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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근자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를 주최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개인적으로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라며 말문을 흐렸다.

 

그는 구속중인 안씨에게 "가족과 헤어져 있어 마음이 아프다. 재판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 서로 간의 신뢰가 필요하고 재판부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신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배가 흔들리지 않게 닻이 있는 것처럼 법복을 입은 사람은 시류가 있더라도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사법부와 검찰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욕을 먹게 된다"고 원칙론을 밝혔다.

 

진보세력에 유리한 결정을 하면 보수세력에게, 그 반대의 경우는 진보세력에게 비난을 받게 된다고 부연설명한 뒤 공통의 지향점으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판사는 촛불집회가 어쩔 수 없이 택한 방법이었다는 변호인과 안씨 주장에 대해 "물론 저항권이란 게 있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의문"이라며 집회허가 신청을 하고 불허가 처분이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이나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적법한 집회를 하는 것은 어떠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이 그런 경우 경찰이 집회 시작 1시간 전에 금지처분을 해 법적인 다툼을 할 여유가 없게 될 것이라고 답하자 박 판사는 "한꺼번에 집회 신고를 여러 개 내는 것은 어떠냐"고 되묻는 등 집회 방식을 둘러싸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앞서 안씨가 법정에 들어설 때 일부 방청객이 박수를 치자 박 판사는 "박수를 왜 치느냐"고 물었고 이에 한 남성이 "잘못한 게 없는데 재판을 받아야 하니 격려하는 의미"라고 대답했다가 퇴정 명령이 내려지는 등 분위기가 경색됐다.

 

박 판사는 "그런 행동이 민주사회를 정화하려는 노력을 깎아내리고 오히려 피고인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도덕성에서 파워가 나온다"고 질타했다.

 

안씨가 집회를 주최하고 경찰과 몸싸움을 했다는 공소 요지에 대해 변호인은 "대부분 무대 설치나 출연자 섭외, 안내방송, 행사 사회이고 몸싸움도 연행 도중 팔다리가 붙잡히고 목이 졸리는 등 숨이 막히는 상황에서 발버둥 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는 등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도 이어졌다.

 

변호인은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은 야간 통금(통행금지)이 있던 시절에 생긴 것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고 위헌적 소지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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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집회, #판사, #안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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