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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번 돈은 쉽게 쓰게 되는가?
바닥 치는 주식을 계속 붙들고 있는가?
카드대금이 걱정되면서도 '지름신'을 이기지 못하는가?

위 질문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필자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심리학이 경제학을 만나다>는 경제활동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풀어 쓴 행동경제학 입문서다. 이론 소개를 목적으로 쓴 교과서 같은 책이 아니기 때문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경제를 말하기 전에 마음부터 살피는 명쾌한 심리학
 경제를 말하기 전에 마음부터 살피는 명쾌한 심리학
ⓒ 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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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야마모토 미토시. 일본 신탁은행과 외국계 금융기관을 거쳐 현재 감사법인 토머스에 근무하고 있다.

저자는 열두 개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과 오류를 풀어낸다. 질문을 보자.

1등 복권은 왜 명당에서만 나올까?
공돈은 어째서 술값으로 사라질까?
왜 새집으로 이사하면 낭비를 하게 될까?
어째서 밑지는 주식을 팔지 못하는가?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보다 안전한가?
금리가 높으면 어째서 토끼가 거북을 이기는가?

구체적인 답은 책에 구구절절 아귀에 딱 맞게 진술돼 있으니, 여기서는 저자의 주장을 간단하게 구경해보자.

1등 복권이 많이 나온 최고의 명당은 꽝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고액의 우발적 소득은 일부만 소비하지만, 소액의 우발적 소득은 그 소득 이상을 쓰게 된다. 즉 고액의 우발 소득이 생겼을 때는 저축을 하게 되고, 소액의 우발 소득이 생겼을 때는 기존 재산까지 위협한다. 이스라엘의 경제학자 랜즈버거가 전쟁배상금을 받은 사람들의 뒤를 조사한 결과 얻은 결론이다.

새 집으로 이사하느라 3억 원을 지출한 당신. 넓은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바꾸고 싶어질 것이다. 집 값의 1%, 판매원은 겨우 1%만 쓰면 그럴싸한 벽걸이 텔레비전을 갖출 수 있다고 설득한다. 비싼 집에 싸구려 텔레비전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마음이 고개를 들 것이다.

저자는 3억 원의 1%로 계산하는 방식을 인식의 오류라고 지적한다. 돈의 가치는 그 절대금액 또는 구매력에 있다는 것이다. 돈의 상대적인 비율에 현혹되지 말고 절대금액에 주목하라는 말은 '공돈 효과'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쉽게 벌었든 뼈 빠지게 벌었든 다 같은 돈일 뿐!

많은 공돈이 생기면 저축을 하지만 적은 공돈이 생기면 공돈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한다. 하지만 공돈이 생기면 대체로 과감한 지출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많은 공돈이 생기면 저축을 하지만 적은 공돈이 생기면 공돈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한다. 하지만 공돈이 생기면 대체로 과감한 지출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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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돈 효과'는 쉽게 번 돈은 쉽게 쓰다는 재무학 이론이다. 공짜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대체로 과감한 지출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아마추어 투자자나 도박꾼들은 큰 돈을 땄을 경우 그것을 순수한 자기 돈이라 생각하지 않고 공돈이라 여기게 된다. 그래서 다시 거금을 투자하거나 게임에 쏟아 붓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고, 이기적인 '호모에코노미쿠스'라고 상정해 온 신고전경제학이 비현실적인 이론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실 속의 인간은 이론처럼 살 수 없고, 합리적인 선택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돈은 감정이 없지만, 돈을 쓰는 사람은 감정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로또복권에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이 800만 분의 1이라는 것을 자명하게 알면서도 명당을 찾아 다니는 어리석은 믿음, 카드대금을 걱정하면서도 손가락은 어느새 지름신에 압도당해 서명을 하고 있는 현실은 경제를 논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마음을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신고전경제학이 우리의 경제생활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에서 출발한 행동경제학은 인지심리학과 함께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숨겨진 매커니즘을 분석한다. 저자는 그 분석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일러준다.

포인트를 쓸 때마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마음가짐, 똑같은 1만 원인데 다르게 느껴지는 인지부조화를 극복하는 방법, 사전확률과 사후확률, 베버-피히너의 법칙, 프로스펙트 이론 등 행동경제학의 최근 성과들이 대답에 동원됐다.

저자의 열두 가지 질문과 답변 가운데 가장 와닿는 대답은 공돈 효과에 대한 답이다.

공돈 효과를 차단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상에 공돈이란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월급으로 받은 돈이든 경마장에서 딴 돈이든 다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돈'이든 '푼돈'이든, 돈에 대한 모든 이름은 다 가짜다.

친절한 저자는 경제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용어 설명을 곁들였다. 일상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알기 쉽게 풀어준 '이것만은 알아두자'

1. 인지부조화 이론 : 20세기 심리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인지부조화는 인간은 때때로 불합리한 행동을 한다는 것. '많이 먹고 술을 마시면 살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많이 먹거나 술을 마시는 행동이 인지부조화다. 한번 정한 결정을 끊임없이 번복하는 것도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2. 사전확률과 사후확률: 서울대 경쟁률이 3대 1이라고 한다면, 합격률은 33%! 3명 중 한 명이 합격하니까 하늘에 운을 맡기고 도전해 볼까? 하고 생각할 때의 33%가 사전확률이다. 그러나 '수능점수가 400점 만점에 370점 이상만 지원한다'거나 '각 고교의 우수학생만 지원한다'는 정보를 접하면 단순히 숫자만 따질 일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때 '실제로는 10명당 한 사람, 아니 100명당 한 사람 정도가 합격한다'고 사전확률을 변경하는데, 이것이 사후확률이다.

3. 랜즈버거 효과: 소액의 추가소득은 소비를 촉진하지만, 고액의 추가소득은 저축을 높인다. 1만 원이나 2만 원이 생기면 그 밑천으로 5만 원을 쇼핑하는 데 쓰는 사람도 1000만 원이 생기면 저축부터 하게 된다는 것. 이스라엘 전쟁배상금 사용처를 조사해 얻은 결론이다.

4. 베버-피히너의 법칙: 감각의 차이에 관한 이론. 무거운 물건을 든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무게를 늘리지 않으면 차이를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가벼운 물건을 든 상태에서는 조금만 무게를 늘려도 쉽게 차이를 느낀다. 이 법칙은 가격결정 등 경영의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심리학이 경제학을 만나다

야마모토 미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토네이도(2008)


태그:#심리학, #경제학, #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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