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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4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대사로 발탁됐다. 김 전 경제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최 전 차관은 아시아 주요 국가의 공관장에 내정됐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한국이 OECD에 가입할 때 주 프랑스 대사관 경제공사를 지낸 이력이, 최 전 차관은 아시아 각국 외환위기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했던 경험이 고려됐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외교부 설명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김 전 경제수석은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책임 때문에 지난 6월 20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때 '쇄신' 차원에서 물러난 사람이다. 최 전 차관은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쓰는 등 경제정책 실패 책임론에 밀려 지난 7월 7일 경질됐다.

 

원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러나야 하는데 차관이 대신 쫓겨났다며 '대리 경질' 논란까지 빚었다.

 

실패한 경제 관료를 '국민의 뜻'을 받든다며 잘랐다가 불과 한 달여만에 다시 등용하는 것은 이유야 어쨌든 당시 책임을 물었던 행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더구나 김 전 수석은 국회에서 진행중인 미국산 쇠고기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이다.

 

한 1년 정도 자숙의 시간을 거쳐 국민들의 기억이 흐릿해질 때도 아니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문제 인사들을 재등용하는 것은 '소나기(국민의 분노)는 잠깐 피했다 나중에 뒤집으면 된다'는 식의 '오기 인사'로 밖에는 달리 생각되지 않는다.

 

외교안보 불감증 걸린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은 한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촛불시위가 잠잠해지자 '때려잡자'는 식으로 나왔다. 이번 인사도 그런 행태의 연장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은 외교·안보 문제로 폭락했다는 지적이 누누이 나오는데, 이에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중순 해외 공관장 인사로 한번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주 애틀랜타 총영사에 내정된 이웅길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이 미국 국적이어서 문제가 됐다. 그는 국적 회복 절차를 밟았지만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물러났다.

 

이웅길씨 외에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로 발탁된 김재수씨는 BBK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네거티브 대책단의 해외팀장 출신, 이하룡 시애틀 총영사 내정자는 한나라당 중앙위원 등을 지낸 사람들이어서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해외 공관장 인사 파동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줄줄이 터졌던 사고의 전초전 격이었다. 이후 쇠고기 파동 등 숱한 사태가 벌어졌는데, 조금 잠잠해지자 다시 해외 공관장 인사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은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외교에서 그렇게 혼쭐이 나고도 논란 많은 인물을 언론에 재등장시켜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무능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것도 상식 밖의 행태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을 보면 모르는게 아니라 '불감증'에 걸린 게 아닌가 싶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은 더더욱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태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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