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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정책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던 제주 국내 영리의료법인 도입이 도민들의 반대로 취소됐다. 하지만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재추진 의사를 밝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 제주도는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도민 1100명을 대상으로 국내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39.9%로 찬성 38.2%보다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영리법인병원 설립은 이번 입법예고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당초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3단계 제도 개선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국내영리병원 관련 조항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리병원 설립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도민은 54.1%였고, 이 중 "잘 알고 있다"는 의견은 1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리병원 설립에 찬성한 38.2%의 도민 중 적극 찬성은 11.5%였고, 반대 의견을 내놓은 39.9%의 도민 중 적극 반대는 18.4%였다.

 

도민들이 국내 영리병원에 반대한 이유로는 의료비 급등(37.6%), 의료 서비스 양극화 심화(19.1%), 민간보험사의 의료시장 독식(14.8%), 공공의료체계 붕괴(8.0%), 건강보험 위축(5.7%) 순으로 많았다. 찬성 이유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32.6%), 지역 경제 활성화(21.4%)가 많았다.

 

이번 제주도민들의 결정으로 영리병원 등 의료민영화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김태환 도지사가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 지사는 "제주의 미래를 위해 제주 서비스산업구조의 대변혁을 이룰 수 있는 창조적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제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역사의 평가를 받는 만큼,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도정이 움츠리거나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입법기한이 있기 때문에 도민여러분이 수긍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영리병원 여건이 성숙되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시민단체 "의료민영화 논란, 이젠 끝내야"

 

의료·시민단체는 여론조사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제주도의 영리병원 재추진 방침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제주 영리병원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켜 의료민영화를 가속화시키는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곧바로 경제자유구역으로 확산되고, 결국 영리병원이 전국에 세워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제주도에서 엄청난 물량공세 등 70년대식 홍보를 했는데, 제주도민이 영리병원에 반대한 건 영리병원이 정부나 제주도가 이야기하는 의료 선진화보다는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유혜원 건강연대 정책국장은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제주도민이 찬성하면 하겠다'며 그 책임을 방기했고, 제주도 역시 논의과정도 없이 여론몰이만 한 상태에서 무리수를 둔 여론 조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 지사의 영리병원 재추진 의사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주호 실장은 "의료민영화 3대 정책 중에서 당연지정제와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안 한다고 했는데, 영리병원까지 무산됐다, 더 이상 의료 민영화를 고민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촛불이 켜지면 뒤로 물러섰다가 촛불이 꺼지면 재추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는 걸 김 지사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혜원 국장은 "김 지사는 '개인 소신' 운운하지 말고, 도민의 입장을 겸허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영리병원, #제주, #김태환지사, #의료민영화, #영리의료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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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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