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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조선사연구회에서 발간한 잡지 사해(史海)의 창간호에 실린최초 독도전경 사진
 1948년 조선사연구회에서 발간한 잡지 사해(史海)의 창간호에 실린최초 독도전경 사진
ⓒ 한국해연구소 소장 이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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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과서 해설서와 미국 국회도서관의 주제어 파동에 이어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의 변경은 독도 문제를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과 결과에는 어떠한 원인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일본 교과서 해설서 문제는 그 핵심도 원인도 아니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문부성 검정을 통과하여 제작된 일본 교과서의 부교재인 사회과부도에서는 이미 독도가 일본영토로 표기되고 있었고 그 후에 제작된 것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교과서 해설서의 문제는 우리에게는 크게 다가왔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이런 상황을 봤을 때, 그들은 독도를 국제사회에 진작에 분쟁화 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본은 매번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사안에서는 국제사회의 시선에 눈을 맞추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 왔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이상한 낌새

2001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공한 웹 페이지의 지도와 설명
 2001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공한 웹 페이지의 지도와 설명
ⓒ 내셔널 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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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서 일본이 개입했는지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분석해 볼 때, 일본은 독도영유권의 문제에 있어 국제적 단계에서 논의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토대 형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우리나라의 동해 표기 주장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언론과 국제기구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2002년경 우연히 발견한 웹페이지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001년에 만든 지도에 이례적으로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는데, 그 요지는 지도상의 괄호는 법적 분쟁상태를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Sea of Japan: 일본해 (East Sea: 동해)
미국지리학회는 1999년 초부터 '일본해'가 한국과 법적 분쟁상태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본 학회의 표준 지명-이름(place-name)의 규약에 근거해서, 한 국가 이상이 공유하는 지리적 명칭이 분쟁 상태에 있을 경우, 본 학회는 일반적으로 인식되어온 명칭을 먼저 사용하고 분쟁 상태의 명칭을 괄호 안에 표기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제작한 지도는 '일본해'가 제1순위의 표기로 나타나고 '동해'는 그 아래 괄호 안에 표기한다.
http://www.nationalgeographic.com/maps/updates/seaofjapan.html

1999년초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5년마다 개정판을 내는 '세계지도책' 제7판을 발간하는 해였다. 당시 제7판에서는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나타났고, 독도는 'Tok-do(Liancourt Rocks : 리앙쿠르 록스)', 울릉도는 'Ullung Do(Dagelet)'로 표기되어 나타났다. 분명 울릉도와 독도의 표기를 볼 때 1999년 발행된 지도에서는 괄호가 법적 분쟁상태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괄호 안의 울릉도와 독도의 명칭은 단순히 외래지명을 나타낼 뿐이었다. 

그런데 2001년 그들은 괄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 웹페이지를 보면서 두 가지 의문이 들었는데, 첫 번째는 왜 2001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이례적으로 괄호의 의미를 설명하는 웹 페이지를 만들었을까 이고, 두 번째는 위 지도에서 보듯이 만약 'Tok Do' 아래 괄호 안 명칭인 'Liancourt Rocks(리앙쿠르 록스)'가 2004년 발간될 '세계지도책' 제8판에서 다케시마로 바뀌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생각은 간단했다. 우리 정부가 동해 표기 주장을 하면서 요구한 '지명에 관한 분쟁시 당사국간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분쟁 지명 병기라는 국제 지명표기 일반 원칙이 동해 표기문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수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았다. 이건 분명 표기의 문제이지 영유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불안감은 남았다. 일본의 요구가 없으면 아무 상관이 없지만 만약 일본의 요구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려하던 상황이 터졌다. 2004년 초부터 '세계지도책' 제8판의 발간에 앞서 다케시마가 표기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는 표기의 분쟁상황이 영유권의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나는 2004년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창일 때, 동해 표기 주장의 재검토와 장기적 전략의 모색을 주장하면서 사전에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세계지도책' 제8판에는 'Sea of Japan(East Sea)' 표기와 'Dokdo (TakeShima)'가 등장했고, 독도에는 '한국이 행정적으로 관할하고 있으나 일본이 영유(領有)를 주장함(Administered by South Korea; claimed by Japan)'이라고 명시되었다. 이 지도책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독도의 분쟁상태를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7월 사건은 전주곡에 불과하다

ⓒ 이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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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태에 이르기까지는 일본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는 것은 미국 CIA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CIA 국가정보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2년 1월 보고서에는 독도/다케시마 분쟁지역 설명부분에서 "일본의 주장으로 분쟁이 촉발됐다"고 간단히 소개돼 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한국과 일본 지도에 영토 분쟁지역을 의미하는 '리앙쿠르 록스'가 삽입됐고, 2005년에는 한국지도가 아닌 일본지도에만 리앙쿠르 록스가 '화살표'로 표시됐지만 2006년에는 한국지도에도 리앙쿠르 록스를 강조해 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9월 CIA 보고서에는 '격렬하게(intensified)'란 단어와 '조명되다(highlighted)'란 단어를 추가해 분쟁지역 상태로의 독도를 부각시켰다. 결국 2005년 CIA 보고서는 '미해결'(unresolved)과 '조업권리'(fishing rights)란 표현을 더했다. 일본은 미국에서 이루어낸 이러한 일련의 성과를 바탕으로 그 다음해인 2006년 4월 독도 주변의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일본 탐사선을 보냄으로써 한·일분쟁상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

벌써 이 때는 인터넷에 다케시마의 표기가 일반화된 시점임을 생각할 때 독도를 보는 세계인의 시각은 일본에 편향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 모든 사건은 전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권위있는 지도 속 괄호라는 기호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로 보여진다.

올 7월에 일어난 사건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이미 일본은 미국에서 많은 것을 성취하였다. 그러나 크게 보자면 미국 국회도서관의 주제어와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 규정은 미국 안에서의 문제이고 미국 정책의 문제일 뿐이다. 일본은 미국에서 이루었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도약할 발판을 찾고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그들은 2009년에 발간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세계지도책' 제9판에 독도 '영유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이 명시되기를 원할 것이다. 이 책의 세계적인 파급력으로 볼 때, 이 지도는 미국 밖에서 제작될 많은 다른 나라의 지도 제작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만약 일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 책이 발간된다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한국인의 분노는 극에 이를 것이고, 당연히 모든 책임은 현정부의 무능함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마 그 때 정부가 겪을 고충은 지금의 몇 배나 될 것이다. 불과 1년 반 후의 모습이다.

군부대 파견은 낮은 수준의 대응... 중요한 키워드는 '보존과 정보'

일단 우리는 이미 일본과 독도를 놓고 벌이는 경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으로 봐서 심판의 공정성에 대해 어느 정도 질타할 수는 있겠지만, 재경기를 하자고 제안할 입장은 못 된다. 미국과의 관계도 이런 입장에서 정리하고, 일본과의 새로운 경기에 도전하면 된다. 그들이 바꾸었다면 우리도 못 바꿀 것은 없다. 

결론은 심판이 설정해 놓은 규칙을 잘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그 규칙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설정한 좌우명 즉 모토(Motto)에 있다. 무엇인가?

"지리학 지식의 증진과 확산을 위함과 동시에 세계의 문화, 역사 그리고 자연 자원의 보존을 장려함 (To increase and diffuse geographic knowledge while promoting the conservation of the world's cultural, historical, and natural resources)"이다.

이제 해결의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1) 지리학적 지식의 증진과 확산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면 되고, 이는 지리학자들의 몫이다. 2) 문화 자원 보존은 문화인의 몫이다.  3) 역사 자원 보존은 역사학자들의 몫이다. 4) 자연 자원 보존은 미생물학·식물학·동물학 등 관련학문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몫이다. 새로운 종의 생물을 발견하여, 학명으로 독도 명칭을 부여하고 이것이 축적되면 세계적인 힘이 되는 것이다.

또 이 모든 것을 총괄하여 올해 5월 23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간 도서영유권 분쟁에서 유효하게 고려된 '공식 발간물(official publication)'을 만들어 내면 된다. 결국 각계의 사람들이 자기의 몫을 다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보존과 정보'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독도를 위한다고 내놓은 방침은 우리가 참여할 경기의 규칙과는 상반된다. 군부대의 파견, 독도의 유인화 정책과 독도사랑 체험장 및 기념관과 같은 개발 정책 등은 가장 수준 낮은 대응 전략이며, 정치적 전략에 불과하다. 이 전략은 국제사회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며, 일본을 더 자극하는 전략이 되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

독도와 관련한 개발 정책, 물론 가능하다. 그것은 철저하게 역사, 문화 그리고 자연 자원을 이용한 콘텐츠 개발이 돼야 한다. 독도를 보존하면서, 무형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그 방법이다. 여기엔 무궁무진한 개발의 대상들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도 많다. 그리고 국민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들도 많을 것이다. 웹2.0의 키워드인 '집단지성'을 이용하면 어떨까? 충분히 소수집단의 지성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더 이상 감성에 의해 움직이지 말고 지성에 의해 움직이자.

'집단지성'을 이용한 소프트 파워 보여줘야

1970년대 촬영한 것을 추정되는 독도사진
 1970년대 촬영한 것을 추정되는 독도사진
ⓒ 한국해연구소 소장 이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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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건립하려다 진행이 잘되지 않은 450억 원 예산의 독도박물관 재검토 역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년이 채 안 된다. 유물 없는 박물관, 비대한 건물로 인해 연구예산보다 유지예산이 더 많은 박물관은 제발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이다. 이 힘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개발하라. 이런 모든 정책은 실효적 지배를 하지 못하는 일본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현 상황에서는 독도에 발을 붙일 수도 구체적인 연구를 할 수도 없다. 그것이 일본이 가지는 가장 큰 취약점인 것이다. 우리의 부드러운 나비의 날개짓에 일본은 칼을 쓸 수 없다. 이제 독도와 함께 한바탕 재미있게 놀아 보자. 이제 우리도 부드러운 나비가 되어 날개짓하며 날아오르자. 부드럽게, 부드럽게.

덧붙이는 글 | 이돈수 기자는 한국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독도, #동해, #일본해, #영유권 분쟁, #다케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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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옛 사진과 서양고지도 전문가이면서 수집가이다. 한국해연구소 소장으로 동해 표기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고지도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고, "독도는 한국 땅, 미발굴 외국 고지도 수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 갤러리 북과바디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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