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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 25일 제주도에서 영리법인 병원 허용 여부를 놓고 제주도민 여론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도 제주도민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많이 나오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큰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이들이 영리법인 병원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이 많다. 영리법인 병원을 반대하는 세력을 '반미친북세력'이라고 색깔을 덧씌우는 이야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하더라도 그밖에 잘못 아는 것이 많아 제주도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민의 현명한 판단을 돕고자 몇 가지 오해에 대해 사실을 바로잡고자 한다.

병원 수익이 병원 바깥으로 흘러나가느냐가 중요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영리병원 추진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건강연대는 지난 17일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영리병원 추진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건강연대는 지난 17일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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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 병원의 가장 핵심은 주식시장에 떠돌던 돈이 병원에 드나들 수 있도록 제도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서도 영리병원(profit hospital)을 찾아보면 '투자자 소유 병원(investor owned hospital)'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병원에 주식시장의 돈이 드나들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병원'은 '환자'를 위한 곳이지, 투자자들이 이윤을 뽑기 위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와 병원이 환자를 대상으로 돈을 벌겠다고 덤비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병원이 이윤을 위한 투자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비영리법인 병원도 영리 활동은 한다. 돈을 벌어야 의사도 먹고 살고, 병원도 운영할 수 있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영리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게 '영리법인 병원'인 것은 아니다. 비영리법인 병원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면 병원 내로 다시 재투자해야만 한다. 수익을 병원 외부로 가져가지 못하고, 시설·인력·장비를 늘리는데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영리법인 병원은 그렇지 않다. 단지 병원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가 병원에서 발생한 수익을 배당받는다. 병원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병원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영리법인 병원을 '투자자를 위한 병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주장하는 이들이 "기존 병원들이 영리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은 '영리병원'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핵심을 잘못 인식한 것이다.

제주도에는 이미 영리법인 병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에 이미 영리법인 병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이 지칭하는 병원은 정확히 말하자면 '개인병원'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우선 '개인소유 병원'을 '법인병원'과 혼동하고 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법인'은 개인이 아니다. 집단을 말한다. 개인병원은 일단 영리법인이냐, 비영리법인이냐를 논하는 데에서 제외해야 한다.

또 하나 이들이 착각하는 것은 개인병원이 기본적으로 '자영업'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스스로 자기자본을 투자할 뿐만 아니라 자기노동도 투입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져간다.

그러나 영리법인 병원은 이윤을 목적으로 자본을 굴리는 투자자가 병원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서 발생한 수익을 배당받는다. 말하자면 '불로소득'이다. 이런 점에서 '영리법인 병원'은 '개인소유 병원'과 구분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리법인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이 좋다는 주장은 어떨까? 이는 미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금방 드러난다. 여러 말 말고 한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매년 미국 병원들의 의료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의 지난 2007년 발표에 따르면 1위부터 18위까지 병원이 모두 비영리법인 병원이다. 영리법인 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제주도민이 원하는 것이 영리법인 병원이다?


매년 미국 병원들의 의료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지난 2007년 발표에 따르면 1위부터 18위까지 병원이 모두 비영리법인 병원이다. 영리법인 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매년 미국 병원들의 의료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지난 2007년 발표에 따르면 1위부터 18위까지 병원이 모두 비영리법인 병원이다. 영리법인 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 김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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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제주도민이 영리법인 병원을 원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제주도민이 큰 병에 걸리면 제주도 안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비행기 타고 서울까지 와서 치료를 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은 영리법인 병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제주도민의 요구를 왜곡해 표현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에서도 비영리법인 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 좋다. 더군다나 돈 버는 걸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 병원이 의료비가 더 비쌀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예측 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제주도민의 진정한 요구는 의료비 부담이 적고 서비스 질이 좋은 비영리법인 병원 도입인 것이다. 영리법인 병원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또 영리법인 병원을 도입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주장도 있는데, 중산층 소비자가 보자면 가소로운 소리다. 부유층이면 모를까 대다수 국민들에게 영리법인 병원이 선택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사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리법인 병원을 왜 도입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뚜렷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정말 백번 양보해서 생각해봐도 "돈 많은 사람들 돈 자랑하게 놔두자"는 것 말고는 없다. 하지만 이건 우리 생각일 뿐이다.

무서운 사실은 현재 영리법인 병원 설립에 대해 자본이 진지하고 열정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기사를 보더라도 그렇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연구원 전문가칼럼을 통해 "주식시장 등에 투자되고 있는 자금이 병원에도 투자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김 원장은 새 제도를 "'영리병원 허용'이 아니라 '의료에 대한 투자 개방 허용'으로 바꾸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2008년 7월 2일)

덧붙이는 글 | 김창보 시민기자는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영리병원, #제주도, #의료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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