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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에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팀장 구본진 첨단범죄수사부장)을 꾸리고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 2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광고 불매운동과 관계없는 방송작가까지 포함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이 정확한 내용도 파악하지 않고 '출국금지' 조치를 남발하는 데 따른 인권침해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당초 검찰은 출국금지 대상자에 대해 "조중동 광고 중단과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악의적인 게시물을 상습적으로 올리거나 이를 관리한 네티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복적으로 인터넷에 협박성 글을 올리거나 광고주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업무를 방해한 네티즌 2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와 함께 조만간 소환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그러나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뉴스 후> 제작진에 따르면, 검찰이 출국금지한 대상 가운데는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이 프로그램의 구성작가가 포함돼 있다. 지난 8일 검찰의 출국금지 대상에 오른 A 작가는 이 프로그램의 지난 5일 방영분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 취재를 위해 회원 가입을 했을 뿐 이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고중단 무관한 나를? 출국금지 황당하다"

 

A 작가는 취재했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 캠페인(http://cafe.daum.net/stopcjd)' 사이트 가운데 '오늘의 숙제' 폴더가 검찰수사 등으로 접근 금지되면서 취재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네티즌들이 올린 글을 VOD 화면에 담기 위해 운영자에게 이 폴더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폴더를 수시로 열어 보여주기가 번거로웠던 이 사이트 운영자는 지난달 23일 회원으로 가입하고 취재를 시작한 A 작가에게 이틀 후인 25일 '임시 운영진' 자격을 부여하고 필요한 부분을 자유롭게 취재하도록 허락했다.

 

방송이 나간 1주일 뒤인 지난 11일 A 작가는 이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임시 운영진' 자격 때문에 출국금지 대상에 올랐을지 모르니 확인해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실제 A 작가가 서울 목동에 위치한 출입국관리소에 확인해본 결과,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진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A 작가는 <뉴스 후> 제작진 최원석 PD에게 "방송취재 때문에 한두 차례 '오늘의 숙제' 폴더를 열어본 것 이외에는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과 관련해 그 어떤 활동도 한 바 없는데 너무 황당하다"며 "검찰이 지적한 것과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 단 한 줄도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과 관련된 글을 올린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PD는 "출국금지는 주요 경제사범이나 강력범에게 내려지는 조치인데 최소한의 확인 절차 없이 묻지마 식으로 출금 조치를 취해도 되는 것이냐"며 "검찰은 A 작가에게 어떠한 형태의 조사나 질의, 혹은 확인과정 없이 출국금지 대상에 올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PD는 "조금만 조사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을 검찰은 무성의하게도 아무런 조사 없이 처리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제작진도 그저 황당할 뿐"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 "나중에 무혐의 확인되면 해제하면 그만 아니냐"

 

이에 대해 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구본진 첨단범죄수사부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출국금지나 구속은 수사를 위한 수단"이라며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를 하지, 왜 출국금지를 하겠냐"고 날을 세웠다.

 

구 부장은 이어 "출국금지 됐다 무혐의 처리 받는 사람은 한 해 수천 명도 더 될 것"이라며 "본인이 해외 출국을 하려다 불이익을 받은 것도 아닌데, 나중에 혐의 없음이 확인되면 (출금을) 해제하면 그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지난 11일 MBC측에 A 작가가 출국할 계획이 있다면 검찰에 나와 소명하고 그 뒤에 출국금지를 즉시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현재로서는 본인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반드시 살인한 피의자만 출국금지 조처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국금지 조치가 범죄인과 함께 움직였거나, 또는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으면 내릴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 부장은 "A 작가가 취재를 위해 사이트의 운영진이 됐다고 하는데 취재를 위해 사이트 운영진이 되는 일이 있느냐"며 "취재를 위해 운영진이 됐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편의가 인권침해 불러"

 

검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는 "출국금지는 출입국관리법상 범죄혐의가 인정되거나 수사에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하게 되는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처이기 때문에 이를 수사 편의대로 남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검사에게는 인권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범죄 혐의가 전혀 없는 사람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수사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출국금지 조처에 대한 정치적 효과를 거두려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MBC는 법률자문을 거쳐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MBC 뉴스후, #출국금지, #검찰, #광고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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