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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갇혀 있다. 전경 차량은 '광장'을 원천봉쇄했고, 경찰은 곳곳에서 '촛불'의 발을 묶었다. 이런 촛불을 지키자고 '촛불 지킴이'로 나선 사람도 많다. 지난 5월 2일 여중고생들이 광장에 촛불을 켠 지 3달여가 지난 뒤의 풍경이다. 지난 28일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이 하루 동안 4군데의 '갇힌 촛불'을 취재했다.

[풍경1- 민주노총] 경찰 불심검문에 막힌 사무실... "계엄정국의 공포"
취재: 김원영, 김정욱 오마이뉴스 8기 인턴기자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연행하려던 경찰과 민노총 조합원이 몸싸움 중이다.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연행하려던 경찰과 민노총 조합원이 몸싸움 중이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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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몸싸움.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몸싸움.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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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놔!"
"가만히 있어!"

오후 3시 10분께,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건물 밖에서 사람들의 고성과 비명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는 전교조 조합원을 강제 연행하려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24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 경찰은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지나가는 모든 차량에 대한 불심검문을 시작했다. 이날 경찰이 같은 건물에 있는 전교조 사무실에 들어가려는 김태천 전교조 선전미디어실 미디어부장의 차량 트렁크를 검문하려 하자 김 부장이 이를 거부한 것.

검문을 거부하는 김 부장을 특별공무집행방해죄로 연행하려는 장면을 목격한 민주노총과 전교조 조합원들은 연행을 막기 위해 40여 분간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조합원들이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다 바닥에 나뒹굴기도 했다. "연행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어서 내놔라!"라고 고함치며 김 부장을 태우고 나가려는 경찰차를 제지했다.

28일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이 충돌하고 있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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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랑이 끝에 김 부장은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건물 앞에는 여전히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전경버스 6대와 20여 명의 의경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24일 경찰은 이석행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 3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27일 경찰은 미행 끝에 식당에서 남편을 만나려던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을 체포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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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인지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렇게 안부인사를 했다.

"사무실에 들어오실 때 별 일 없으셨어요?"

우 대변인은 경찰이 민주노총 건물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의 트렁크를 열어 검문하고 있다며 '인권유린'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그는 "24일 이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과 그들의 가족을 미행하고 있고, 수십 명의 인력과 전경버스를 민주노총 건물 앞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민주노총에서 총파업했다고 민주노총 간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건 처음이고, 민주노총 전체를 범죄자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80만 조합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촛불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것은 세계적 망신"이라며 "힘으로 억압한다고 해서 사건의 본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영옥 부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며 영등포경찰서를 항의 방문을 했다. 민주노총 건물 앞에 항시 의경들이 배치 중인데, 병력을 바짝 배치해서 위압감을 조성하지 말라고 했다. 현재 건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불심검문 중인데, 이는 불법이다. 출입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마치 계엄정국의 삼엄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풍경2- 신월동 성당] '촛불전경'을 지키는 사람들 "마음에 이끌려서 왔다"
취재: 이보라, 편은지 오마이뉴스 8기 인턴기자
 
농성이 진행중인 신월동 성당 요셉관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농성이 진행중인 신월동 성당 요셉관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 편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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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들고 시민들 앞에 설 때, 폭력을 가하게 될 때, 폭력을 유지시키는 일을 할 때, 저는 감히 그런 명령을 거부할 생각을 못하고 제게 주어지는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중략) 이런 나날이 반복되고, 저는 제 인간성이 하얗게 타버리는 기분이었다."

'촛불 진압'에 대한 양심선언을 한 뒤 부대복귀를 거부한 이길준 이경이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 그는 전의경제도 폐지를 요구하면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성당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 2일째를 맞은 28일, 신월동 성당을 찾아갔다.

신월동 성당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다. 기자회견 당시 경찰은 이길준 이경을 연행하기 위해 성당 안쪽으로 들이닥치기도 했고, 성당 주변엔 사복경찰과 함께 전경 버스 4대가 배치되는 등 삼엄했지만 현재 전경버스는 철수한 상태다. 하지만 이 이경은 옴짝달싹할 수 없다.

"주변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 사복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한 관계자의 귀뜸이다. 온종일 취재진에 시달린 이길준씨는 사전 연락 없이는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혀 직접 그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서 신월동 성당 지하 1층에 자리한 요셉관으로 내려갔다.

농성장은 예상외로 활기찼다. 고등학생부터 50대까지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석에서 노트북에 캠을 연결해 농성장 분위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송영욱씨가 가장 눈에 띄었다. 또 '돌개바람'과 '베토벤'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음 아고라 회원 두 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갇힌 촛불'을 지키겠다고 나선 그들과의 대화를 정리했다.

농성에 함께하고 있는 아고라 TV 방송대표 송영욱씨, 누리꾼 돌개바람, 베토벤.
 농성에 함께하고 있는 아고라 TV 방송대표 송영욱씨, 누리꾼 돌개바람, 베토벤.
ⓒ 편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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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장에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우리가 이길준씨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이끌려서 오게 되었어요. 마음이 이끄는데 다른 이유가 있나요?"

- 농성장에 있는 사람들을 이끄는 조직이 따로 있는 건가요?
"아니오. 저희는 다음 아고라에서 모인 사람들인데, 아고라가 특정한 조직이 있어서 모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회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카페라고 할 수도 없고요. 자발적으로 모이고 또 자발적으로 교대를 하면서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 경찰의 위협이 있었나요. 지금 성당 밖은 평화로워 보이는데?
"여러 번 있었죠. 지금도 사실 승합차 안에서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어요. 주변이 다 주택가다 보니 주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복장은 안하더라고요."

농성장에는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농성장에는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 편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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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농성장에는 '10대 연합' 소속 김윤호(19)군과 전국청소년연합 소속 이은영(19)양도 있었다. 

- 농성장에 온 이유는?
이은영 "그동안 촛불 집회를 하면서 친구들이 전경에게 맞는 걸 보고 분하고 억울했는데, 생각해 보면 전경들도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길준씨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는 것이 참 용기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윤호군 같은 경우 나중에 군대에 갈 텐데, 전경이나 의경에 배치되면 어떨 것 같아요?
김윤호 "그러면 군대 안가요. 특히 전의경으로 배치되면 절대 안 갈 거예요. 촛불집회하면서 내가 아는 사람이 맞고 다치는 것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거든요. 이길준씨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 촛불집회가 격해질 때 무섭지는 않나요?
김윤호 "아니오. 그냥 화가 났어요. 실제로 친구들이 연행되고 다치는 것을 보니 너무 분했어요. 아무리 평화적인 집회를 해도 전경들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어요. 전경이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제 얼굴을 맞아 이를 다쳐서 양치할 때마다 피가 나요. 전경이 먼저 때리지 않으면 시민들도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 촛불집회를 계속 할 건가요?
김윤호 "그럼요. 모든 것들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야죠."
이은영 "저는 촛불 집회를 하면서 더 크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현 정권이나 쇠고기 등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친일파 문제 등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명박 정권이 끝나도 촛불은 꺼지지 않아야 해요."

이길준씨와 함께 농성중인 사람들에게는 나이와 조직은 전혀 상관없어 보였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고 힘차게 말하는 그들. 비록 피곤해 보였지만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풍경3- 조계사] 밤새 교대근무 서며 갇힌 그들을 지키려는 까닭 
취재: 이보라, 편은지 오마이뉴스 8기 인턴기자

농성중인 천막에 수배자들의 명단이 적혀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윗쪽).  무더위속, 조계사의 천막속에서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아래쪽).
 농성중인 천막에 수배자들의 명단이 적혀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윗쪽). 무더위속, 조계사의 천막속에서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아래쪽).
ⓒ 편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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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가 웃도는 가운데 찾은 조계사. 일주문에는 10여 명의 전경이 서 있다. 그 자체가 위압적이다. 조계사로 통하는 출입구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곳곳에서 2~3명씩 짝을 지어 출입하는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23일째 이곳에서 농성 중인 촛불집회 수배자는 총 8명. 이들이 기거하는 곳은 대웅전 앞마당 한구석에 쳐진 천막이다. 천막 안은 후끈했다. 선풍기 7대가 더운 입김을 쏟아내고 있었다. 수배자는 식사를 하거나 경내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쉬고 있는 듯했다. 천막 안에서 23일 동안 집에도 안 들어가고 농성을 하고 있는 윤성남씨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안티이명박 카페 운영자인 백은종씨가 수배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사에서 23일째 농성중인 윤성남씨.
 조계사에서 23일째 농성중인 윤성남씨.
ⓒ 편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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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매우 더운데, 몸은 괜찮은가?
"낮에는 더워서 힘들고 밤에는 모기와 전쟁 중이다. 요즘에는 비까지 많이 와서 현재 감기에 걸렸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힘들다."

- 조계사로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조계사에 들어오면 경찰이 함부로 침입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계사에 계시는 분들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 조계사에 들어오다 보니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전경들로 분위기가 삼엄하던데, 위협은 없는가?
"들어오려는 제스처는 많이 취했다. 하지만 직접 들어오지는 못하고 밤새도록 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다."

- 왜 농성을 계속하고 있나?
"목표는 '이명박 퇴진'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인터넷으로는 참여가 활발하지만 실제로 집회에 나오는 시민은 그에 못 미치는 것 같다. 더욱 활발한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어 조계사 경내 신도회관 4층에 위치한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에 들러 명계환 조직팀장과도 인터뷰했다.

-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데 현재까지 상황이나 조계사 측의 입장은 어떠한가?
"종로 경찰서에서 다녀간 적이 있다. 우리의 입장은 선처를 베풀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서장은 우리 측에서 수배자들에게 자수를 권고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강제 집행하겠다고 했다."

- 그들을 보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교의 자비와 실천 정신에 입각하여 보호하는 것이다."

- 조계사 곳곳에 의경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분위기가 삼엄한데도, 계속 그들을 보호할 것인가?
"그렇다. 촛불은 진화를 거듭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풍경4- KBS 앞] 촛불 광장 봉쇄한 전경차량... 그래도 계속 타오른다
취재: 정지은 오마이뉴스 8기 인턴기자

kbs 앞 공영방송 사수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kbs 앞 공영방송 사수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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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30분 KBS 앞. KBS PD협회 주최로 '공영방송 사수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곳 역시 전과는 달랐다. 시민들에게 따듯한 음료와 라면을 제공하던 천막이 있던 자리에는 전경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원래 집회가 열리던 KBS 앞 중앙 부근 역시 전경차량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지난 24일 경찰의 무력에 의해 천막이 철거되었기 때문이다. 촛불을 가둬둔 것이 아니라 '촛불 광장'을 봉쇄한 형국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의연했다. 집회에 참가한 40여 시민들은 이미 서로 낯이 익은 듯 인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눴다. 이들은 KBS 건물 중앙에 버티고 있는 전경 차량 때문에 원래 집회 자리에서 조금 옆으로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PD협회 관계자의 진행으로 집회가 시작되었다. 자신을 환경스페셜 PD라고 소개한 진행자는 "촛불의 시작은 '광우병' 때문이었고 이는 '생명'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었다"며 "촛불의 의의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인간존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생명'을 이야기하려는 촛불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막이 있던 자리에 전경버스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천막이 있던 자리에 전경버스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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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시민들이 자유발언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다. 한 여성 발언자는 "사실 천막이 철거되어 시위의 구심점이 흐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여전히 함께 촛불을 밝히는 시민들을 보니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처럼 촛불을 막는 무력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시민들. 하지만 촛불을 막는 경찰의 무력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강했다.

자주 집회에 참가한다는 박아무개(52)씨는 "천막이 있고 없고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경찰이 천막을 무력으로 철거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탄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통해 정부가 얼마나 치졸한지를 말해 준다"고 덧붙였다.

전국청소년학생연합에서 나왔다는 윤가현(18)양은 "오전에 뉴라이트 아저씨들이 집회를 할 때는 전경차량들이 중앙 부근을 막지 않았다"며 "우리는 폭력도 쓰지 않았고 그저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하는 것인데 왜 우리만 막느냐"며 분노를 표했다.

곳곳에서 갇히고, 가로막힌 '촛불'. 인터넷의 광장도 촛불에 대한 경찰의 '토끼몰이'가 한창이다. 하지만 오늘도 촛불은 켜질 것이다.


태그:#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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