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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구름이 둥실 떠있고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내리쬐는 여름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전북 고창군 심원면 고전리에 위치한 천일염전인 '삼양염전'을 찾았다. 햇볕이 따갑도록 내리쬔다.

 

햇빛이 좋아야 수확을 많이 한다는 소금. 작품을 담기 위해 떠나는 사진가들과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짠 냄새를 맡으며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소금 같은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소금산이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햇볕에 반사된 하얀 소금이 반짝반짝 빛난다. 구릿빛 피부의 아저씨와 젊은 청년 둘,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소금을 수레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가족처럼 보인다.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아네... 그렇게 하세요. 뭐 찍을 게 있을까요?"

 

"이 일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6년 정도 되었답니다. 삼양사에서 운영을 했는데 7년 전부터 이곳을 임대를 주어 이제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지요. 임대한 사장은 따로 있고 저는 이곳에서 일을 하며 월급을 받고 있답니다."

 

3남 1녀를 두었다는 59세 표영환씨의 말이다.

 

"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누구인지요?"

"아들들입니다. 휴가철을 맞아 저를 도와주겠다고 왔답니다. 참 기특하지요."

 

따가운 햇살에 붉게 익어 버린 얼굴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서툰 모습으로 부모님 일을 도와주며 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표유신(36)씨와 동생 정권(27)씨.

 

"휴가차 고향집을 찾았는데 부모님이 힘든 일을 하시고 있기에 동생과 함께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동생은 전남 광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유신씨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휴가를 맞춰 부모님을 도와 드리기 위해서 고향을 찾았단다. 아내와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고추 따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참 뜻 깊은 휴가 계획을 세우셨군요. 참 보기 좋습니다"라고 하자 빙그레 웃음으로 답한다. 바퀴가 하나인 수레가 좁은 둑을 지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가끔 비틀거리다 소금을 조금씩 쏟기도 한다.

 

흐뭇한 마음으로 이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멀리서 아저씨 한 분이 걸어오며 인사를 건넨다. 이곳을 관리하는 사장님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신분을 밝히자 잘 오셨다며 이곳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소금 만드는 일을 관리하고 있는 박원준 사장의 말에 의하면 삼양염업사에서 운영하던 이곳이 7년 전부터 일반인들에게 임대해 생산하는 체제로 바뀌었단다. 그래서 박원준 사장이 이곳을 임대하여 운영하게 되었고 소금 만드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는 지역 주민들이란다.

 

소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박 사장은 "염전에 오셨으니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라며 말을 잇는다.

 

"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처음 바닷물을 끓어 올렸을 때는 1%의 염분을 가지고 있고 그 다음 단계는 2%의 염도를 유지하다 마지막 단계로 왔을 때는 25%의 염도가 된답니다. 마지막 단계의 25%의 염도가 되었을 때는 만약에 비가 오게 되면 지붕으로 씌워진 저장고로 옮기게 된답니다.

 

저장되었던 것을 다시 원상복귀해서 수증기를 증발 시키고 소금을 만들게 된답니다. 소금은 정성과 땀이 배어 있지요. 1%~2%단계에서 비가 오게 되면 끓어 올렸던 바닷물을 모두 버린 답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음식을 맛깔나게 조미하는 천일염을 만들고 있답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량은 보통 한 해에 얼마 정도인지요?"

"제가 관리하는 곳은 1만5000평 정도의 규모인데 8명이 일을 하고 있지요. 3방을 앉혔을 때는 한 자루 30kg을 기준으로 해서 1년에 1만개 정도가 나온답니다. 4방을 앉혔을 때는 1만2000개 정도가 나오지요.  날씨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매번 똑같을 수는 없고요. 올해 같은 경우에는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이 작년보다 못할 것 같습니다."

 

"판매는 주로 어떻게 하는지요?"

"전량을 농협으로 보냅니다."

 

이곳까지 와서 취재해주어 고맙다며 잠깐만 기다리란다. 잠시 기다리자 작은 플라스틱 통에 소금을 담아 선물이라며 건넨다. 받지 않겠다며 극구 사양했으나 고마운 마음이니 가져가 맛있는 요리해 먹고 이곳 천일염을 많이 소개해 주라며 막무가내로 안겨준다.

 

소금의 입자가 굉장히 크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지금까지 봐왔던 소금과는 뭔가가 색다르다. 맛을 보니 짭조름한 맛이 좀 덜한 것 같다. 입안에 감도는 맛이 가공된 소금의 맛과는 사뭇 다르다. 달콤한 맛도 난다. 박 사장이 말을 덧붙였다.

 

"소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있답니다. 농업을 하든 어업을 하든 정부에서 농업용 전기라든지 농업용수를 끌어 올리는 일이라든지 적절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우리 같이 소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소규모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1년에 두 번 봄, 가을로 나누어 선운사에 기증을 하고 있지요. 이 소금을 '보은염'이라 합니다. 보은염이라 부르게 된 연유는 이 지역에서 도적을 일삼고 나쁜 행실로 마을 주민들을 괴롭히던 사람들을 검단선사께서 불법으로 교화시켜 선량한 백성으로 돌아가게 했고 그 사람들에게 소금을 굽는 기술을 가르쳐 생계를 꾸려 나가게 했습니다. 이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선운사에 보은염을 바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곳에 삼양염업사에서 염전을 만들게 되었고 이후로는 삼양염전에서 선운사에 소금을 기증하게 되었답니다."

 

"땅 끝 바닷가 염전에서 평생을 태양과 바람과 정성을 모아 우리 소금을 지켜온 우리들이 하늘, 땅, 바다의 신께 감사드리며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최고의 100% 순수 국내산 천일염을 확실하게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삼양염전 생산 기술자: 지현도, 백정배, 표명함, 문일봉, 주병조, 전순임, 전하남, 이영자, 양영웅, 김연순.


태그:#천일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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