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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술 목사.
 김홍술 목사.
ⓒ 김홍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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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왕자씨 처럼, 나도 북측 군사보호구역에 모르고 들어갔었다. 20여분 동안 북한군에 잡혀 있었다. 하지만 출입금지 안내판은 물론이고, 경계 철조망도 없었다."

고 박왕자(53)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곳과 같은 장소에서 북한군에 억류된 뒤 풀려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작년 6월 금강산을 방문했던 김홍술 목사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 제보란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려왔다.

사단법인 도시빈민사회복지선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홍술 목사는 제4회 남북교회 금강산 기도회 참석을 위해 2007년 6월 4일 금강산을 방문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열린 이 기도회는 남쪽의 한국기독교교회협희외(KNCC)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공동주최한 것으로, 남쪽에서는 KNCC 관계자 등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방북했다.

이 때 김홍술 목사 일행은 금강산 관광특구 내 호텔해금강에 머물렀다. 김 목사는 저녁 식사와 북쪽의 공연 관람을 마치고 밤 10시께 호텔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금강산비치호텔을 지나 금강산 해수욕장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어둠 속에서 '섯!'하는 북한군의 외침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던 사건은 이때 발생했다. 김 목사는 "관광통제선이 나오면 돌아가려 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김 목사를 맞이한 건 "출입금지 안내판이나 철조망이 아니었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북한군인의 "섯!"이라는 큰 외침에 김 목사의 걸음을 멈췄다고 한다. 

김 목사는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깜짝 놀라 두 손을 들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며 "캄캄한 밤이라 북한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약 20분 동안 혼자 어둠 속에서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나 철조망이 없어 내가 북측 군사보호구역으로 들어온 지도 몰랐다"며 "그런 시설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혼자 손을 들고 서 있으면서 북한군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나는 남쪽에서 온 목사다'라고 크게 말했는데, 북한군은 다시 '입 다물어!'라고 외쳤다"며 "약 20분 뒤에 북한군 장교 한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 내 신분을 확인한 뒤 '이곳은 출입금지 지역이다'고 말한 뒤 풀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북한 북강원도 온정리 금강산 관광특구 내 해수욕장 모습. 왼쪽 옅은 연두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출입금지된 군사경계구역을 알리는 펜스다. 작년(2007년) 7월 촬영된 이 펜스에는 위험지역을 알리는 출입금지 펫말조차 붙어있지 않다. 또 바닷물에서 10여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펜스가 끝나 있어 관광객의 출입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숨진 박왕자씨는 이 펜스를 지나 북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북강원도 온정리 금강산 관광특구 내 해수욕장 모습. 왼쪽 옅은 연두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출입금지된 군사경계구역을 알리는 펜스다. 작년(2007년) 7월 촬영된 이 펜스에는 위험지역을 알리는 출입금지 펫말조차 붙어있지 않다. 또 바닷물에서 10여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펜스가 끝나 있어 관광객의 출입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숨진 박왕자씨는 이 펜스를 지나 북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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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목사님은 운이 좋았어요'"

다음날 5일 김 목사는 점심을 먹으며 자신이 겪은 일을 함께 방북했던 국가정보원 관계자에게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국정원에서 왔다고 밝힌 30대 초반의 여성에게 지난밤 겪은 이야기를 했더니, 그녀는 '목사님은 운 좋았다, 종종 그런 일이 발생하는데 몇 시간 동안 억류되는 사람도 있고, 심한 경우 하룻밤을 잡혀 있다가 풀려나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즉 고 박왕자씨처럼 '출입 통제선'을 넘는 경우가 남쪽 관광객들 사이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걸 정부가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 목사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어느 정도 위험을 무릅쓰고 경제협력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고 있는 것인데, 현대아산과 정부의 안전 대책은 없었다"며 "박왕자씨 사망사건이 경계 철책선이나 출입금지 경고판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기에 우리 정부쪽에서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목사는 "분명 정부는 내가 억류된 것도 알고 있을 텐데, 내가 겪은 사건 이후에도 관광객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국가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강산 피격사건 직후부터 고 박왕자씨가 왜 혼자 새벽에 '관광통제선'을 이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관광통제선을 넘어가서 북한군에 억류됐던 남쪽 관광객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오마이뉴스>의 쪽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 중에 있으며, 현재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사과해야...남북관계 악화돼선 안돼"

참여연대는 11일 금강산 피격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북한군 총격에 의한 민간인 사망 크나큰 유감"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무고한 민간인의 죽음이라는 비명에 대해 안타까움과 유감이 크다"면서 "설령 고인이 군사보호구역을 넘어선 것에 대한 명백한 잘못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어떠한 경우에서건 비무장 민간인에게 군인이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는 것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 사건이 평화적인 관점에서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북한 당국의 진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통일부단장을 중심으로 합동조사반을 만들 것이라 밝혔는데, 남북공동조사단 구성 등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가려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다행히 이명박 정부는 이번 사건을 남북관계와 연계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밝혔다"면서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남북관계 악화로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박왕자, #금강산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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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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