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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보이는 망주봉과 유람선에서 바다 쪽으로 얼굴을 내민 일행
 저 앞에 보이는 망주봉과 유람선에서 바다 쪽으로 얼굴을 내민 일행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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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먼 바다
우짖는 태풍 소식
겁먹고 지레 놀란 섬들
취객처럼 흔들린다.
흔들흔들 휘청휘청
갈매기 날갯짓처럼

비바람 지나가고
지쳐 울렁이는 바다
어부들 김 미역 대신
토악질하는 섬을 따
주섬주섬 퍼 담는다
텅 빈 바구니에

자전거 탄 아이들 몇
너울너울 갈매기 뒤뚱거리는 작은 섬들
어깨동무 어우러져
강강술래 춤추는 동안
사자, 망주, 선유 삼봉
술 취한 바다 어르며 자장자장 잠재운다.

-이승철 시 ‘선유도에서’ 모두

비응도 포구 입구에 문설주처럼 서있는  등대 두 개
 비응도 포구 입구에 문설주처럼 서있는 등대 두 개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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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거리는 파도에 유람선이 울렁울렁 춤을 춘다. 유람선 주변을 나는 갈매기들의 날갯짓도 너울너울 춤사위다. 저 멀리 바라보이던 섬들도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뒤뚱뒤뚱 춤을 춘다. 바다도, 섬도, 갈매기도 모두모두 춤판이었다.

"아! 어지럽구먼, 저기 춤추듯 다가오는 저 섬이 선유도 맞아?"
"아닙니다. 다른 섬입니다. 조금 더 가야지요."
그렇게 출렁거리며 한 참을 더 가자 이번엔 오른편으로 제법 커다란 섬이 나타났다. 왼편의 길쭉한 바위섬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른 편 섬을 자세히 보십시오. 저 섬이 방축도입니다. 바닷가에 구멍이 뻥 뚫린 커다란 바위가 보일 것입니다. 그 바위가 독립문 바위입니다."
방축도는 무인도가 아니었다. 중심부 바닷가에 제법 큰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금 더 달리자 정말 바위 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있는 독립문바위가 나타났다.

방축도 독립문 바위
 방축도 독립문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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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봉과 할매바위
 사자봉과 할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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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은 왼편으로 서서히 선회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선유도로 가는 유람선은 군산항이 아닌 새만금 방조제로 새로 생긴 비응도 선착장에서 출발했다. 남해 먼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 갈매기는 중국대륙을 거쳐 서해로 다시 나왔지만 전날 힘을 잃고 스러졌다는 소식이었다.

"왼편의 저 섬이 바로 선유도입니다. 이 유람선은 선유도와 장자도 대장도를 한 바퀴 돌아 선유도 선착장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익산에서 왔다는 40대 아주머니는 이 유람선이 세 번째라고 했다. 오래 전에는 어선을 타고 와본 적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 번 다녀가면 자꾸 또 오고 싶은 섬이 바로 이 선유도예요. 선생님도 이번에 다녀가시면 또 오고 싶으실 걸요."
파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바다는 여전히 출렁이고 섬들도 덩달아 출렁출렁 춤추며 흔들리고 있었다. 섬이 가까워지자 마중이라도 나온 듯 갈매기 몇 마리가 유람선과 달리기 경주를 벌인다.

"저 갈매기 좀 봐! 너울너울 날갯짓이 느린 것 같은데 이 배보다 더 빠른 걸."
그런데 놀랍게도 갈매기의 나는 속도가 유람선을 앞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경주를 벌이던 갈매기들이 사라지자 왼편 가까이 새하얗고 멋진 두 개의 바위 봉우리가 나타났다.

선유대고
 선유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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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선착장을 매운 관광객들
 선유도 선착장을 매운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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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은 그 바위봉우리를 왼편으로 안고 달린다. 선유도를 안고 돌아 이번에는 다시 대장도를 안고 돌아간다. 대장도에 웅장하게 솟아 있는 바위봉우리는 사자봉과 할매바위였다.

"저 바위가 할매바위라고 합니다. 슬픈 전설이 깃든 바위지요."
대장도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사자봉에는 동쪽의 육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의 바위가 서있었다. 과거 보러 서울 간 남편이 돌아오를 기다리던 여인이 그 남편이 다른 여인과 함께 온 것을 보고 아들을 등에 업은 채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였다.

조금 더 달리자 대장도와 다리로 연결된 또 다른 섬이 나타났다. 역시 바위섬이었다. 이 섬이 바로 장자도, 힘센 장군이 태어난 섬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 장자도도 기다란 장자대교가 선유도와 이어주고 있었다. 대장도와 장자도 사이를 지날 무렵 저 멀리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명사십리로 유명한 선유도 해수욕장의 모습이었다.

유람선은 선유도와 무녀도를 잇는 선유대교 밑을 통과하여 선유도 선착장으로 접근했다. 저 앞쪽으로 바라보이는 새하얀 바위봉우리가 망주봉이었다.

"저 봉우리 참 멋있군, 저 봉우리를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찍어 봐!"
선실 옆 복도에 서있던 일행이 바다 쪽으로 얼굴을 내밀며 사진을 찍어 달란다. 배는 서서히 선착장으로 접안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배가 심하게 울렁거린다. 근처를 지나는 또 다른 커다란 유람선 때문이었다.

삼도귀범 바다와 섬풍경
 삼도귀범 바다와 섬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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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 선착장 풍경
 무녀도 선착장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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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출렁이는 바다와 함께 배가 울렁거리자 선유도도 덩달아 춤을 춘다. 저 앞쪽 해안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어린이들 몇이 손을 흔든다. 갈매기 몇 마리가 뱃전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섬과 어린이들 그리고 갈매기가 어깨동무를 하고 어우러진 멋진 춤판이었다.

선착장으로 올라서자 좁은 길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승합차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보겠다는 사람들은 차를 탔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들은 걷기로 했다. 무녀도로 건너가는 선유대교는 사람과 오토바이,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길이었다.

선유대교에 올라서자 건너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 어린이 둘이 옆으로 비껴 지나간다. 다리 아래 넓은 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부부도 외지에서 온 부부였다. 오른편으로 작은 섬이 저만큼 바라보이는 바다 가운데 등대 하나가 외롭게 서있다.

"저 섬들 사이로 돌아오는 고깃배의 모습이 바로 선유팔경 중의 하나인 삼도귀범이지요."
경치에 취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설명을 해준다. 바로 익산에서 왔다는 아주머니였다.

"그럼 나머지 선유7경은 어떤 것들이지요?"
"제1경은 선유낙조지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과 섬 사이의 수평선으로 해가 질 때 하늘과 바다가 새빨갛게 물드는 풍경은 정말 황홀합니다. 제 2경이 바로 삼도귀범이지요."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관광객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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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경은 '월영단풍'으로 신시도에 있는 해발 199ㅡ 월영봉의 가을철 단풍을 말한다. 가을철 신시도 앞바다를 배를 타고 지날 때면 월영봉의 단풍이 마치 곱게 채색한 한국화 병풍을 보는 듯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4경은 '평사낙안'으로 선유도에서 망주봉 쪽을 바라볼 때면 은빛 모래사장 가운데 잔디밭이 있고, 수령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팽나무 한그루가 가지를 사방으로 뻗치고 있는 모양이 모래 위에 내려앉은 기러기 형상과 같다 하여 평사낙안이라 불려진다. 

제5경은 '명사십리'로 선유도 해수욕장의 고운 백사장과 제방 둑 아래로 만발한 해당화가 아름드리 소나무와 어울린 풍경이다.

제6경은 '망주폭포'로 두 개의 바위로만 이루어진 산봉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것처럼 북쪽을 향해 서있는 망주봉의 폭포를 일컫는다, 특히 이 봉우리는 젊은 남녀부부가 임금님을 기다리다 그만 굳어져 바위산이 되고 말았다는 전설이 있는데 해발 152m의 이 봉우리가 여름철에 많은 비가 내릴 때면 큰 망주봉에서 7∼8개의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제7경은 '장자어화'다. 옛날 장자도 주변이 황금어장이었던 시절 장자도를 중심으로 이곳에서 많이 나던 조기를 잡기 위해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어로작업을 하면 주변 바다는 온통 불빛에 일렁거려 장관을 이루었다.    

제8경은 '무산십이봉'으로 독립문 바위가 있는 방축도와 말도 등 열두 개 섬의 산봉우리가 마치 투구를 쓴 병사들이 도열하여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무산십이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바다와 섬, 그리고 유람선 스크류가 일으키는 물거품
 바다와 섬, 그리고 유람선 스크류가 일으키는 물거품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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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팔경을 설명 들으며 걷다보니 어느덧 무녀도에 이르렀다. 다리 입구에 있는 횟집에는 몇 사람의 관광객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한쪽 편에 우리들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리 아래 왼편으로는 무녀도 선착장이 오목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루 몇 시간에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섬이 아니구먼. 어때? 올여름 휴가 이 선유도에서 보내는 것이."
"그거 한 번 고려해볼 만한 일인데, 2~3일 묵으며 선유팔경도 감상하고 말이야."
일행 두 사람이 매우 좋다며 반긴다. 유람선 귀선 시간이 짧아 잠깐 둘러보고 돌아온 선유도, 그래서 일행들과 함께 보내기로 한 올여름 휴가가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선유도, #장자도, #망주봉, #무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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