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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날이다. 19일 오전부터 내린 비는 20일 새벽까지 그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내리고 있다. 하지만 장대비 속에서도 시민들은 거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시민들은 왜 거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이날 모인 10대에서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의 시위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대비 속에서 촛불을 보았다" - 세 자녀의 아버지 신당동 주민 주 아무개(52)씨

 

"오늘 와서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잠시 촛불이 사그라들었다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장대비 속의 시민들에게서 봤다. 이처럼 시민들이 길거리에 서 있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부가 하는 일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시민들은 모두 한마음이다. 나는 초등학생 자녀 두 명과 고등학생 자녀 한 명이 있는 데 이 아이들을 위해 주말마다 거리에 나올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퇴진" - 중학교 3년 전○○양

 

"두 달 내내 했던 일이라 의무감에서 이렇게 나와 있다. 사실 비가 오는 데 계속 걸어다니니까 너무 힘들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퇴진, 민주주의 수호, 그리고 공영방송 사수다. 그래서 이렇게 나와있는 것이다. 아직 어리지만 우리나라 정치가 너무 잘못된 것 같다. 이것을 바로잡기 전까지는 시민들이 계속 모여야 한다."

 

"우리 요구가 반영된 게 없다" - 대학생 소동섭(24)씨

 

"장대비 속에서도 시민들이 계속 남아있길래 나도 그냥 따라 남아 있었다. 빗속에 있다는 것이 사실 힘이 들지만 시민들과 함께하기에 재미있다. 우리가 거리에 나와 요구했던 여러 사항 가운데 반영된 것이 없다. 결국,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부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가 신뢰를 되찾기 전까지는 고생스럽더라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야 할 것 같다."

 

"끈질기게 가야 한다" - 전대협 깃발 아래 모인 386세대 민원기(40. 88학번)씨

 

"하루 이틀에 끝날 싸움이 아니다. 끈질기게 가야 한다. 그래서 이 정도 비를 맞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늘 장대비를 맞고 서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끈질김을 다시 한번 느꼈다. 철저하게 비폭력으로 경찰들과 부딪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가슴 속에 뿌듯함을 느꼈다. 오늘 이렇게 장대비를 맞으면서 있었던 이 느낌을 사회로 가져간다면 오늘의 이 기억이 앞으로의 끈질긴 싸움의 연장선이 될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폭력을 유지했다는 것이 뜻깊다."

 

"답답해서 이렇게 서 있다" - 아주대 학생 정석윤(30)씨

 

"그저 답답해서 서 있었다. 답답한 점이 너무 많다. 처음 촛불을 들게 된 쇠고기 문제부터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액션만 취할 뿐이지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하나도 없다. 장대비를 맞고 서 있지만 힘든 것은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 같다. 결국 문제는 진정성이다. 정부가 국민의 간절한 뜻을 받아 안겠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시민들이 이렇게 길거리에 나와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태그:#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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