절의 '정권 홍보기관'이라고 생각한다면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강제로 해임하고 새 사장으로 정권의 파수꾼을 임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행태는 공영방송 KBS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세계 공영방송인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공영방송이 정권 입맛에 맞는 일방적 홍보만을 한다면 건강한 소통과 다양성과 포용이 설 자리는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개인적으로 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훌훌 털면 얼마든지 평화롭게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면서 "온갖 근거없는 음해와 비난을 당하면서까지 자리를 지켜온 이유는 바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눈물 보인 정연주...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한다"

 

이렇게 거듭 '민주주의 훼손'을 언급하던 정 사장은 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 사장은 "수배로 인해 도망자 신세였던 80년 5월 17일 이후 미국 형님네로 건너가셨다가 그 뒤 이국땅에서 돌아가신 어머님이 며칠 전 꿈에 보였다"라고 말하던 중 한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동아일보> 해직기자였던 정 사장은 신군부의 비상계엄조치로 수배됐다.  

 

정 사장은 붉어진 눈을 훔치며 "유신 때 그랬듯이 5·17 이후 그랬듯이, 이 땅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며 "역사가 다시 그 암흑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절규하듯 말했다.

 

이어 정 사장은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한다"며 "눈먼 권력이 일시적으로 KBS를 장악할 수는 있겠지만 KBS 구성원들은 결국 방송독립을 위한 선한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사장은 KBS 이사회를 향해서도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아달라"고 말하며 향후 신중한 선택을 내려 줄 것을 당부했다. 이사회가 감사원의 해임 요청에 따라 오는 8일 임시 이사회에서 '정연주 해임 권고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KBS 이사회는 KBS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11명의 이사들이 모두 사외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며 "KBS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엄중한 의무가 있는 이사회에서 KBS 독립을 파손시키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태그:#정연주, #KBS, #공영방송,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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