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감사원이 지난 5일 '부실 경영 및 인사권 남용'을 이유로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 해임을 요구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KBS 운영실태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정 사장에 대해 ▲ 04~07년간 계 1172억 원의 누적 사업손실을 초래했고 ▲ 잉여인력 미감축, 정부투자기관 기준 인상률에 2배에 달하는 임금인상, 과도한 복리후생, 타당성 없는 방송시설 투자사업 추진으로 사업비 낭비 등 방만한 경영을 했으며 ▲ 자격미달자의 국장 특별승격, 원칙에 어긋난 팀장 보직·해임 등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감사원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감사를 진행했다"며 "감사원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감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법조계, "경영상의 문제, 해임사유인 '현저한 비위' 될 수 있나?"

감사원이 감사위원회를 열어 KBS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를 최종의결하고 발표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정동 감사원 앞에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감사원이 감사위원회를 열어 KBS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를 최종의결하고 발표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정동 감사원 앞에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우선 감사원이 정 사장 해임요구 근거로 제시한 현행 감사원법 32조 9항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현행 감사원법 32조 9항에 따르면 감사원은 "법령 또는 소속단체 등이 정한 문책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단체 등의 임원이나 직원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임용권자 또는 임용 제청권자에게 해임요구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김갑배 전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비위의 사전적 뜻은 '위법한 사실관계'인데 감사원이 해임 근거로 제시한 '경영상의 문제'는 당부당(적당함과 부적당함)의 문제로 평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감사원의 법리해석을 반박했다.

김 전 이사는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과 함께 대통령의 KBS 사장 '임면권'이 '임명권'으로 수정된 것에 대해 감사원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꾼 것은 과거처럼 대통령이 방송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KBS 사장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명시된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면직될 수 없다"며 "이는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위해 3년의 임기를 보장한 이유인데 지금의 감사원의 법리해석은 무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는 "감사원은 '합법성 감사'와 '성과 감사'를 벌이는데 이번 KBS의 경우 '성과 감사'라고 본다"며 "성과 감사의 경우 누적적자 등 경영상 무능력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감사원이 KBS 이사회에 정 사장 해임 제청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이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점을 감안해, 해임 역시 가능하다고 본 것 같다"며 "다만, 다른 공기업 오너들과 같이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가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룡 교수, "공영방송이 흑자내는 것이 중요한가"

정연주 KBS 사장
 정연주 KBS 사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정치학)는 "감사원이 공영방송을 상업방송처럼 생각했다. 공영방송이 몇 백억의 흑자를 내는 것이 중요하냐"며 "감사원의 잣대 자체가 틀렸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현재 KBS는 28년간 동결된 시청료 2500원을 받고 있다. 차라리 시청료 현실화 요구에 대해 답해준 뒤 적자에 대해 논했다면 감사원의 '정 사장이 경영능력이 미숙하다'는 지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공영방송이 상업방송과 같은 흑자를 낸다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흑자를 내는 것보다 공영방송에게 중요한 것은 상업방송과 차별화된 방송, 권력을 감시하고 공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일반 공기업을 대하듯 공영방송을 수치화해 비교하려는 감사원의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감사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감사원이 정 사장 해임요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까닭은 정권의 강압과 짜여진 수순이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감사원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텐데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고 반문했다.

김서중 교수, "감사원 결과, KBS 평가와 완전히 달라"

KBS가 지난 4일 펴낸 'KBS 5년, 변화와 성과' 제목의 내부 평가 자료에 나온 경영진이 밝힌 최근 5년간 경영현황표
 KBS가 지난 4일 펴낸 'KBS 5년, 변화와 성과' 제목의 내부 평가 자료에 나온 경영진이 밝힌 최근 5년간 경영현황표
ⓒ KBS

관련사진보기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우선 감사원의 조사결과와 KBS가 지난 4일 펴낸 'KBS 5년, 변화와 성과' 제목의 내부 평가 자료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KBS는 최근 5년 동안 오히려 189억원의 누적흑자를 기록했다. 비경상적인 손익인 법인세 추납액과 환급액을 감안하더라도 경상적 누적적자는 44억원에 불과해 "정 사장의 취임 이후 1172억원의 누적 사업 손실을 기록했다"는 감사원의 조사결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김 교수는 "설사 감사원의 조사결과를 인정하더라도 감사원은 그 결과를 공개만 해도 된다"며 "그러면 이사회가 사퇴를 요구하든, 사장이 자진 사퇴를 결정하든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맞지, 감사원이 공영방송의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KBS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성과를 보였다"며 "지난 몇 년간 KBS가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위를 거듭하는 것은 그만한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고 양질의 공적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공기업은 경쟁의 논리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적자냐 흑자냐의 문제는 공기업은 물론, 공영방송의 가치를 모르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개인적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20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회복해온 공권력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 정부가 단기간에 사회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면서 나아간다면, 그 회복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겠다."


태그:#KBS, #감사원, #정연주, #언론장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