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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오늘 (5일) 오전 9시 30분 감사위원회를 열어 KBS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를 최종의결하고 이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가 담길 것이라는 게 언론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뿐 아니다. 검찰은 4일 정 사장을 출국 금지시켜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장을 가려던 정 사장의 발을 묶었다.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 발표 예고 소식과 맞물린 결정이었다. 이 때문에 KBS 안팎에선 "'정연주 찍어내기'가 본격적이고 입체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방송인총연합회 임원들이 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9층에서 간담회를 진행해 '이명박 정부의 방송·언론장악 시도'를 저지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한국방송인총연합회 임원들이 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9층에서 간담회를 진행해 '이명박 정부의 방송·언론장악 시도'를 저지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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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사회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언론단체 등에서 예상해 온 '해임 시나리오'도 다소 어긋났다. 언론계에서 유력하게 돌던 시나리오는 검찰이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뒤 KBS 이사회가 정 사장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을 적용, 해임건의를 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정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두른 건 감사원이었다. 지난 6월 11일부터 시작했던 KBS 특별감사 결과를 두 달도 채 안 돼 발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지난 5월 15일 감사원에 KBS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요청했고, 감사원은 이를 받아들여 특별감사를 시작했으니 언제고 감사보고서가 의결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부쩍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감사위원회는 감사 시작 후 통상적으로 3~4달 이후에 열리는데 이례적으로 발표 시기가 단축된 것이다. "KBS 감사를 담당한 직원들조차 '일정 단축 지시에 따라 며칠간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할 정도"(KBS 기자협회, PD협회 성명 중)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아무리 털었는데도 먼지가 나지 않았다면 이전에 비해 다소 빨리 감사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둘러싼 환경이다.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구석이 아니다. 감사위원회는 통상 목요일에 개최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요일(5일)로 앞당겼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례적으로 목요일에 열었을 뿐 특별한 규정에 의한 것도 아니었고 감사사항이 많으면 요일을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 이사회 역시 일정을 7일로 앞당긴 것을 고려한다면 감사원의 일정 변경이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사회는 당초 13일에 예정되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감사원과 이사회가 각각 새 일정을 5일과 7일로 변경한 것이다. "오는 8일 올림픽 개막 이전에 KBS 장악을 마치겠다는 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라 두 기관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마에 오른 건 KBS 아닌 감사원"

감사원 전경
 감사원 전경

이런 일련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오늘 열릴 감사원의 결과를 추측할 수 있다. "정연주 사장 해임 요구"가 그것이다. 감사원 출석요구 거부와 경영책임을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법 제32조에는 '감사원은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요구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KBS 사장 임용권자는 대통령이고 임용제청권자는 이사회다.

KBS PD협회와 KBS 기자협회는 감사원 일정이 알려진 즉시 '감사원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감사원을 항의방문했다. "감사원은 감독대상인 행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로 삼아야 할 기관이므로 정권의 KBS 장악음모에 동원돼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것 자체를 치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들은 이어 감사원에 물었다. ▲ 왜 이렇게 KBS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서두르려 하는가? ▲ 감사위원회 일정을 화요일로 앞당긴 이유는 무엇인가? ▲ 정권의 시나리오에 감사원이 동원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이다.

KBS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KBS PD는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수순이지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몰아치고 있다"면서 "5일 감사원 결과에 따라 KBS  안팎에서 한바탕 큰 소용돌이가 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KBS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감사원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걸고 일하는 곳이다. 지금 '정치 표적 감사' 비난까지 받으면서 KBS 흔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 도마 위에 올라있는 건 KBS가 아니라 오히려 감사원이다."

민주당은 오전 9시경 감사원을 항의방문하기로 했으며 언론노조, PD협회 등 언론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도 감사원 근처에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어서 오전부터 감사원 주변에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정연주 사장 출국금지... "후진타오 공식초청, 외교적 결례"

정연주 KBS 사장
 정연주 KBS 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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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4일 정연주 사장을 출국금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KBS 한 관계자는 "검찰이 정연주 사장을 출금시킨 사실을 4일 확인했다"고 확인해줬다. 검찰은 정 사장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출두를 요구했지만, 정 사장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당초 정 사장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맞춰 4박 5일 일정으로 6일부터 방중할 예정이었다. 단순한 올림픽 개최지 방문이 아니었다. 정 사장은 8일 개막식에 맞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베푸는 정상 오찬에 공식으로 초청 받은 상태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남 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같은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 오찬이다.

KBS 관계자는 "정 사장은 중국 정부로부터 공식 초청받아 오찬에 참석하기로 했으며 이같은 초청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검찰의 갑작스런 출국금지로 외교적 결례까지 감수해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KBS와 정연주 사장을 휘감던 심상치 않던 바람이 기어이 거센 소용돌이로 변하고 있다. 우선 감사원에서 몰아닥칠 이 소용돌이는 '배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검찰의 수사발표와 곧 만나 더욱 큰 풍랑을 몰고 언론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정권의 KBS 장악 시나리오'가 '미디어' 무대에서 완벽하게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감사원의 발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태그:#KBS, #정연주, #감사원, #방송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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