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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1000만 관객이눈앞에 왔다고 야단이다. 그러다 보니 '놈'자 안 들어가면 말이 안 될 정도다. 여기서 '놈'은 '놈 자(者)' 즉 '사람'을 말한다. 나도 영화에 기대어 <놈놈놈> 이야기를 해야겠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만주가 아닌 서울의 한복판에서 걸출한 '놈'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5일 오후 부시가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파안의 미소를 머금은 채. 이에 정부는 유사 이래 찾아보기 힘든 2만7천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환영을 했다.

 

동시에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사람들이 열심히 외쳐댔다. 부시를 환영한다고. 부시를 반대한다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놈놈놈>의 잔치가 질펀하다.

 

[온 놈] 독도의 은혜 베푼 부시는 '좋은 놈'일까

 

부시는 소위 '좋은 놈'인가? 우리 언론이 일제히 미 지명위원회(BGN)가 바꿔놓은 독도표기를 원상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할 때, 부시는 원상회복을 지시했고, 지시 이후 즉각 독도표기 원상회복이 이뤄졌다. 정부는 역시 한미동맹은 시들지 않았다고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미국의 신속한 대처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일본 언론은 독도표기 원상회복에 대하여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일본의 NHK를 비롯한 언론들은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의 말을 인용 독도 지명변경이 미국의 정책변경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의 신속한 되돌림이 부시 방한을 앞둔 선물이라는 것이다.

 

원래 있던 대로 되돌린 것인데도 어쨌든 우리로서는 고마운 일이 되어 버렸다. 부시는 대단한 선물을 준 터라 아주 넉넉한 마음이다. "독도는 한국 땅, 한국은 미국 땅"이라는 <한겨레> 6일자 만평이 왜 그리 설득력을 가지는 것일까?

 

5일자 <경향신문> 만평도 참 재미있다. 비행기트랩에서 내려오며 부시는 이렇게 말한다. "니들은 니들 땅을 나 없으면 어쩔 뻔 했어?!" 그를 환영하기 위해 트랩으로 달려 올라가는 이는 신발도 못 신고 버선발로 트랩을 부리나케 뛰어 올라간다.

 

'독도의 은혜' 때문일까?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국민일보> 6일 만평도 다르지 않다. '한미정상회담'이란 제하에 부시가 하는 말 "독도는 잘 있지? 독도다 생각하고 아프간에 파병 좀"이라고 쓰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한 '온 놈'은 정말 '좋은 놈'일까?

 

[맞은 놈] 부디 '매맞는 놈' 되지 않기를 

 

부시를 맞은 우리는 '나쁜 놈'인가? 방한하는 부시 대통령을 우리 정부에서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공항에 나가 극진히 영접했다.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데 따른 답방으로 온 부시는 이명박 대통령과 6일 오전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연합방위력 강화를 추진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주한미군 기지이전, 재배치에 관한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키로 했다.

 

북핵 신고서의 철저한 검증과 비핵화 3단계 진입을 위한 공조, 한미FTA 비준문제,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WEST) 추진하는 한편,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기 위해 북한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독도표기 원상회복 사건이 미국대사관의 공로이고,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우정을 고려할 때 정치적 승리'라고 생각하는 우리 정부. "독도표기 원상회복이 한국의 영토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바꾸기 전의 상태로 되돌린 것 뿐"이라고 말하는 미국.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그것도 아주 넘기 어려운 차이가 놓여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부시의 방한을 통하여 독도문제에 대하여도 와일더 보좌관이 "데이터베이스를 원위치로 돌려놓음으로써 미국은 이 문제에 있어서 어느 나라 편도 들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전통적 동맹관계를 내세우며 우리 손을 들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독도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도 그렇듯, 서울에서 만난 '온 놈'과 '맞은 놈' 또한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좋은 놈' '나쁜 놈'이 구별될 것 같지 않다. 영화에서는 어떤 면에서 보면 왜 그렇게 '좋은 놈' '나쁜 놈'이란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경계가 모호했다. 동상이몽! 영화 속 인물들이 꾼 꿈이었다면 서울에서 두 걸출이 그렇게 꿈을 꾼 것 같다.

 

염려컨대 '맞은 놈'은 '주는 놈'이 되고, '온 놈'은 '받는 놈'이 되면 안 된다. 앞으로도 '맞은 놈'이 '매 맞은 놈'이 안 되길 바란다.

 

[외치는 놈] 어떤 놈은 놔두고, 어떤 놈은 잡고... 누구 맘대로?

 

부시의 방한과 때를 맞춰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각각 정부에서 볼 때, '놔두면 좋은 집회'와 '놔둘 수 없는 집회'가 열렸다. 보수진영의 부시를 환영하는 집회와 진보진영의 반대하는 집회가 그것이다. 정부는 두 집회를 철저히 분리하여 대응했다.

 

경찰은 "그동안 촛불시위 현장에서 시위를 벌인 참가자 100여명에 대한 최종자료를 확보해 조사 중이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검거 작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힘으로써 '촛불'을 그냥 놔두고 보지 않겠다고 별렀다.

 

아니나 다를까, 5일밤에는 경찰이 말만이 아님을 입증했다. 청계광장의 집회를 막는 과정에서 경찰은 빨간색깔이 들어간 물대포를 무차별 난사했다. 빨간 피(?)로 물든 시위참가자들은 그야말로 피맛을 보고 말았다. '불법집회 참가'라는 명목으로 150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연행된 이들 중에는 민주노동당원 20여 명과 광우병기독교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방인성 목사 등 8명도 포함되어 있다. 방 목사에 따르면 청계광장에서 쓰러져있는 문대골 목사를 부축하려는데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갑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무차별 연행했다고 한다. 연행작전은 지난달 30일 창설된 경찰관기동대가 주도했다.

 

그동안 '촛불'의 기세에 대꾸하지 않던 보수진영은 지금 한창 '촛불말살대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놔두는 집회'를 하고 있다. 합법집회라는 이름으로. 전적으로 당국의 잣대에 따라 합법집회와 불법집회가 분리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엄신형 목사)가 주최한 5일 저녁 서울광장의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에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촛불집회에서 "한국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의 어려움과 공포는 마귀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집회는 경찰의 철저한 보호아래 이뤄졌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외치는 놈'은 정부에 의해서 철저히 '놔둘 수 없는 놈'과 '놔두면 좋은 놈'으로 분리되고 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이상한 놈'이 왜 이상한 놈인지 알 수 없듯이, 우리나라 전국에서 왜 '놔둘 수 없는 놈'과 '놔두면 좋은 놈'이 분리되는지 그걸 알 수 없다.

 

부시의 방한과 함께 서울에서, 아니 전국에서 벌어질 <놈놈놈>의 실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바라기는 영화에서처럼 무의미한 싸움은 없길 바란다. 모두 다 '미친놈'이 되는 현상은 없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당당뉴스>, 블로그(http://blog.godpeople.com/kimh2, http://blog.daum.net/kimh2)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부시방한, #찬성집회, #반대집회, #물대포,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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