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도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깨끗한 나라로 알려진 싱가포르를 찾아가봅니다. [편집자말]
[소각] 소각장 오염가스와 악취 '0'

싱가포르에선 돈을 받고 종이를 판다. 수집인이 값을 계산하기 위해 무게를 달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돈을 받고 종이를 판다. 수집인이 값을 계산하기 위해 무게를 달고 있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싱가포르에서 모든 쓰레기는 구분 없이 한꺼번에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신문 등 종이류만은 쓰레기수집인에게 따로 팔린다. 수집인은 무게를 달아 값을 매긴다. 과거 우리나라 모습 그대로다. 수집인들이 주택가를 돌면서 쓸 만한 것들(종이·병 등)을 줍기도 한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남은 모든 것들이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싱가포르에 있는 소각장은 모두 네 개. 전체 쓰레기 중 소각 가능한 쓰레기는 약 93%. 소각 불가능한 7%는 바로 매립지로 간다.

가장 오래된 소각장이 1979년 만들어졌고,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소각장은 2000년에 지어졌다. 1979년 만든 첫번째 소각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새로운 소각장이 2009년 문을 연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소각장을 찾았다.

"아황산가스·다이옥신·악취, 모두 문제 없다"

쓰레기를 싣고 소각장에 온 트럭이 내용물을 붓기 위해 후진 중이다.
 쓰레기를 싣고 소각장에 온 트럭이 내용물을 붓기 위해 후진 중이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하루에 쓰레기를 실은 트럭 600대가 들어온다. 주로 정오 12시 이후에서 오후 5시 사이에 온다. 공장 총 종사자는 130명, 기술자는 55명, 11명씩 5그룹이 3교대로 일한다.

소각기구는 모두 6개다. 크레인 작업자가 여러 곳에서 모인 쓰레기를 골고루 섞는다. 잘 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크레인 작업자가 쓰레기더미를 든다. 크레인이 한 번에 들 수 있는 쓰레기 양이 무려 7~8톤.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선 아황산가스와 다이옥신이 나온다. 현장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촉매식 백 필터(Bag Filters)를 통해 다이옥신을 걸러낸단다. 수석 매니저 탄  키 핀(Tan Kee Pin)은 발생량에 대해 "가장 엄격하다고 알려진 유럽이나 일본 기준에 맞췄다"고 말했다.

악취도 문제가 없단다. 쓰레기 번커가 공기를 빨아들여서 밖으로 뺀다고. 쓰레기는 보일러 튜브로 싼 용광로에서 소각된다. 이 때 온도가 영상 1000℃다. 소각장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소각장은 아무런 유해 가스도 악취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하지만 100%는 장담할 수 없는 법이다.

한국에선 소각장이 들어설 때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은 쓰레기소각장 운영 관련 비리로 모두 34명을 적발했다. 대상자 중엔 소각장 관계자와 공무원·심의위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싱가포르에선 어떤지 궁금했다.

소각장 공장장 포순홍에 공장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소각장 공장장 포순홍에 공장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탄 키 핀은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 우려하는 주민에게 언제든지 소각장을 견학하게 한다고. 학생들을 위한 인터넷 방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재차 물었다. 안전하다고 이해했다 하더라도 소각장이 동네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진 않을 것 같다고.

"물론 아무리 소각장이 안전하다고 해도 자기 집 마당이나 동네에 있길 바라진 않는다. 정부 정책은 소각장을 주거단지가 아닌 산업단지·산업지역에 한정해서 지었다. 주거지에선 오염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산업단지가 무한정이진 않을 것이다. 땅이 부족하면 주거단지에 만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웃음) 그럴 일은 없다. 소각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아주 적다. 싱가포르 땅이 비록 적지만 소각공장을 못 지을 정도는 아니다."

[재활용] 하수도물과 빗물 소각 처리에 활용, 열은 에너지로 써

직원이 크레인을 움직여 쓰레기가 잘 타도록 골고루 섞고 있다.
 직원이 크레인을 움직여 쓰레기가 잘 타도록 골고루 섞고 있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탄 키 핀은 소각장에서 재활용이 매우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마그네틱 분리기로 소각장에 들어온 쓰레기 중에서 폐금속을 골라낸다. 지난 한 해 동안 수집한 폐금속이 1만3000톤. 소각재 처리에 쓰이는 물도 재활용이다. 하수도물을 재처리한 뉴 워터(New Water)를 쓰기 때문이다. 청소할 때는 빗물을 쓴다.

게다가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나온 열은 에너지로 쓴다. 나온 에너지 중 20%를 공장에서 쓰고, 80%는 판매한다. 판매처는 국립전력관리풀. 싱가포르 국가 사용 전력의 2~3%가 여기서 나온 에너지다. 지난 한 해 시민들이 낸 요금 기준으로 5200만싱가포르달러(393억)였다. 4개 소각장에서 나온 전기요금을 모두 모으면 1억싱가포르달러(756억) 수준이다.

몇년 전 소각재를 잘난부르 거리에 깐 적이 있다. 소각재 재활용과 함께 매립량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미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에서 실험한 바 있다. 결과는 실패. 소각재를 도로에 깔 경우 원래 재료를 바닥에 깔 때보다 더 비쌌다. 이유는 특수처리 때문. 쓰레기를 태울 때 그 안에는 많은 중금속이 섞여 있다. 재를 그냥 도로에 부으면 대지 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공이 필요하다.

공장장 포순훙(Poh Soon Hoong)은 몇몇 업체와 새로운 기술을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훨씬 싼 가격에 특수처리를 하는 게 관건이다.

소각장 중앙통제실.
 소각장 중앙통제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눈에 보이는 환경은 깨끗했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닐 것이다. 직원들 건강이 염려가 됐다.

- 직원들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는가.
"정기적으로 하진 않는다. 위험한 공장으로 분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먼지가 많은 지역에선 호흡기 사용이 의무다."

- 위험한 공장은 아니겠지만 특수한 작업장이다. 별도 혜택은 전혀 없나.
"물론 환경상 어려움은 있다. 쓰레기 공장이기 때문에 일반 사업장과 같을 수는 없다. 고열을 견뎌야 하고, 먼지도 있으니까. 한 달에 100싱가포르달러(7만6000원)씩 따로 수당을 받는다."

여기서 재로 변한 쓰레기는 세마카우 매립장으로 보내진다. 거리는 25㎞. 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시민들 의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인터뷰] 소각장 수석매니저 탄 키 핀


소각장 수석매니저 탄 키 핀
 소각장 수석매니저 탄 키 핀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소각장 수석 매니저로서 할 수 있는 답변과 아닐 때 답변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개인 생각이 있더라도 공식 답변은 못할 때가 있다. 여기서 던진 질문은 수석 매니저 탄 키 핀이 아니라 싱가포르 시민 탄 키 핀에게 한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실천을 하고 있나?
"열심히 참여한다. 신문과 헌옷을 재활용한다. 세탁용품 등 플라스틱 용기도 잘 구분한다."

- 싱가포르 시민 대부분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있다. 어떤가? 이웃들을 봤을 때는?
"이웃들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열심히 하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수퍼마켓 비닐 안 주기도 조금씩 되고 있다."

- 잘 실천하지 않는 이웃들에게 조언은 해주나?
"주민들에게 따로 이야기하진 않는다. 내가 잘 하면 본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량은 생활습관이 돼야 한다. 학생들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기억한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부모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말한다. 어린이가 환경대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열살짜리 딸이 하나 있다. 딸이 나에게 종종 이야기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싱가포르, #소각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